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14 16:46 (화)
[박정철 교수의 기묘한 이야기]Her, 그리고 치리
상태바
[박정철 교수의 기묘한 이야기]Her, 그리고 치리
  • 박정철 교수
  • 승인 2016.01.28 1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정철(단국대학교치과대학 치주과학교실) 교수

 

독창적인 스토리를 인정받아 2014년도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그녀 (Her)’에서 주인공은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OS 1의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다가올 미래의 기술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를 잘 보여준 좋은 영화이지만 무엇보다 치과 영역의 확장을 위해 미래 기술 개발에 관심이 많은 필자는 영화 속의 사만다라는 존재에 주목했다.

현재 애플 사의 시리(Siri)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Cortana), 구글 나우(Google now) 등의 음성 인식형 개인 비서 서비스들은 음성 명령을 인식하고 그에 맞는 기능을 실행하는 서비스로 이미 생활 속에서 보편화됐다.

놀랍게도 국내에서는 이미 수 년 전에 현대전자에서 개발한 걸리버라는 핸드폰을 통해 음성으로 원하는 상대에게 전화를 거는 기술이 선보여진 바 있다. 물론 그 수준은 매우 초보적인 것으로서 음성 인식 개발 단계의 1단계인 Voice Activation에 불과하다. 하지만 Siri의 경우 2단계인 Speech Recognition & Transcription 단계를 넘어 사용자의 농담에 적절히 응대함으로써 Intent & Meaning을 이해하는 3단계를 넘어서게 됐다.

이러한 발전에 힘입어 음성인식기술은 보안, 금융, 교육 분야로 확대됐고 최근에는 의료영역에서까지 활발하게 사용되기 시작함으로써 음성인식은 연 18% 이상의 성장을 보이는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 했다.

치주연구 특성 상 필자는 환자의 전악에 걸쳐 Probing Depth, Plaque Index, Gingival Index를 계측하는 일이 많은데 한 두명의 환자가 아닌 100여 명의 환자를 수개월에 걸쳐 반복적으로 계측하다보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우선 차팅을 받아적는 보조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며, 대략 20분 가까이 걸리는 검사 시간 동안 보조 인력의 인력 낭비가 발생한다.

임상에서 환자를 진료해 본 경험이 있다면 이것이 얼마나 큰 비용인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연구 담당자는 이렇게 기록된 수치를 다시 전산에 입력을 해야 하는데 시간도 많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많은 입력 오류가 발생하곤 한다.


이러한 번거로움을 해소하고자 필자는 Periodontal Index Charting Assistant ­ Sound Oriented(PICASO)라는 음성인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것은 보조 인력의 도움 없이도 술자의 음성 명령을 인식하여 각종 계측치를 입력하고 손쉽게 전산 데이터로 저장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도구를 통해 향후 많은 치의학 연구기관들이 보조인력의 낭비 없이도 다양한 임상 연구에서 편리하고 정확하게 데이터를 수집,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음성기술과 인공지능을 조합한 기술을 응용하면 치과분야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의무 기록을 음성으로 입력하거나, 로봇 수술 시 음성 제어, 중증장애인의 환경제어, 환자 개인의 상태분석 등의 영역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어 음성인식 기술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의무 기록 관리에 관해 규제가 엄격하여 적용이 까다롭고, 시장이 작아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더딘 도입을 보이고 있어 안타까운 실정이다.

음성인식의 인터페이스 특성 상 먼저 시스템의 호칭을 불러 명령 입력 상태로 들어가게 해야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만큼, 멋진 이름을 지어주는 것도 중요하겠다.

필자와 함께 개발을 하는 프로그래머는 선뜻 ‘치리’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 뜻은 ‘치과 시리’의 준말이라고 한다. 조만간 더 많은 치리가 우리 곁에 등장해 임상과 연구에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술 트렌드
신기술 신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