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탈MBA] 보이지 않는 고릴라

박종석 코치의 ‘성장하는 병원의 비밀’ 

2022-12-22     박종석 코치

검은 색 셔츠와 흰색 셔츠를 입은 두 팀의 농구 경기 영상을 보여주며 실험 대상자에게 흰 셔츠 팀이 몇 번 패스를 하는지 세어보라고 주문한다. 

그런데 이 영상에는 실험 대상자에게 알려주지 않은 내용이 있었다. 영상 중간에 고릴라 분장을 한 학생이 천천히 무대를 가로질러 나가며 심지어 무대 중간에서 가슴을 두드리고 머물다가 나간다. 

그러나 실험 대상자들은 흰 셔츠팀의 패스 횟수를 세는데 집중 하느라 실험 대상자들의 절반 정도는 고릴라가 무대에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였다.

심리학자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의 유명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다. 이 실험은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 혹은 ‘주의력 착각’을 잘 설명해 준다. 실험 대상자들이 모두 동일한 환경과 상황 속에 있지만 인지한 사실은 다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차량 접촉 사고가 났을 때 접촉 사고 당사자와 사고의 목격자는 모두 같은 상황을 눈으로 보고 겪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상황인 것처럼 이야기 한다. 사실은 객관적이지만 해석은 주관적이다.

우리의 일터인 치과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들이 꽤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보이지 않는 고릴라’가 존재하고 있을 수 있다. 바로 ‘조용한 불만 고객’이다. 병원에 컴플레인을 제기한 고객은 오히려 ‘보이는 고릴라’이다.

이들은 불만이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불만 상황을 해결하기를 원한다. 강하게 자신의 입장을 제기하면서 불만 상황의 조치를 병원에 요구한다. 우리는 이들에게 진상이라는 딱지를 붙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조용한 불만 고객’은 자신들의 불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드러난 불만 표현이 없기 때문에 병원은 그들의 마음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리 병원에 대해 어떤 기대를 하는지 오히려 무관심하게 된다. 조용한 불만 고객은 그 병원을 재방문 하지 않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병원 소개를 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표현한다.

특히 굿 애티튜드(good attitude)를 가진 환자일수록 불만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 병원의 충성고객으로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 반대인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우리의 주의력을 끌지 않는다. 분명 존재하지만 드러내지 않는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고릴라’의 존재를 인지하고 관심을 가지고 주의력을 돌린다면 얼마든지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그 존재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 고릴라가 있다. 정글 어느 곳에 고릴라가 있다는 생각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안테나를 세우고 주의를 기울인다면 ‘보이지 않는 고릴라’를 발견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