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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책임 소비자에 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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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책임 소비자에 전가”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2.07.18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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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판매 상비약 품목 정해지자 약사 반발

금년 11월부터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안전상비의약품의 품목이 정해지자 제약업계의 계산기가 바빠지고 있다. 특히 약사들은 국민보건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비난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 결정내용과 제약업계 및 약사들의 반응을 살펴본다.

기준 충족하는 13개 품목 지정
안전상비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골자로 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지난 5월 2일. 보건복지부는 2개월여 만인 지난 5일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열어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4개 효능군의 13개 품목을 편의점 판매 약으로 결정했다.

편의점 판매가 결정된 품목은 타이레놀500㎎, 판콜에이내복액, 훼스탈플러스, ?신신파스아렉스 등이며, 논란이 거듭되던 피임제는 이달 안으로 판매 여부와 범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또 위원회 의견에 따라 제도 시행 6개월 후 소비자의 안전상비의약품 사용실태 등을 중간 점검하고, 시행 1년 후 품목을 재조정키로 했다. 아울러 추후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조정을 위한 검토와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위원회에서는 13개 품목 외에 지사제?제산제?진경제 등의 추가 지정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며, 지정된 13개 중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지정 필요성에 대한 이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경실 복지부 의약품정책과장은 “이번 품목 선정은 임산부 금기 등 사용상 특별한 주의사항이 있는 의약품 등을 제외하는 ‘안전상비의약품 지정기준’을 충족하면서, 심야, 공휴일 등에 긴급하게 사용되는 점을 감안해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높은 품목을 우선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하고 “품목이 정해진 만큼, 포장단위?표시기재 변경 등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작년 7월 자양강장변질제와 액상소화제, 외용연고제, 정장제, 생약성분파스 등의 의약외품 전환과 함께 이번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에 따라 약국이 아닌 편의점 등을 통해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어 소비자 편의가 증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랜드 품목 시장 영향 클 듯
업계에서는 이번에 확정된 편의점 판매 안전상비약의 시장규모가 2010년 기준 57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국내 일반약 시장규모가 1조9000억원에 이른다는 업계 분석을 기준으로 보면 전체 일반약 시장의 3% 가량을 차지하므로 상당한 규모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확정된 13개 품목이 대부분 일반약 시장에서 대표성을 띤 브랜드 품목이기 때문에 약국 외에서 판매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넘어 이렇게 큰 시장이 새로 형성되는 것에 대해 제약업계에서는 반기는 면이 적지 않다. 그러나 약품의 가장 큰 소비자인 약사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다.

또 한편으로는 지난해 자양강장제와 액제소화제, 상처치료제, 진통제 등의 일반약이 일부 의약외품으로 전환됐지만 최근까지 박카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외품 전환 일반약이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상비약 시장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속적인 제도 보완 필요
이러한 안전상비약의 편의점 판매에 대해 약사들은 약물 오남용 및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한 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3개 품목에 대한 안전성이 입증된 만큼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해도 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지만 약사들은 타이레놀의 경우 지난해 국감에서도 부작용 여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었다며 우려감을 숨기지 않았다.

노원구의 한 약사는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이 간독성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학설”이라며 “타이레놀의 병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매우 심각한 정도”라고 우려했다.

감기약인 판콜에이내복액도 진해거담제나 해열진통제, 항히스타민제, 진정제 등과 동시 복용해서는 안 되는 등 소비자가 가볍게 생각하는 약들도 모두 인체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세세한 주의가 필요하며, 이에 대한 복약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이에 대해 한 시민은 “지금까지 약국에서 약을 사면서 부작용 등에 대한 주의 설명이나 복약지도를 받은 적이 없다”며 “약사에게 사나 편의점 종업원에게 사나 복약지도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설명서를 잘 읽어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복약지도 필요성 주장을 일축했다.

약사들은 이와 함께 정부가 안전상비약의 편의점 판매를 위해 마련한 안정성 보장 방안이 현실적으로 시행에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1일 판매량은 포장을 조정해 하루치 수준으로 제한하도록 했으나 편의점에서 일하는 비전문가가 약을 사겠다는 고객을 제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안전상비약의 안전성 확보와 품질관리를 위해 편의점 점주 이외에 종사자에게도 교육을 명할 수 있도록 한다지만 대부분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채용되는 종업원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는 어렵지 않겠냐며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약사들은 국가의료기관의 야간·공휴일 진료, 약국 당번제의 제도적 활성화 등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안전성과 편리성 모두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국민 보건을 위해서는 제도의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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