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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직선제 선거와 저널리즘, 스포트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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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직선제 선거와 저널리즘, 스포트라이트
  • 이수형 원장
  • 승인 2017.01.1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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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연세루트치과) 원장
이수형(글로벌치과) 원장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2016년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전미비평가협회 작품상, 연기 앙상블상, 각본상 등을 받은 작품이다.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던 가톨릭 교회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스캔들 보도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관련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았던 미국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 팀 기자들이 진실을 쫓는 과정을 소재의 충격성보다 기자의 시선으로 담담하면서 우직하게 다뤘다.

국내에서는 작년 2월쯤 개봉해 30만 명 정도가 보며 소소하게 흥행했다. IPTV 등 2차 판권 시장에 풀린지도 제법 됐으니, 스포일러의 실례를 무릅쓰고 간단히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신임 편집장의 제안으로 심층적인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스포트라이트 팀이 한 신부의 아동 성추행 사건에 대해 조사를 시작한다. 과거 유사한 사건들을 조사하고, 관계자들을 인터뷰하면서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수십 년에 걸쳐서 많은 수의 사제들이 취약한 아동들을, 특히나 종교적 의존도가 높은 계층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피해아동들은 성인이 돼서도 평생에 남는 상처를 입고 마약, 자살 등에 빠지고 스스로를 살아남은 생존자로 칭하며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황을 알고 있던 추기경을 비롯한 상부 조직은 법적 공방을 돈으로 무마하고,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축소, 은폐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만큼 수십 년을 덮어왔다.

취재 과정에서 스포트라이트 팀에게 온갖 회유와 협박이 동문회, 취재원, 가톨릭 교회 등을 통해 들어온다. 하지만 ‘그 때 어디에 있었나’, ‘왜 이리 오래 걸렸나’는 때늦음에 대한 취재원들의 원망이 스포트라이트 팀원들에게 가장 아프게 다가온다. 스포트라이트 팀은 이미 70년대부터 있었고, 탐사보도를 할 수 있게 해 준 자료들의 상당부분은 이미 손에 쥐고도 잠들어있던 데이터들이었다. 무엇보다 성추행 사제 20명에 대한 제보를 스포트라이트 팀장 스스로가 중요성을 간과하고 과거에 그냥 묻어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에도 피해자는 계속 생겨났다.

개개인의 문제가 구조적인 문제가 될 때까지 침묵해오던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하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면 충분한가. 이 질문에 대해 영화 속에서 신임 편집장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대부분을 어둠 속에서 실수하면서 보낸다는 것을 쉽게 잊어버리고 지낸다. 그러다 불현듯 빛이 밝아지면, 비난에 대한 각자의 온당한 몫이 모두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1) 거기에 영화에서 스포트라이트 팀이 보여주는 책임감. 과거에 대한 비난은 인정하되, 적어도 현재에 주어진 본분은 다 한다는 저널리즘의 책임감이라면 그에 대한 대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처음 직선제로 치러지는 대한치과의사협회 제30대 협회장 선거가 3월 28일이다. 여러 후보들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벌써부터 구태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사례가 보도되고 있다. 아예 보도도 안 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아쉽게도 개개의 사례를 가볍게 언급하는 선에서 그친다.
최근 한 달 사이의 선거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면, A후보의 a사건은 ㄱ신문에만 보도되고, B후보의 b사건은 ㄴ신문에만 보도되는 식이다. 그냥 묻히는 일들도 있다. 이래서는 보도하는 언론의 의도까지 의심될 지경이다.

직선제에서는 선거 과정의 공정성,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흙탕물 소리까지 듣는 치과계를 바로잡고 나아갈 길을 제시할 협회장을 뽑는 일이니만큼 성역 없이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치과계 언론들이 선거를 모니터링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해본다. 가령 개별로 쓴소리 하기 어렵다면 협업을 하면 어떨까. 혹은 협회 기관지가 먼저 나서면 어떨까. 일개 개원의가 부족하고 거친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 신입 편집장의 패기에 놀란 보스턴 글로브 사장은, 가톨릭교회에 소송을 걸자는 건가, 그 정도로 중요한 일인가, 우리 구독자의 53%가 카톨릭 신자라는 점이 걸린다고 만류한다. 편집장 배런은 답한다. 그 구독자분들도 관심을 가질 거라고. 사장의 만류는 단어만 바꾸면 협회장 선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리고 치과계 언론의 구독자분들도 분명히 관심을 가질 것이다. 어둠 속에서 있던 시간이 끝나고 빛은 밝았는데, 언제까지 손바닥으로 가리고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직선제의 가치를 높여야, 당선된 회장의 가치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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