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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시각] Political Correct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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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시각] Political Correctness
  • 조현빈 학생
  • 승인 2017.04.13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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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병원에는 장애인 환자분들을 위한 장애인 센터가 있고 원내생도 그곳에서 종종 어시스트를 하게 된다. 하루는 보호자 대기실에서 꽤 큰 소란이 있었다. 누군가가 ‘장애인’에 상반되는 말로 ‘비장애인’이 아닌 ‘정상인’이라는 용어를 이용한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다. 나도 신환을 볼 때 ‘비장애인’이라는 용어가 갑자기 생각나지 않아서 쩔쩔맸던 기억이 났다.

PC, Political Correctness운동은 다양하게 정의되지만, 기본적으로 사회의 특정 그룹에 대한 모든 종류(성, 인종, 문화, 직업, 장애, 종교 등)의 편견을 포함하는 언행, 정책 등을 시정하려는 운동이다. 이는 20세기 말 미국에서 활발히 대두되어 많은 용어의 변화를 주도하였는데, Fireman → Fire Fighter, Black → African American, Handicapped → Disabled 등이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이 ‘정치적 정당성’, ‘도의적 올바름’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되며, 이러한 맥락에서의 용어 변화가 많이 있어왔다. 학부형 → 학부모, 고아원 → 보육원, 정신분열증 → 조현병, 간질 → 뇌전증과 같이, 조금씩 우리 생활에 스며들고 있는 용어 변화의 근간에는 ‘올바름’의 추구가 있어왔던 것이다.

사실 PC 운동은 여러 이유로 비판 받기도 했다. 대표적으로는 이들의 교조적, 불관용적 태도 때문인데, 조금이라도 PC하지 않은 표현을 쓰는 사람에게 인종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 딱지를 붙여버린다거나 특정 상황에 대해 과민한, 소위 ‘프로불편러’가 되어버린다거나 하는 것이 이에 포함되겠다. 그 외에도 언어학적, 사회학적 측면의 비판이 있었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PC 운동이 무조건적인 환영을 받지는 못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PC는 사회적으로 더욱 중요한 이슈가 된 것 같다. SNS를 비롯한 미디어의 발전으로 공인, 유명인사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말과 글도 더 큰 전달력과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현 미국 대통령도 PC하지 못한 발언으로 엄청난 비판을 받았었고, 국내 정계에서도 여러 발언들이 문제가 된 바 있으며 대학가에서도 카톡방 내의 발언들이 종종 문제가 되어 기사화되곤 했다. 이 뿐만 아니라 근래에는 성차별, 소위 ‘여혐’ 키워드가 매우 민감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키워드에 특별히 두지 않은 사람이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차별주의자가 되어 있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임에도 우리가 PC와 같은, 적절한 언어 사용에 대한 충분한 인식을 갖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치과대학 자체가 폐쇄적 분위기를 띠어서인지, 어떤 교수님의 강의를 듣다 보면 ‘와. 다른 대학 같았으면 난리 나겠구나.’ 싶은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나만 해도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해왔던 특정 언행을 고등학교 동창에게 지적 받고 반성했던 경험이 있다.
치과의사는 특히 이에 대한 숙고가 필요할 것 같다. 사회적으로도 공인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데다 매일매일 다른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이니 그 누구보다 언행에 신중해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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