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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교수의 공감] 더불어 사는 치과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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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교수의 공감] 더불어 사는 치과계
  • 박기호 교수
  • 승인 2016.12.2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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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경희대학교치과대학 교정학교실) 교수

요즘 치과계 선후배들을 만나보면 예전에 비해 표정이 많이 어두운 것 같다. 수년 째 지속되는 불경기에다 치과의사 수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경쟁이 격화돼 모두들 치과를 경영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수입이 줄어드는 것도 힘들지만 공동체 의식이 줄어들어 예전처럼 서로 간에 믿음 없이 나 혼자만 살기 위해 아둥바둥 하고 서로 경계하고 인간미가 없어지는 것이 더욱 힘들다고 한다. 치과계뿐만 아니라 요즘 사회가 돈의 가치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고 어느 새 사람보다 돈이 위에 있는 세상이 돼 버린 것 같다.

며칠 전 강남의 한 대형 치과의 ‘먹튀’ 사건이 언론에 대서특필 됐는데 요즘 치과계의 민낯을 한꺼번에 드러낸 안타까운 사건인 것 같다. 해당 치과는 개설 당시부터 SNS를 활용하여 △메탈 교정 136만 원 △세라믹 교정 166만 원 △클리피씨 교정 186만 원 △투명교정 206만 원 등 이른바 ‘소셜쇼핑’식 저수가 교정 이벤트를 동원해 전국적으로 환자 유인에 열을 올렸다고 한다. 사건이 터지기 두 세 달 전부터는 치료비 선결제 시 추가할인을 해준다며 66만 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환자를 대거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치과가 사무장치과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치과운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사무장이 두 명이나 존재한다는 주변 개원가의 증언이 뒤따르고 있는 상황이고 해당치과는 2012년 개설신고를 한 이후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명의자가 변경됐다고 한다.

이런 패턴의 치과 속성상 교정 담당 의사가 수시로 바뀌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경험이 많고 실력 있는 교정의사도 다른 치과의사가 치료하던 환자를 파악하는 데 두세 달은 기본적으로 걸리는데 몇 개월마다 담당 의사가 바뀌면 환자에 대해 파악만 하다가 몇 개월이 금방 지나가게 된다. 그러니 치료가 제대로 진행 되지 않는 환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이 치과가 아무 대책 없이 문을 닫으면서 서울, 경기의 각 교정 치과마다 이 치과에서 치료 받다가 치료가 안 끝나거나 문제가 생긴 환자들이 삼삼오오 떠돌고 있다고 한다. 또 인터넷 카페에 모인 1천 명이 넘는 환자들이 법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얼마나 낯 뜨거운 일인가? 우리는 치과의사로서 맡겨진 환자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야 하고 반드시 끝까지 환자를 책임질 수 있을 정도의 수가를 정해야 한다. 당장 눈 앞의 이익만을 위해 책임 지지도 못할 수가를 책정하고 이벤트를 통해 초반에 많은 수익을 올린 후에 환자에 대해서 나 몰라라 한다면 이는 의료인이라 불리기 부끄러운 처사라 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번에 언론에 크게 노출된 치과와 유사한 방식으로 경영과 진료를 하는 다른 치과들이 꽤 있으며 제2, 제3의 먹튀 치과가 머지 않아 나올 것이라는 얘기들이 많이 들린다는 것이다.

이런 경영 방식은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게 된다. 이미 피해를 본 치과도 등장했다. 갑작스럽게 폐업을 하게 됐다며 진료 중인 환자들의 후처치를 부탁 받은 인근 치과 원장은 선의의 마음으로 이를 협의했다가 환자들의 불만을 한꺼번에 받아 상황이 매우 난처하게 됐다고 한다. 또한 몇 달간 결제가 밀려 미수금이 쌓였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교정재료를 납품해온 업체나 기공소들의 피해도 상당하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환자들의 피해가 상당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이러한 기형적인 치과의 이미지가 전체 치과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 것도 문제점이다. 어떤 이벤트 치과는 해당 치과를 가격이 싼 양심적인 치과로 포장하고 있다. 과연 진료비가 싸고 이벤트를 하는 치과가 양심적인 치과인가? 문제가 되었던 치과처럼 환자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다면 아무리 진료비가 싸도 양심 불량 치과라고 불려야 할 것이다.

어떤 원장은 “이번 사건은 치과 진료를 ‘가격’이라는 가치로만 매몰시킨 세태가 낳은 현재진행형 비극”이라며 “가격이 싸다고 해서 환자가 몰리는 상황이라면, 제2, 제3의 A치과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고 한다.

현재 많은 치과 원장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국내 경제의 장기불황이나 치과의사 수의 증가 등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대외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의료 윤리와 공동체 의식이 부족해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고 나만 살아보겠다고 달려드는 내부적인 이유도 상당하다고 생각된다. 지금처럼 인간미 없고 서로를 경계해야 하는 치과계의 현실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현실이 오래 갈수록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피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십 년 전만 해도 의과대학 보다 인기가 좋아서 점수도 높고 인재가 몰리던 치과대학이 지금은 의과보다 인기가 많이 떨어지고 있다.

이런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승화시킬 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지는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원칙을 지키는 우리 모두의 단합된 힘에 의해 좌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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