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6:52 (금)
[박정철 교수의 기묘한 이야기] 하태핫태
상태바
[박정철 교수의 기묘한 이야기] 하태핫태
  • 박정철 교수
  • 승인 2017.01.19 0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정철(단국대학교치과대학 치주과학교실) 교수



임플란트의 전설적 존재로 각인돼 있는 Eriksson, Albrektsson 선생들은 80년대 초반 임플란트 주변에 과도한 열이 발생하면 골괴사가 발생할 수 있고 임플란트의 실패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이후 일련의 연구를 통해서 ‘47도에서 1분’이라는 모종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만들어졌고 그 후 30여 년간 임상가들은 임플란트의 이해할 수 없는 실패를 접할 때면 혹시 Heating이 아닌가를 제일 먼저 의심하게 됐다.



사람의 몸에 열을 가하는 연구는 사실 새로운 연구는 아니다. 1774년 1월 23일 영국인 의사 찰스 블랙든은 동료 조지 포디스가 실행한 실험에 초대를 받았는데 놀랍게도 이들은 사우나로 향했다. 왕립협회 철학회보(Physiological Transactions Royal Society)에 ‘Experiments and Observation in a Heated Room(1775, 65, 111-123)’ 그리고 ‘Further Experiments and Observation in a Heated Room(1775, 65, 484-495)’이라는 주제로 연속 발표된 연구 (관심 있는 독자는 아래 링크를 통해 1775년도의 논문을 직접 열람할 수 있다. 이들은 사람은 몇 도까지 견딜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엽기적인 연구를 시행했다.

논문에 따르면 8분 뒤부터 땀이 나기 시작해 온도가 계속 오르자 마침내 모두 발가벗어야 했다. 45분 뒤에는 프라이팬에 비프스테이크를 올려둔 것이 푹 익을 정도를 넘어 거의 말라버렸다고 기록했고 최고 127도까지 열을 가하자 세 번째 스테이크는 13분 만에 익어버렸다고 한다. 놀랍게도 그러한 고온에서도 연구자들은 아무런 해를 입지 않았고 실험이 종료되자 멀쩡히 방을 떠날 수 있었다. 이후 블랙든은 생명체에는 스스로 열을 제거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결론지었고 ‘생명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보이는 자연의 설비’가 그 기능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혈관의 확장과 땀의 증발 기전을 이해하지 못했던 시기였으니 그도 그럴법하다.

과학의 역사 속에서는 마치 영화 제목과도 같은 ‘그땐 맞고 지금은 틀려진’ 상황들이 너무나도 많이 등장한다. 그 과정에서 이익 주체들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하고 불필요한 처치 과정이나 술식들이 요구되기도 한다. 덩달아 관련 기기나 기술 역시 발전과 쇠퇴를 접하기도 한다. 초창기 임플란트 수술의 선학들은 외부 주수나 내부 주수 중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인지를 두고 갑론을박했고 냉장고에 식염수를 넣어두고 미리 차갑게 해야 한다고 권하기도 했다.

시대의 흐름은 이제 역전돼 임플란트 수술 시 식염수를 꼭 냉장 보관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아졌고, 내부 주수만으로도 문제없다는 인식도 보편화됐다. 일부 연구이기는 하지만 임플란트 드릴링 시 굳이 주수가 없어도 문제가 없었다는 보고도 등장했고, 예전과 같은 1200rpm 이상의 고속 드릴링 없이도 저속 rpm, 심지어는 50rpm의 초저속으로도 임플란트를 심을 수 있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일부 회사들은 이를 이용해 특수한 임플란트 시스템을 내놓거나 자가골을 채득하는 드릴도 출시하고 있으니 정말 바뀌어도 너무 많이 바뀌었다.

진실인 줄 알았던 것이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진실 아닌 것이 진실로 뒤바뀌는 세상이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구인가. 하지만 가장 마지막에 남는 단 하나의 확실한 사실은 이렇게 고민하는 나의 존재이다. 핫해 보이지 않는 일상일지라도 꾸준히 나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사실은 제일 핫한 모습이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술 트렌드
신기술 신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