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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교수의 칼럼] 회장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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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교수의 칼럼] 회장의 자격
  • 김영수 교수
  • 승인 2017.03.0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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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고대구로병원 예방치과) 교수

전문지에 치과 관련 단체장 후보들의 출사표를 던진 내용들이 계속 오르고 있으니, 이제 선거의 계절이 되었나 봅니다. 주제넘지만, 이번 선거에서 회장 후보를 선택할 때, 치과 분야를 대표하는 단체장이라면 이 정도의 자격을 갖추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 짧게 언급을 해 봅니다.

의사소통을 잘 하는 회장이 좋습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질병이 있습니다. 아마도 호흡기로 전염되는 전염성이 강한 질병으로, 저항력이 약한 사람이 이 병에 걸리면 치사율도 높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때 국가기관(질병관리본부)에서 제작했던 포스터가 그 당시 네테즌들의 입에 오르내린 적이 있습니다.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를 먹지 말고, 낙타와 밀접한 접촉을 피하라’는 내용의 포스터가 기억이 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 터인데, 메르스에 걸리지 않은 불쌍한 서울대공원 낙타만 격리되어 있던 사진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정부관계자 중에 특히 단체의 장은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접근을 해야 하고, 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의사소통’이라는 부분입니다.


산하 조직원들과의 소통과 자신을 선출한 회원들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에 일부 측근들의 의견과 본인의 생각만을 주장하면 그 때부터는 회장의 견해는 회원들의 의견과는 전혀 다른 단체가 되어 버립니다.

IT강국이라고 주장하는 대한민국에서 이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정기적으로 홈페이지 등에서 회원들과 소통을 한다든지, 인터넷을 멀리하는 회원들을 위해서는 전문지 등을 통해서 회장과 집행부의 의견을 소상하게 설명하는 제스처를 해 주어야 합니다.

회원들은 집행부의 처사가 자신의 의견과 다르면 항의성 댓글도 달 수 있고, 전문지에 투고하여 반대의견을 피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선별하거나 차단하면 ‘의사소통’은 멀어지게 됩니다.

회장은 항상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51%의 승률로 당선되었다고 해서 49%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49%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우리 치과계의 ‘위인’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회장이 되실 분이라면, 항상 ‘악플’이나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댓글을 쓸 때에 이왕이면 ‘미소’ 표식을 붙여 가며 써 주시면 우리 치과의사들은 마음 속으로 좋아하는 ‘회장’으로 존경심을 표할 것 같습니다.

회장은 움직여야 합니다.
몇 년 전 유럽 학회를 참가하러 갔을 때 관광 중 바다 속에 구명조끼 하나만을 목에 걸고 뛰어들게 하고, 바다수영을 즐기라고 하는 관광 상품을 경험했습니다. 일행들은 모두 즐거워하면서 수영을 즐겼지만, 저는 계속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수영을 그리 잘하지 못하고, 그 당시에도 50이 넘은 나이로 체력도 뒷받침이 되지 않은 터라, 되도록 타고 갔던 배와 멀리 떨어지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수영을 해 보았지만 파도에 밀려가는 모선(?)을 따라가기가 벅찼습니다. ‘아, 이러다가 기운 빠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과 함께 발끝에 아무 것도 닿지 않는 두려움이 엄습하며 저 혼자는 panic 상태에 접근하며, ‘하나님, 왜 제게 이러세요?’라고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때, 제 다리와 팔이 계속 움직이면서 절대 빠지지 않는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움직이면 절대 물 속에 빠지지는 않는다’라는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는 진리를 하나 깨달으면서 바다수영을 마친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도 단체장이나 회장이라면 가만히 앉아서 찾아오는 사람 접견만 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항상 움직이면서 회원들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우리는 가끔 ‘발로 뛰는’이라는 문구를 넣은 후보를 자주 보는데요, 회장님 연세가 있으시니까 ‘뛰지 마시고 걷기만 하셔도’ 회원들은 감사할 것 같습니다. 어느 단체이든 회장의 발이 부지런히 움직이면 회원들이 ‘부력’이라는 힘으로 회장을 도와줍니다. 움직이는 회장을 회원들은 좋아할 것 같고, 퇴임 시 박수로 화답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 역시도 ‘치협’ 산하의 작은 ‘학회’의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글 쓰는 내내, 임기 중 절반이 지나는 동안 저는 과연 잘 했는지 스스로 자문하며 반성해 봅니다.

김영수 교수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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