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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교수의 공감] 사무장치과, 야매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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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교수의 공감] 사무장치과, 야매치과
  • 박기호 교수
  • 승인 2017.04.06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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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00년부터 3년간 고향에서 공중보건의 생활을 했다.

지금은 교정을 전공하고 대학병원에서 교정 진료만 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기본적인 치과진료를 모두 했었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시골의 어르신들이었다. 그런데 보건소에서 보존이나 치주 치료를 어느 정도 마무리 해 주면 사라졌다가 몇 개월 뒤에 여기저기 불편하다고 오는 데 필자가 보기에 어색해 보이는 보철물들이 구강 내에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보철물이 불편하면 치과에 가서 조절하라고 말씀 드리면 어김없이 무면허 진료(야매)로 해서 수리가 불가능 하다고 거리낌 없이 얘기했다. 당시만 해도 무면허 진료(야매)로 의치와 같은 보철을 하는 경우가 꽤 있었던 것 같다.

필자로서는 이런 경우 보철물을 수리해 주면 불법 진료를 조장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추후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을 필자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불법으로 치과 진료를 하면서 수익만 챙기고 환자들을 나 몰라라 하는 무면허 진료자들에 대한 인간적인 거부감도 많이 들었다.

며칠 전 YTN을 비롯한 여러 언론에서 사무장치과로 의심되는 강남의 모 치과 병원 치과위생사가 임플란트 시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전격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대서특필 했다. 해당 치과병원은 지난 3년 전에도 사무장치과로 지목이 된 바 있는 곳으로, 치과의사를 가장해 임플란트 등 시술을 한 치과위생사는 부원장으로 불리는 등 버젓이 의사가운을 착용한 채 환자들을 진료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보에 따르면 문제의 치과위생사는 임플란트뿐 아니라 투명교정 등 고난이도 시술을 서슴없이 했으며, SNS 등 인터넷 홍보로 환자를 유치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한다.

필자는 이 기사를 읽고 치료과정이 복잡하고 신경 쓰이는 부분들이 많아서 치과의사들도 치료할 때 깊은 고민을 하면서 치료하는 임플란트까지 어떻게 무면허진료를 할 생각을 했는지 머리를 한대 맞은 듯 황당함과 안타까움을 느꼈다.

필자는 지난 번에 강남의 대형치과의 ‘먹튀’ 사건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기고 했었는데 그 치과 역시 사무장치과였다. 사무장들은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애초에 그들에게 의료윤리를 기대하는 것은 터무니 없는 일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오로지 돈만이 모든 행위의 목적이 된다.

돈을 벌기 위해 무제한 수가 하락 경쟁을 하고 불법광고로 환자를 유인 한다. ‘먹튀’ 치과처럼 돈만 받고 치료는 나 몰라라 하는 경우도 있으며 드디어 최고의 막장인 임플란트 무면허 시술의 단계까지 오게 된 것이다. 아마 치과의사가 직접 시술하는 것보다 인건비를 줄여서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무면허 진료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사무장치과이고 불법 시술이 이루어지는 것을 목격한 치과의사들이 그것을 묵인해 왔다는 것이다.

지금도 상당수의 치과의사들의 묵인 아래 환자들의 돈만을 노리는 사무장치과들이 활개를 친다는 것이다.

물론 경기가 어려워 마땅한 월급의사 자리가 없어서 부득이하게 들어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의사가 사무장 병원에 면허를 빌려줄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고, 사무장 병원에 고용만 되더라도 1년 이하 징역이나 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될 정도로 불법행위가 가볍지 않다.

무엇보다 사무장치과와 무면허 진료 치과의 큰 문제점은 가장 큰 피해자가 환자들이라는 것이고 이러한 기형적인 치과의 이미지가 전체 치과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많은 치과 원장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국내 경제의 장기불황이나 치과의사 수의 증가로 인한 경쟁의 심화 등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대외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불법 진료와 무분별한 경영으로 사무장의 주머니를 채워주고 치과 전체의 파이를 줄이는 사무장치과들도 원인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지부는 사무장치과로 의심되는 치과 50곳을 전수 조사하고 있으며, 서울 시청, 관할보건소 등 관계기관과 연계해 사무장치과를 고발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또 국회에서도 사무장 병원의 처벌 강화 법령 개정작업에 나서고 있으며, 사법당국도 사무장 병원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하는 등 일벌백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무장치과에 면허를 빌려주거나 고용되는 것이 불법행위이며 반드시 사무장치과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치과의사 개개인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갈수록 어려워지는 치과계의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승화시킬 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지는 내부적으로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고치고자 노력하고 원칙을 지키는 우리 모두의 단합된 힘에 의해 좌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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