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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號, 대정부 투쟁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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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號, 대정부 투쟁개시?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2.05.23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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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수가제 전면 거부… 장관과 공개토론 제안

▲ 건보공단이 개최한 건보재정 토론회.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 강제적용이 오는 7월로 예고된 가운데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전면 거부를 결의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의협은 지난 9일 20개 과별 개원의사회장단 긴급 연석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의했다. 또한 포괄수가제와 관련된 대정부 논의 창구를 의협으로 단일화해 과목별 개별 접촉은 하지도, 인정하지도 않기로 했다. 이어 12일에는 집행부와 16개 시도지부장 연석회의를 열어 이러한 원칙을 재확인했다.

노 집행부의 이 같은 행보는 이미 예견돼 왔으며, 앞으로 그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의 포괄수가제 도입 이유와 의사가 반대하는 이유를 살펴본다.

포괄수가제가 뭐길래
포괄수가제는 7개 질병군별 입원환자에 대해 미리 책정된 일정액의 진료비를 보상하는 제도이다. 쉽게 말해 맹장수술 1건에 얼마, 제왕절개분만 1건에 얼마 하는 식으로 진료비를 미리 정해 놓고 지불하는 것.

해당되는 7개 질병군은 △안과의 수정체수술(백내장수술) △이비인후과의 편도 및 아데노이드 수술 △외과의 충수절제술(맹장염수술)·항문수술(치질수술 등)·서혜 및 대퇴부 탈장수술(장관절제 미동반) △산부인과에서의 자궁 및 자궁부속기수술(악성종양 제외)·제왕절개분만 등이다.

대상 범위에는 질병군 진료에 필요한 대부분의 의료행위, 치료재료, 약제비용이 보험급여에 포함된다. 다만 상급병실료 차액이나 선택진료료, 미용 목적의 수술, 초음파 및 조절성인공수정체 등은 비급여 대상이다.

현재 포괄수가제는 희망하는 요양기관에서만 시행되고 있으며, 2011년 1월 말 기준으로 총 2324개 병·의원에서만 적용되고 있다. 이것이 오는 7월부터 5만6000여 곳의 전체 요양기관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보험재정 안정 위해 도입
의협이 개원의사회장 연석회의를 열던 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재정현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 박민수 복지부 보험정책과장.
이 자리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하며, 현재 진행되는 지불제도와 부과체계 개편을 어떻게 이뤄내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포괄수가제도 이 같은 측면에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과장은 “포괄수가제는 첫째 급여화 되지 않은 행위를 급여목록으로 들여와 가입자의 보장성을 확대하고, 둘째 지불제 개편의 과정에서 기존 수가체계의 문제점을 짚어주고 적정한 보상기전을 마련해 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위별 수가제를 유지하면서 공급자가 수가 인상을 요구하니 가입자가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고 하면, 누가 동의하겠는가. 지불제 개편이 이 틀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과체계 개편은 ‘공평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바로 바꾸기는 힘들겠지만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현재 14%에 불과한 국고지원을 대폭 늘려 보험료 수입을 확충해야 한다. 보험재원을 다양화 하는 방안을 연구해 금년 중 그 결과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과장은 포괄수가제와 함께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억제하는 단기적 처방에서 벗어나 공급자와 가입자·정부가 동반자적 관계 속에서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 질 하락에 경영난 가중
가입자의 ‘보장성’을 확대하고 ‘공평성’을 실현한다는데 의사들은 왜 반대하는 걸까? 이런 반대로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노환규 의협 회장은 “의사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진료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포괄수가제는 특정 질병 혹은 시술에 대한 총 치료비를 정해놓고서 지불하는 제도다. 따라서 의사는 원가를 줄일수록 이윤이 많이 발생한다. 즉 싼 재료를 사용할수록 이익이 커지는 제도다. 가장 좋은 최선의 진료가 아니라 가장 경제적인 진료를 하게 되니까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캐나다처럼 포괄수가제를 전면 도입한 나라의 통계를 보면 포괄수가제를 도입한 해의 의료사고 사망률이 크게 증가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의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며 “의사도 환자도 찬성할 수 없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돈을 적게 내고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정부는 국민을 자꾸 속이고 있지만 싸고 좋은 것은 없다. 그 동안 정부는 의사들이 침묵하는 동안 국민을 속일 수 있었지만, 앞으로 의협은 이러한 사실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예정”이라며 “국민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제도인 만큼 보건복지부장관과 공개토론을 해보고 싶다”고 제안했다.

9일 회의에 참석한 안중근 외과개원의협의회장도 “포괄수가제는 의료행위의 규격화로 의료의 질을 하락시키고, 원가 이하의 수가로 인해 1차 의료기관의 경영난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박우형 안과개원의사회장은 “포괄수가제가 처음 도입될 때는 행위별수가보다 메리트가 있었으나 상대가치점수를 계속 낮춰 포괄수가를 인하했다”며 “7개 질병군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강제시행하면 결국엔 행위별수가 보다 낮은 수가로 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괄수가에 대한 정부와 의사의 견해 대립이 평행선을 그리는 가운데 정부는 당연적용을 7월부터 시행한다는 원칙이고, 의협은 정부의 강행을 저지하기 위해 진료거부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의사의 진료거부는 의료계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에게 아픔을 남기는 재해다. 최소한 이 사태까지는 가지 않도록 정부와 의사의 채널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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