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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피임약 오남용 대책 선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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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피임약 오남용 대책 선결하라”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2.06.1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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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재분류… 전문약에 사전피임제 넣기 위한 거래로 오인

▲ 의협이 긴급연석회의를 열어 의약품 재분류 결과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피서철인 6‧7월 여름이 응급피임약으로 어지럽다. 치과계가 틀니 보험급여 문제로, 의료계가 포괄수가제 시행에 대한 논란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약계에서는 의약품 재분류와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에 대한 논쟁이 7월까지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청(청장 이희성)은 과학기술발전 등 보건의료 환경변화에 대응해 국민들이 의약품을 안전하고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의약품을 재분류 했다고 7일 발표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이번 의약품 재분류(안)은 열람기간(20일)과 의견 제출 기간(10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 등을 거쳐 이르면 7월말 확정할 계획이지만 피임제 분류의 경우에는 과학적 판단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므로 폭넓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혀 ‘사회적 합의’를 강조했다. 식약청은 의견수렴을 위해 사전·사후피임제 재분류 관련 공청회를 15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한국화재보험협회 대강에서 개최했다.

식약청은 국내 허가된 완제의약품 총 3만9254개 품목 가운데 주사제, 마약, 비타민제 등 전문·일반 분류가 명확한 3만785개 등은 제외하고 총 6879품목을 집중적으로 검토한 결과, 전환되는 품목은 총 526개로 일반에서 전문 273개, 전문에서 일반 212개, 전문에서 동시분류 40개, 그리고 일반에서 동시분류 1개라고 밝혔다.

일반에서 전문으로 전환되는 주요 의약품은 부작용 관리를 위해 의사의 지시·감독이 필요한 어린이 키미테 패취와 사전피임제, 우루사 정 200㎎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전문에서 일반으로 전환되는 주요 의약품은 잔탁 정 75㎎과 응급피임제, 무좀 치료제 등이며, 식약청은 일반약 분류기준으로 안전성과 국내외 임상사용결과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식약청은 또 “이번 재분류로 인한 국내 허가된 완제의약품 중 전문의약품 비율은 56.2%에서 56.4%, 일반의약품은 43.8%에서 43.6%로 비율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의협… 사회적 파장‧폐해 우려
대한의사협회는 12일 저녁 긴급연석회의를 열어 의약품 재분류 결과를 검토하고, 대국민 입장표명을 통해 “응급피임약의 재분류에 따라 막대한 사회적 파장과 폐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식약청이 응급피임약의 안전성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음에도 의사들은 이번 재분류에 왜 반발하는 것일까.

의협은 응급피임약이 일반약으로 분류돼 약국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되더라도 임신율과 낙태율은 줄지 않고 오히려 성병의 발생이 늘어난다는 해외 연구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즉 “응급피임약은 15% 내외의 높은 실패율을 보여 6명 중 1명은 응급피임약의 복용으로 임신을 막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응급피임약의 복용 후 관리부실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응급피임약은 복용 후 평균 3명 중 1명에서 질 출혈이 발생하고 이를 생리로 오인하면서 차후에 원치 않는 임신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뿐만 아니라 부정출혈을 정상적인 생리로 오인해 임신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 자궁외임신의 진단이 지연되는 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위험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오남용 문제 우려
약의 오남용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과 달리 사전 피임약의 복용률이 크게 낮기 때문에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할 경우 극심한 오남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선진국 여성들이 사전피임약을 2~3명에 1명꼴로 복용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 여성들은 평균 40명에 1명꼴로 복용할 뿐”이라며 “이것은 응급피임약을 사용할 잠재여성이 매우 많다는 결론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각종 부작용들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응급피임약은 일반 피임약에 비해 약 15배 이상 많은 호르몬을 함유하고 있어 1회의 생리주기에 1회만 사용해야 하는데 이를 몰라 무분별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경우 피임의 실패율이 크게 증가할 뿐 아니라 특히 청소년에게 남용되는 경우 호르몬의 불균형을 가져와 임신 불능을 초래할 위험성까지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또 “우리나라 여성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응급피임약 오남용의 위험을 증가시킬 일반의약품 전환이 아니라 사전 피임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자신에게 맞는 피임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전문가에게 피임과 관련된 상담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의료소비자도 ‘시기상조’ 지적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1일 식약청의 의약품 재분류에 대한 입장 발표를 통해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은 시기상조라며, 먼저 오남용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응급피임약이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약이라는 점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지금 약국에서 판매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국민이 낙태약으로 생각한다는 점과 오남용 방지 대책 및 청소년 보호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이번 식약청의 발표는 식약청도 충분히 문제를 알고 있음에도 사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기 위해 약계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한 거래로 오인되기에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대한주부클럽연합회도 8일 식약청장에게 보낸 건의문에서 “사후피임약이 일반약으로 전환되면 청소년들의 오남용이 발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당국이 시행하려는 의약품 재분류에 의료계와 약사, 그리고 의료소비자의 입장이 뒤엉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사들은 “의약품 재분류에 있어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오직 국민의 건강뿐”이라며 “여기에는 어떠한 금전적, 정치적 이해관계도 관여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것이 의사의 진심이든 아니든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관계자가 원칙적으로 동의해야 할 Key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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