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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건강은 안중에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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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건강은 안중에 없나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2.06.22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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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재분류 공청회서 갑론을박 거듭… 7월까지 의견수렴

▲ 의약품 재분류에 대한 공청회가 사회 각계의 관심 속에 개최됐다.
사전 피임제를 일반약에서 전문약으로, 응급 피임제를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전환하는 의약품 재분류안이 발표(본보 6월 18일자 14쪽 기사 참조)되자 의료계는 물론 학계와 시민‧사회‧종교단체를 비롯한 각계 의견이 찬반으로 양분돼 논쟁을 거듭했다.

혼란이 가중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15일 오후 3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주관으로 ‘피임제 재분류(안)에 관한 공청회’를 갖고 이번 분류에 대한 각계 의견을 다시 수렴했다.

이날 이선희 식약청 의약품심사부장은 사전 피임제의 전문약 전환에 대해 △피임효과를 위해 장기간 복용하면서 여성 호르몬 수치에 영향을 미치고 △혈전증 등 부작용 우려와 투여금지 및 신중투여 대상이 넓어 사전에 의사와 논의 및 정기적 검진이 권장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응급 피임제는 △국내외에서 장기간 사용됨에도 부작용 발현양상 등에 특이사항이 없고 △장기 또는 정기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1회 복용약이므로 일반약으로 분류하되 △청소년 등은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사용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장의 발언에 이어진 이날 공청회의 주장은 크게 둘로 갈려 진행됐다. 대한의사협회와 낙태반대운동연합, 생명운동본부 등은 사전‧사후 피임제 모두를 전문약으로 전환하거나 분업예외의약품으로 지정할 것을 주장한 반면 대한약사회와 경실련, 여성민우회, 녹색소비자연대 등은 모두 일반약 유지를 요구했다.

▲ 의약품 재분류에 대한 사회 각계의 관심을 반영하듯 언론의 이목이 집중됐다.
“모든 피임약 일반약으로”
김대업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종교단체에서 주장하는 성문란, 성교육의 필요성 등에 대해 동의한다”며 “그러나 사후피임약은 일반약 전환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접근성 제고, 의료비용도 줄여야 한다”면서 “현재 피임약을 의사 처방을 받아 조제하면 2만1000원 정도가 소요되지만, 약국에서 구입하면 의사의 진찰료 등이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김인숙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는 “사전피임약의 전문약 전환은 여성의 접근성을 차단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사회경제적 이유로 병원에서 처방받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접근성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특히 원치 않는 임신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면서 “사전‧사후피임약 모두 일반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본부장도 “여성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다만 여성이나 청소년들의 성교육 등은 별도 교육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준 경실련 보건의료위원회 정책위원(한양대 의대 교수)는 “긴급피임제는 극단적일 경우 사용해야 하지만 오남용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그것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최원주 산부인과학회 부회장이 복지부 앞에서 피임제 일반약 분류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여성건강에 심각한 악영향”
이에 대해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낙태반대운동연합, 대한의사협회, 한국생명윤리학회 등은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피임약을 복용해야 하고,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한 낙태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인숙 생명운동본부 생명위원은 “응급피임약이 일반약으로 전환될 경우 상습복용으로 인한 자궁외임신 등이 여성들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현철 낙반연 회장도 “응급피임약은 정말 응급상황에서 사용돼야 하는 약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돼 일반적인 피임제로 오해될 수 있다”며 “응급피임약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됐을 때 낙태율이 더 올라간 외국의 경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안나 진오비(gynob,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 대변인은 “응급피임약이 전문약일 경우 비용이 많이 든다지만 오히려 낙태로 인한 비용이 더 많이 들고, 여성들의 건강문제는 심각해진다”고 역설한 뒤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정부가 비용을 대신 지불해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고, 시민단체들은 의사들이 제대로 진료를 하고 있는지 감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최정수 보사연 연구위원은 “장기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피해가 우려되는 계층은 누구인지, 그리고 지원책은 없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모든 여성이 피임제 복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의료적 지원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가에 대해 정부는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7월말까지 의견 수렴할 것”
지정토론에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일반약 전환 찬성’ 의견을 낸 토론자에게 청중이 야유를 보내고 고성을 지르는 등 찬반의견이 제대로 교환되지 못할 만큼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먼저 신부와 스님으로 자신을 소개한 종교인들은 인구감소와 생명의 소중함을 위해서 이번 재분류는 절대 이뤄져선 안된다고 역설했다.

이어 한 산부인과 의사는 “일반약 전환으로 저소득층 여성들의 사후피임약 접근성을 높인다는 취지라면 보험급여에 넣는 것이 궁극의 해결책”이라며 “정부는 보험금을 절약하고자 위험한 사후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해 국민이 비용을 부담하게 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학생이라는 20대 여성은 “사후피임약 사용이 늘어나도 낙태가 전혀 줄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듯이, 국민인식은 바뀌지 않고 제도만 바뀌었을 때 발생하는 아노미 상태가 이번에도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분만병원협회 대표자라는 한 남성은 “응급 피임약은 사전 피임약의 60배에 달하는 농도의 호르몬을 함유하고 있어 매우 위험하다”며 높은 농도의 피임약이 일반약으로, 낮은 농도의 피임약이 전문약으로 전환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이선희 부장은 “많은 단체가 오남용을 우려하는 것은 이해한다. 만약 우리가 놓친 부분이 있다면 의견서를 7월까지 제출해 주면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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