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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베트남, 민간외교대사 역할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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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베트남, 민간외교대사 역할 ‘톡톡’
  • 이현정기자
  • 승인 2012.06.15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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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주)바이오티아이에스 김인경 대표

올해는 한국-베트남 수교 2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식민의 역사와 분단 그리고 전쟁, 앞서거니 뒷서거니 닮은꼴의 역사를 거쳐온 두 나라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국제협력의 동반자로 20년을 함께 걸어온 뜻 깊은 2012년. 양국 관계가 급속하게 발전해 오는 동안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양으로, 음으로, 양국의 교류협력에서 민간외교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 온 치과의사, (주)바이오티아이에스 김인경 대표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났다. 병원에서 만난 김 대표는 현재 소아 악성 뇌종양 ATRT(Atypical Teratoid Rhabdoid Tumor)를 앓고 있는 베트남 어린이 Tran Viet Hoang(11)의 병상을 돌보며 베트남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내비치고 있었다.

“2월 하노이 출장 중에 베트남치과의사협회 Chau 부회장이 초청한 저녁자리에 갔다가 Tran Viet Hoang(이하 Hoang)의 이야기를 알게 됐어요. 뇌종양 진단을 받았는데 5×7cm의 큰 종양이 뇌 가운데 위치해 베트남에서 수술이 어렵다는 겁니다. 아이는 왼쪽에 마비가 와서 거동이 힘들 정도로, 상태도 하루하루 나빠지고 있는 거에요”

어린 아이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된 김 대표는 그 자리에서 바로 평소 친분이 있던 김희진(연세치대)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세브란스병원에 MRI 자문을 부탁했다. 다행히 응급수술을 해주겠다는 김동석(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외과) 교수의 회신을 접한 김 대표는 Hoang의 가족들에게 이를 알리고, 대사관 비자 발급 업무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해 Hoang의 병을 알게 된지 단 나흘 만에 한국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힘썼다. 아마도 7년여 동안 묵묵히 베트남에 임플란트 술식을 전파하며 치의학의 발전을 이끌어 오는 동안 한국과 베트남에서 쌓은 인연들 덕분이었으리라.

한국에 도착해 바로 오후 2시경 수술실에 들어간 Hoang은 다음달 아침 7시까지 장장 17시간의 대수술을 끝마치고서야 비로소 중환자실로 옮길 수 있었다.

“의료진으로부터 일주일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보통 비자 발급이 한달쯤 걸리는데 아이의 위독함을 알리고 2박 3일만에 비자 발급해 들어오고, 김희진 교수와 세브란스 의료진 도움으로 가까스로 아이를 살릴 수 있었던 겁니다”

Hoang이 앓고 있는 ATRT는 국내에도 알려진지 10여 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희귀 악성 뇌종양이다. 대한소아신경외과학회가 이상적인 치료 프로토콜을 만들었지만 생존률이 20%에 이를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아 그야말로 ‘기적’을 바라야 할 뿐이다.



“다행히 수술이 잘 됐습니다. 프로토콜대로 33번의 방사선 치료도 무사히 끝났고, 1차 항암치료를 받고 있어요. 6개월 동안 매달 일반 농도의 항암제를 투여하다가 마지막 7개월 째에는 3~4배 고농도의 항암제를 투여하게 된다고 합니다. 중간에 백혈구 수치 회복을 위해 조혈모세포 이식도 하고…. 재발률이 높은 종양이니까 쉽지 않은 치료가 계속될 거에요”

인터뷰가 예정됐던 이 날, Hoang이 갑작스레 백혈구 수치가 급격히 떨어져 폐렴증상이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수술 후 회복되고 있는 Hoang의 미소를 담고자 했던 애초 예상이 어긋난 순간. 무균실에 재입원을 앞둔 Hoang을 바라보는 김 대표는 마치 자신의 자녀를 대하듯 속이 타들어가는 표정이다.
Hoang 생존가능성이 1%라도 된다면 수술을 받겠다고 한국을 따라나선 Hoang의 부모까지 챙기느라 더욱 정신이 없어 보였다 .

자식을 살리기 위해 한국에 온 그의 가족들을 위해 서울의 주거공간까지 마련한 세심한 마음 씀씀이가 그가 베트남에 쌓아온 애정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모든 부모가 그렇겠지만 Hoang의 부모가 자녀에게 쏟는 사랑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면 정말 존경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부모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가 그래요. 모든 가족이 이 아이를 살리기 위해 돕고 노력하거든요. 한국은 이미 대가족제도가 와해됐지만 Hoang을 돌보는 동안 베트남의 끈끈한 가족애를 느끼는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몇 개월 Hoang의 항암치료가 계속된다. 면역력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Hoang의 건강이 자칫 악화되지 않도록 불보듯 Hoang의 가족만큼이나 마음을 쓸 그이다.

7년간 베트남을 오간 횟수만 120여 차례. 베트남에서 맺은 인연들에 대한 이 같은 헌신. 베트남에 대한 애정이 왜 이렇게 남다르냐는 질문에 “어릴 적 추억 같은 모습이 산재해 마음이 끌리는 곳”이라고 답하는 김 대표는 “일단 지금은 Hoang의 쾌유가 가장 큰 목표”라면서 “환자의 회복을 위해 많은 이들이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길 바란다”는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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