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교수의 칼럼] 나는 왜 ‘예방치과’를 전공했나?

2017-09-21     김영수 교수




1. ‘예방치과’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과목은 아니다.

요즘은 전문지를 펼칠 때마다 ‘예방’을 해야 돈을 번다고 하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수련기관으로 인정받은 예방치과 중 치과대학 부속병원이나 필자처럼 종합병원 치과에서 ‘수익’에 대한 대차대조표로 온갖 구박을 다 받으면서(?) 존재하는 ‘예방치과’는 수련치과병원 중 4개 기관에 불과하다.

여타의 나머지 치과대학에서는 인턴 과정을 마친 전공의 중 선발된 예방치과 레지던트가 치과대학 예방치학교실에 소속되어 수련을 받고 있다. 해당 대학에서 굳이 예방치과를 임상화하지 않는 이유는 독자들도 동감하는 그 이유 때문이다. 즉 ‘돈을 벌어 병원의 수익성을 높이기는커녕 그 과를 유지하기도 힘들 것 같다’는 게 원인이 된다.

국립대학들은 조금은 이 문제에 자유로울 것 같지만, 요즘은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해 있기 때문에, 국립대학이라고 해도 ‘돈 버는 일’에 소홀할 수는 없다고 한다.

우리가 전문지를 볼 때 주목해야 할 점은, 그 글의 주인공들은 예방치과에서 자주 거론되는 ‘계속관리과정’과 같은 틀을 잘 활용하고, 환자 및 보호자에 대한 구강보건교육을 통해 잠재적 수요를 유효수요로 바꿔 이 과정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자들로 이해하면 좋겠다.

2. ‘예방치과’는 매우 전문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치학은 ‘재활’ 내지는 ‘치료’에 역점을 두고 있고, ‘치료’도 ‘재활’을 위한 ‘치료’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재활치료’의 홍수(?) 속에서 누군가 예방은 전문성이 없는 과목이라고 주장한다면, 아마도 ‘예방’의 범위와 속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속단한 경우라고 본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예방은 ‘1차 예방’일 것이고, ‘1차 예방’이란 구강병이 생기지 않았을 때 구강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처치를 말하며, 따라서 평상시 구강건강의 관리, 유지에 초점이 맞추어질 수밖에 없으니, 오히려 다른 어떤 분야에서도 연구될 수 없는 전문성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함께 근무하는 병원의 의과대학 교수가 ‘예방치과’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예방치과는 구강병에 대한 저항력이 부족하거나 평소에 저항력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저항력을 키워 구강 건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3. ‘예방치과’를 하면 좋은 점이 있나요?

‘예방치과’를 하면 즐겁고 행복하다. 남보다 많은 돈을 벌어야 행복한 치과의사라고 한다면, ‘예방치과’를 전공하지 말라고 권한다. ‘예방치과 처치’는 환자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과다한 비용을 청구하지도 않으며,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도 않는다. 치료 후 환자는 향후 몇 개월간의 ‘안심’과 ‘미소’를 지니고 돌아간다. 몇 가지 지키기 부담되는 교육 내용을 머리에 담은 채 말이다. 한술 더 떠서 예방치과 영역을 ‘공중’에게 확대한 ‘공중구강보건학’ 영역에서는 더 큰 기쁨을

맛볼 수 있다. 학생들이나 유아들, 사업장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거나, 더 크게 지역사회주민들의 구강건강 향상을 위해 공중구강보건사업을 펼칠 때의 기쁨과 희열은 참여해 보지 않은 사람은 피부로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을 관할하는 보건소장이, 필자가 교육하는 전공의를 지역사회구강보건사업에 참관을 보내려 신청했을 때, 왜 굳이 힘들게 그 사업을 보여 주려고 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이에 대답 대신 “보건소장님은 공중구강보건사업의 희열을 느끼고 있지 않으시냐?”고 되물어, “그걸 알고 있는 치과의사는 처음 만났다”고 서로 미소로 답하며 넘어간 적이 있다.

이 세상은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애쓰는 곳이기에, 상대적으로 ‘예방치과’의 이런 노력은 ‘숭고해 보이기보다는 초라해’ 보일 수 있지만, 누가 보아도 예방치과는 구강병 관리 원리와 원칙에 충실한 학문이라고 자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