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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교수의 칼럼] 막내의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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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교수의 칼럼] 막내의 설움
  • 김영수 교수
  • 승인 2016.05.1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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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고대구로병원 예방치과) 교수

 

필자는 4남 1녀의 넷째, 막내아들이다. 살면서 여동생을 둔 막내아들로 지낸 것이 자주 불만스러웠다.
치과를 운영하는 선,후배 치과원장들이 신입 치과위생사 직원을 구해 달라고 한다.

필자가 아는 학과장들을 통해 이리저리 주선을 해 줬다. 그런데 들리는 후폭풍이 심상치가 않다. 친하게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제자로부터 치과의 ‘막내’ 이야기를 듣고 필자의 ‘막내 서러움’이 다시 생각이 나서 이 글을 적는다.

치과의 인력 구조를 살펴보면, 치과의 규모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맨 위에 원장이 있고, 그 아래 실장이라는 치과위생사 또는 코디네이터라는 직종의 직원이 치과를 총괄지휘하고, 그 밑으로 취업 연차별로 치과위생사들이 층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 구조물을 받치고 있는 맨 아래 층의 막내들의 이직이 잦다는 것이고, 당연히 결원이 생기면 원장 입장에서는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서 인력 충원을 할 것이지만, 이게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형제 관계도 아닌데 어느 누구도 막내로 평생(?)을 살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1년이 지나면 막내를 면할 수 있다는 유혹을 모든 원장과 실장들이 하지만, 이 약속은 어느 순간 요원해진다. 더 이상의 막내는 그 치과에 채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원장 입장에서는 해마다 연봉 등이 올라가는데 무슨 막내 타령이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라는 노래 제목으로 대신 설명할 수 있다.

어느 치과위생사, 간호조무사도 1년 정도 치과 내 허드렛일을 포함한 과도한 업무를 한 경우, 후배가 들어오면 그 일을 신입 후배에게 넘기고 싶어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매년 후배 신입에게 업무인계가 일어난다면 별 문제가 없고, 어떤 과중한 업무도 1년 동안은 감당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치과의 인력 구조가 피라미드와 같이 아래가 넓고 위가 좁은 구조라면 능력을 발휘해서 위로 올라가든지 이직을 하든지 할 수 있지만, 필자의 형제관계처럼, 일 잘하는 선배를 퇴출시키지 않고 더 이상 신입 직원을 채용하지 않게 되는 직육면체 구조라면, 그 치과에서 막내는 영원히(?) 막내 신세가 된다는 것이다.

막내가 그 직장이 싫어서 이직을 하게 되면 당분간은 막내가 하던 일을 선배인 ‘언니’들이 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후에 새로 채용된 신입 치과위생사 직원에게는 원래 막내가 했던 업무에 평소에 ‘언니들’이 하기 싫어했던 모든 일을 추가해 부담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 원장이 지나가는 농담으로 ‘우리 치과는 주말에 오는 알바생 치과위생사가 제일 열심히 일해요’라고 말할 때 많은 원장들이 공감한다고 한다.

이런 사건의 결과는 우리의 낮에 알지 못했던 그들의 밤에 힘들어했던 막내가 사직서를 들고 원장실 문을 두드리게 되면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원장의 생각 중 ‘저 직원은 일을 잘 하니까 계속 같이 가겠다’라는 생각을 바꿔줘야 한다.

삼국지에 와룡과 봉추가 등장한다. 훗날 역사가들은 그 둘은 한 시대에 함께 있어 불행했다고 평한다. 둘 중 한 사람만을 유비가 선택했다면 방통은 전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비유가 극단적일지 모르겠지만 두 명의 치과위생사가 비슷하게 능력 개발이 됐다면, 그 둘 중 한 친구를 선택하고 한 친구를 다른 곳으로 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선택을 하지 않으면 그들 밑에서 승급을 바라던 우리의 불쌍한 막내들은 더 이상 계약 연장을 청원하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작은 희망을 줘야 막내가 살아남는다. 살아남는 막내들이 굳건히 버텨줘야 피라미드는 유지가 된다.

나무를 정원사가 다듬을 때 어느 부위를 쳐 내는지 한 번 생각해 보면 된다.
막내들에게 영원히 불이익을 주겠다고 작정한 원장이나 선배 치과위생사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딸이나 동생들과 똑같이, 귀한 집 딸과 동생들이 지금 여러 선생님들의 치과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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