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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진료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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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진료 반성합니다”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2.05.31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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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포괄수가제 반대 기자회견서 양심선언

 

“그 동안 의사들은 원가 이하의 진료수가를 강요하는 제도 안에서 과잉진료 등 편법 불법진료를 해왔음을 고백하고 반성합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그대로 방치한 채, 어쩔 수 없다는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편법과 불법을 동원한 것을 고백하고 반성합니다. 그리고 저렴한 의료비를 내고도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정부가 국민을 속이는 것을 옆에서 바라만 보고 침묵해온 것을 반성합니다.”

의협이 포괄수가제 강제도입 반대를 하면서 국민에게 양심선언을 하고 나섰다. 그동안 의료계의 이익을 위해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는 철저한 엘리트 집단에서 국민에게 고백하고 반성하는 동반자 집단으로 돌아서는 시도를 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편법진료 … 국민에 사과
의협은 22일 오전 10시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보건의료계 전문지 및 방송 및 일간지 등 50여 언론사가 참석한 가운데 포괄수가제 도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노환규 의협회장은 미리 준비한 회견문을 통해 “의료계가 정부의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을 통한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는 첫째 포괄수가제가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위험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며, 둘째 우리나라는 포괄수가제 확대를 위한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위험을 사전에 막으려면 반드시 몇 가지 사전장치가 준비돼야 한다”면서 그 첫째로 적절한 비용, 즉 적정수가를 꼽았다. 포괄수가제가 가져올 수 있는 많은 위험들은 진료의 수가, 즉 사전에 정해진 진료비가 저렴하게 책정될수록 그 위험이 커진다는 것.

두 번째는 적정진료를 위해 포괄수가제를 세분화하여 각기 다른 수가를 적용하기 위한 환자 분류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한 환자나 중한 환자의 수가가 똑 같다면 중한 환자는 모든 의사들이 회피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이다.

세 번째는, 과소진료를 방지하기 위해 의사의 행위료를 분리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임상진료지침과 진료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모니터링 방안이 미리 마련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의사들이 필요한 검사를 누락시키지 않도록, 필요한 처치를 생략하지 않도록 질 관리를 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근본적 문제 방치 않을 것”
노 회장은 “우리나라는 이 네 가지 사전장치가 모두 준비되지 않았음에도 정부는 선시행, 후보완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이며 한 번 잃은 생명은 보완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특히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가 포괄수가제 도입 이유를 의사들의 과잉진료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그 말은 사실이다. 실제로 그런 과잉진료가 있어왔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과잉진료의 원인은 다름 아닌 원가에 못 미치는 낮은 진료수가이며, 저희 의사들은 앞으로 더 이상 근본적인 문제를 방치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혀 진료수가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파업의 ‘ㅍ’자도 거론한 적 없다”며 무조건 의료파업부터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정부가 국민과 의료계와 합의하지 않고 강행한다면 모든 것을 걸고 싸울것”이라며 ‘국민적 합의’를 요구했다.

포괄수가제 환자만족도 높아
반면, 복지부는 의협의 의료의 질 저하 주장에 대해 “포괄수가제 당연적용 시에도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는 없을 것”이라며 “이는 제도가 시행되기 전 5년간의 시범사업과 2002년 이후 10년간의 실제적용 경험에서 충분히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배경택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도 발전방안 연구 결과(2009. 충북대·서울대 강길원)’를 인용하며 “재입원율의 경우 행위별수가제 시행 의료기관과 포괄수가제 적용 의료기관 간의 차이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수술환자 관리 모니터링의 대부분 항목에서 매우 낮은 이상소견율과 불일치율을 나타내고 있다”며 의협 주장을 일축했다.

배 과장은 특히 “환자만족도 조사결과 행위별 수가제가 87%인데 반해 포괄수가제가 96%로 더 높게 나타났으며, 7개 입원환자에 대한 수술건수나 진료수준이 높은 ‘전문병원’ 대부분이 현재 포괄수가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포괄수가제와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가 무관함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아울러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 시행과 함께 의료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한 대책도 동시에 시행할 예정”이라며 “포괄수가 적용환자의 의료서비스 질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할 것이고, 이를 위해 의료계와 함께 18개의 지표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의 18개 지표는 △수술 전 필수검사 이행률 △수술 전 항생제 사용률 △입원 중 감염률 △합병증 발생률 △퇴원 후 재입원율 △응급실 이용률 등이다.

또한 의료계가 자발적으로 임상진료지침 및 병원 내 임상경로 등의 개발과 교육?보급?확대 등 질 향상 노력을 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지원하고, 의료서비스의 성과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성과지불제(P4P, pay for performance)의 적용확대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협이 과별 개원의사 회장단 긴급회의와 16개 시도지부장 연석회의를 열어 정부의 포괄수가제 강제도입을 전면 거부하기로 결의하고, 문제점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가운데 심평원은 21일 포괄수가제의 장점을 강조하는 국제 심포지엄을 서울 COEX에서 개최했다 (심포지엄 상보 6월 4일자 게재 예정).

기자회견을 하거나 심포지엄을 통해 제도의 장단점을 검토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제도 도입 시기가 7월로 정해져 있다면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지금은 당사자 간 이해의 폭을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양자가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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