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헌의 시와 그림] 동백(冬栢)꽃을 애타게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송선헌 대표원장
동백(冬栢)꽃을 애타게
추운 겨울(冬)에 동박새가 중매(鳥媒)를 들고, 은행나무처럼 아시아에만 있고, 세거지(世居地)처럼 오동도, 거제 지심도와 통영 장사도에도 천지이고, 보길도도 아름답고, 해운대 동백섬, 공곶이... 울릉도의 분홍, 홍도와 거문도의 흰 동백도, 봄에 피는 춘백(春栢)은 선운사가 좋다.
일식집 춘수사(椿壽司)처럼 부친의 춘부장(椿府丈)은 장수(長壽)를 뜻하며, 질마재 미당의 ‘선운사 동백꽃’은 좀 슬프고,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즉 춘희(椿姬)가 바로 동백꽃 아가씨이다.
제주에는 동백기름을 머릿기름과 호롱불에 쓰던 과거와 달리 요리에 사용하는 이가 있고, 명품 샤넬의 상징이 동백인 카멜리아(Camellia), 스페인 갈리시아의 ‘카멜리아 루트(Camelia Route)’도 순례길(Camino)이다.
꿈에서라도 세계에 단 두 개체(뉴질랜드, 영국)만 남아 있는, 정말로 그림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색의 장미같은 미들미스트 카멜리아도 만나보고 싶다.
동백꽃은 청춘 때 혼자 헤매던 외진 바다 서천 마량리(馬梁里)에 있었고, 예과졸업 기념여행의 오동도도 있었고, 보색인 빨강과 초록 속 그 붉음은 다분히 육감적이다.
동백꽃은 찐Red!, 찬 겨울에 핀 붉음, 그 붉음은 Blood, 심장을 때리며, 그 화려함이 겨울의 왕, 피의 역사와 같은 색, 흥(興)보다는 슬픔이다.
동백꽃은 핌과 떨어짐이 수북하고 선연(禪娟)하며, 자기 바닥도 온통 붉게 덮고, 상여를 떠올리게 하고, 급살(急煞)이자 한 순간에 떨어지는 인생무상이다.
동백꽃은 노을과 함께하면 더 극적이며, 꽃이 떨어지는 것은 춘수락(椿首落), 송이 통째로 떨어져 순교자를 상징하는데...
이런 동백을 이번 겨울에도 애타게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