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대생 유혹하는 '마통' 여전히

은행권, 마이너스 통장 학내서 노골적 영업 … 대학은 ‘수수방관’

2015-11-19     김정민 기자

부채의 악순환에 빠지는 대학생들의 이야기, 일반회생 5위를 기록한 치과의사들의 현실이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치과대학 로비에는 치대생들을 대상으로 마이너스 통장을 권유하는 은행 부스가 들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최근 모 치과대학 1층 로비에서는 A은행이 마이너스 통장 개설을 접수했다. 직원은 “이번 마이너스 통장은 본과생부터 가입할 수 있고, 대출한도 3천만 원에 최저금리 연 4.5%가 가능하다”면서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만 있으면 5분 안에 통장을 개설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또한 “지금이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기 적기, 학년이 올라가기 전 마지막 찬스”라면서 “우리 은행만큼 이자 관리와 상환제도, 고객관리가 철저한 은행사는 없다”며 통장 개설에 필요한 서류 안내와 펜이 들어있는 종이봉투를 나눠줬다.

‘빚 권하는 사회’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은행들이 학문의 상아탑이라는 대학 로비에까지 노골적으로 들어서서 마이너스 통장을 영업하는 행위에 대해 쓴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대학이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돕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A치대 교학과장은 “학교 내에 은행사 부스를 열게 해준 것은 맞지만 승인한 이유에 대해서는 학교 내부 사정으로 밝힐 수 없다”며 말을 흐렸다.

통상적으로 마이너스 통장의 경우 대출 금리가 일반 대출상품에 비해 1~2% 높지만 닥터론의 경우에는 최저금리를 홍보하고 있다.

치과대학 본과 3학년을 기준으로 A은행사의 경우 한도 3000만 원, 금리 8%를 제시하며, B은행사는 한도 3000만 원에 6~8%를 제시한다. C은행사의 경우 본과 4학년부터 개설이 가능하며, 한도 5000만 원에 금리는 4%를 유지해준다.

실제로 A은행사가 올해 제시한 상품의 경우 본과 1학년 8%, 본과 2학년 5%로 책정했으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금리를 낮춘다고 홍보한다.

은행이 역마진을 감수하면서 까지 마이너스 통장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은행 지점에서 이른바 ‘VIP 고객’을 유치할 수 있고, 펀드나 카드 발급 등의 추가 실적까지 올리기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스 거래는 모두 은행 성과 지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평가 요소다. 

일부 학생들은 마이너스 통장의 위험성 및 상환에 대해 제대로 고지 받지 못한 채 마이너스 통장을 단순히 쉽게 쓰고 쉽게 갚을 수 있는 일종의 용돈통장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모 치과대학 학생은 “어차피 나중에 개원하면 충분히 갚을 수 있고, 학기 중에 여행도 다니고, 등록금도 내고, 소모비용이 큰 기구나 전공서 구입 등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도 학생신분으로 갚지 못한 빚을 떠안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결국 개원을 해서도 개원자금에 대한 상환부담이 겹치면서 채무를 갚지 못해 파산신청이나 회생을 신청하는 치과의사들이 나날이 증가하는 빚 수렁에 치과계가 빠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