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턱관절장애는 치과에서” 이제는 상식으로

진상배(메디덴트치과) 원장

2015-01-15     진상배 원장

최근 의료인 간 영역침범이 사회적 문제로 끓어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12월 말 정부에서 발표한 일명 ‘규제 기요틴’ 발표 이후 의사와 한의사간의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이름도 요상한 ‘규제 기요틴’의 내용 중에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및 보험적용 확대’도 포함되어 있다.

지난 2011년 대법원은 한의사의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사용은 무면허 의료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는데 위의 ‘규제 기요틴’ 내용대로라면 앞으로 한의사의 방사선사진촬영 및 판독, 초음파 진단기기 또는 그 이외의 각종 현대의학장비의 사용에 제약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문제가 우리 치과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미 치과계도 악안면미용시술과 관련해 의과와 분쟁을 겪고 있다. 또한 턱관절장애의 경우 한의학적인 영역을 넘어 전신균형, 음양균형이라는 이름으로 구강내 장치를 제작하는 한의원들이 있고 버젓이 광고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4년 보건복지부는 ‘악관절 장애 치료를 위하여 교합장치 등을 이용하여 진료하는 행위는 해당분야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며, 한의사의 면허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고, 이를 근거로 구강내장치(필자는 교합장치라는 말보다 구강내장치라는 표현을 쓸 것을 권한다. 교합장치라고 하면 음양장치라는 식으로 말장난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치과의사만이 제작 처방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앞서 얘기한 ‘규제 기요틴’대로라면 이러한 근거가 뿌리째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앞으로 의료계는 춘추전국시대, 즉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인 험난한 시기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난국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길은 충치치료를 치과에서만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처럼, 턱관절 장애는 우선 치과에 먼저 찾아가야 하는 것을 상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턱관절 장애가 치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치과의사들이 아직도 많은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만약 그렇다면 턱관절 환자를 보는 필자가 현재까지 개원의로서 존재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제라도 치과계 전체의 힘을 모아 턱관절 장애의 올바른 진단과 치료법을 모든 치과의사들에게 보급하고, 국민들에게도 턱관절장애, 특히 구강내장치의 제작, 관리는 치과의사만이 할 수 있음을 널리 알리는 일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동료 치과의사 선생님들께 꼭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턱관절장애는 불치병이 아니다. 필자가 수련을 받던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중추성 신경감(central sensitization)의 개념을 알지 못했다. 진통제와 교합안정장치 만으로 치료에 한계가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제는 보다 다양한 약물처방으로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또한 턱관절 장애가 약으로만 치료 가능하다면 치과의사가 치료해야할 이유가 없다. 특히 급성관절원판변위의 경우 고착해소술 후 전방위치교합장치장치를 부분시간 착용하면 탁월한 치료효과를 보인다. 심한 근긴장이나 난치성 통증의 경우 보톡스를 사용하면 좋은 효과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환자에게 턱관절장애는 치료 불가능하니 그대로 살라는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아 달라.  본인이 보기 힘들면 다른 치과로 의뢰해도 된다. 의지가 있다면 조금만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하면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될 수 있다.

최근 들어 턱관절장애에 대해 치과의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타 의료인의 전신교합 등의 근거도 박약한 논리에 휘말리는 것은 치과의사의 고유한 유전자를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전신교합이나 음양 균형은 치과의사가 턱관절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시각을 따라가면 평생 우리는 타 의료인의 하인 노릇을 하게 될 뿐이다. 구강내장치치료, 고착해소술 등은 치과의사들이 주도해서 찾아낸 자랑스러운 턱관절장애 치료법이다.

치과의사가 턱관절의 주도권을 상실하면 치과의사는 구강 밖으로 나가기 어렵게 된다. 이는 치과의사만의 비극이 아니라 올바른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더 큰 비극이 된다.

국가도 치협도 해결해주지 못한다. 치과의사 한명 한명이 관심을 가지고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말해야 한다. “턱관절 장애는 치과에서 치료해야하고, 턱관절 장애는 치료할 수 있다”고 말이다.

많은 치과의사의 동참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