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도입… “藥인가 毒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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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도입… “藥인가 毒인가”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1.12.2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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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의료비 상승 Vs 병원 일자리 창출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논란이 돼 온 영리병원 도입 문제가 3라운드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 정부가 2002년 처음 영리병원 도입을 검토하면서 전개된 논쟁이 1라운드라면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기획재정부가 대통령에게 도입검토 보고를 한 뒤 벌어진 보건복지부와의 논쟁이 2라운드. 여기에 지난 9월 15일 임채민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영리병원을 ‘긍정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3라운드의 공을 울렸다.

대부분의 논쟁이 그렇듯 영리병원에 대한 찬반 논리도 명확하게 갈린다. 찬성론자들은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파급효과와 △보건의료인을 중심으로 하는 병원 일자리 창출 △기존 의료 시스템의 원활한 작동을 위한 규제 개혁 등을 장점으로 제시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의료비 폭등으로 인한 가계 파산과 △의료 양극화로 인한 의료 사각지대 확대 △사회보험인 건강보험 기능의 심각한 훼손 등의 우려를 지적하며 맞서고 있다.

일반 의료계에선 찬성하는 의견도 있지만 치과계는 반대론에 전적으로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치협은 성명서와 일간지 광고, 대국민 캠페인까지 적극적으로 전개하며 영리병원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영리병원 도입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치과계는 무엇 때문에 이렇듯 반대에 몰입하는지, 바람직한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9월 15일 오전,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국회 본관 601호.
임 후보자는 “인천송도국제도시와 제주국제자유도시에 한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면서 “투자개방형 병원은 경제자유구역에 한정된 의료기관이기 때문에 내국인 환자가 있어도 국내 전체 의료체계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방침이나 국회가 정해준 원칙은 경제자유구역이나 제주국제자유도시 같은 곳에 영리병원을 허용해보자는 것”이라며 영리병원의 일반화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임 후보자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손숙미 한나라당 의원은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제주도민 설문 결과 찬성은 7차례, 반대는 1차례에 불과했다”며 “제주도민 대다수가 영리병원 도입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고 힘을 실어주었다.

이에 대해 주승용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영리병원의 부작용은 이미 역대 복지부 장관들과 연구기관,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도 입증이 된 문제”라며 “국민이 반대하는 영리병원 도입은 포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여당 의원들도 영리병원의 도입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순자 한나라당 의원은 “영리병원 도입에 대해 건강보험의 보장성 약화, 국민의료비 상승 및 공공의료 취약성 가속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많다”며 “사회적 합의 도출이 우선돼야 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영리법인은 용어에 대한 해석부터 각자 다르다. 찬성론자들은 “상법상의 법인도 병원설립을 가능토록 해 병원에 대한 투자처를 다양화하고, 병원에서 발생한 수익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병원에서 번 돈은 병원에 재투자하게 만든 비영리병원과 달리 영리병원은 병원에서 번 돈을 병원에 투자한 주주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병원”이라고 말한다. 찬반양론을 듣기에 앞서 관련 법안을 먼저 살펴보자.

손숙미 의원 “의료경쟁력 강화 위해 발의” 주장
이명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발의했던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을 8월 12일 철회 신청하자 민주당에서는 즉각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한나라당은 이 의원의 갑작스런 법안 철회에 당황했으나 나흘 뒤인 16일 손숙미 의원이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경자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함으로써 시름을 덜었다.

손 의원은 법안 제안배경에 대해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설립과 운영에 적용되는 세부적인 사항을 정해 외국의료기관의 원활한 유치를 도모하고,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 등을 통한 국제적 의료경쟁력 강화를 위해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의 투자 촉진과 국가경쟁력 강화,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 2002년부터 지정․운영되고 있으며, 이와 같은 경제자유구역에서 외국인의 생활여건을 조성하고 투자여건을 활성화하기 위해 교육ㆍ의료기관이 필수 기반시설이자 외국인 투자유치의 선결조건이지만 아직까지 일부 규제의 존치로 외국 교육․의료 기관을 유치하는데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국의료기관의 경우 2002년도, 2005년도, 2007년도에 법령개정(표1 참조)을 통해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외국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설립 요건과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외국병원 유치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손 의원은 이에 따라 △경제자유구역이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도록 세부항목을 조정하고 △외국에서 외국법령에 따라 의료기관을 설립ㆍ운영하는 외국인이 운영에 참여하도록 하며 △외국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내국인 환자의 비율이 병상 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일부 보완점을 마련해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먼저 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자는 의료법에서 정한 시설기준, 외국의사ㆍ치과의사 면허소지자 종사비율 등 요건을 갖추어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도록 하고, 요건 미비 등의 경우 의료업을 정지하거나 개설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단 외국에서 외국법령에 따라 의료기관을 설립ㆍ운영하는 외국인이 운영에 참여토록하고, 외국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내국인 환자의 비율은 병상 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안 제23조).

또한 외국의 의사․치과의사․약사뿐만 아니라 간호사․의료기사 면허소지자도 외국의료기관 또는 외국인전용약국에 종사를 허용하며, 외국 면허소지자의 자격정지에 관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안 제23조의4 신설).

한편, 복지부는 손 의원의 개정안과는 별도로 지난 8월 22일 개정 고시한 ‘외국의료기관등에서 종사하는데 필요한 외국면허소지자 인정기준’에서 “외국의료기관 등에서 근무할 수 있는 외국면허 소지자는 해당 국가의 관련대학을 졸업하고 해당 면허를 소지한 자”로 하고 <표2>와 같이 허가기준을 마련했다.

反… 의료 인력·서비스 질 저하 ‘불 보듯’
병원의 영리추구를 허용하려는 정부여당에 대해 반대론자들은 의료 서비스의 내용이나 비용 등 모든 면에서 국민에게 해가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전 세계에서 영리병원이 가장 많은 미국의 연구결과를 보면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보다 환자 1인당 의료비가 17% 정도 높다”면서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보다 고용 인력이 적고 고용의 질도 낮으며, 특히 간호 인력의 고용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주승용 민주당 국회의원도 “청와대와 여당 및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에 따라 인천 송도에 영리병원이 설립되면 국내 인력이 아닌 동남아 등 제3국 간호사와 의료기사가 수입될 전망”이라며 의료 인력의 질 저하를 우려했다.

주 의원의 이 같은 우려는 정부가 그동안 일자리 확대를 영리병원 도입의 주요 목적으로 설명하면서도 앞서 예로 든 고시를 개정한 것과 같이 실제 필요한 의료 인력은 ‘수입’이 가능토록 추진해온데 따른 것이다

특히 지식경제부는 의료서비스산업의 특성이 노동집약적이기 때문에 제조업에 비해 3.3배에서 6배까지 고용효과가 있다고 설명해 왔으나 이러한 설명이 설득력을 잃게 된다.

대형병원 1개가 생기면 3500~7800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고, 한국은행도 영리법인 병원을 허용할 경우 약 21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싼 외국인’ 인력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병원 인력의 핵심인 간호사와 의료기사가 저임금 동남아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진다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국내 인력의 취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주 의원은 “간호인력 인건비의 경우 태국은 우리나라의 1/10, 인도는 1/50 수준이기 때문에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영리병원은 비용절감을 위해 이러한 동남아 인력을 대거 고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더욱이 정부여당은 외국 의사와 치과의사 등이 영리병원에 취업할 경우 국내 면허 취득을 면제하는 동시에 영리병원에 취업하는 외국 간호사에 대해서까지 국내 면허 시험을 면제하기 때문에 의료 수준의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서비스 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반대론자들은 영리병원의 사망률이 비영리병원보다 더 높다는 점만 미루어 봐도 영리병원의 서비스 질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우 실장은 “미국의 영리병원을 모두 비영리병원으로 바꾸면 1년에 약 1만2000명의 환자들이 죽지 않을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면서 “영리병원은 응급실이나 중환자실과 같이 돈은 들지만 꼭 필요한 필수진료 제공을 하지 않는다. 또 도심 한복판에서만 개원하지, 돈이 안 되는 농촌 등에서는 개원하지 않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돈을 더 벌려고 만드는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보다 사람을 더 고용하거나 의료비를 싸게 받거나 서비스 질을 높일 이유가 없다는 것. 우 실장은 “정부는 비싸고 질 낮은 영리병원에 누가 가겠냐고 묻지만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병원 의료비가 비싼지 싼지, 그 병원 서비스 질이 높은지 아닌지 알지 못하는 것이 의료영역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영리병원이 미국에서 살아남는 이유라는 것이다.

외국에는 영리병원이 대부분 허용돼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 실장은 “의료체계가 망가진 미국이 아닌 다른 선진국들은 공립병원이 70% 이상이고 무상 의료에 가까운 의료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선진국의 영리병원 허용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55%에 불과한 의료보장성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75%로 올리고 선진국의 10분의 1에 불과한 공립병원을 대폭 확충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실장은 또 “보건산업진흥원은 우리나라 개인병원 중 영리병원 전환이 5%만 돼도 연 1조원 이상 의료비 상승이 초래된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며 “고물가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정부가 펼쳐야 할 정책이 영리병원 허용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 등 노동계 ‘거센 반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에 설립되는 외국 병원에서 근무할 의료인의 면허 인정기준이 완화된 것과 관련, 노동계는 “행정력으로 영리병원 도입을 강행하겠다는 의도”라며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통해 이 같이 밝히고 외국 면허소지자 인정 기준을 명시한 보건복지부 고시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보건노조는 “현재 외국인 의료인력이 한국에서 일하려면 정부가 인정하는 커리큘럼을 갖춘 대학을 나와 한국 면허시험을 통과해야 하지만, 이번 고시에 따르면 외국 영리병원에 종사하는 의료인은 이러한 절차가 대폭 간소화됐다”고 지적했다. 해당국가의 면허를 소지한 자로서 면허증 사본 등만 제출하면 인정되도록 특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성명서는 “영리병원 도입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에서 고시를 활용해 영리병원 설립에 필요한 기준을 만들어 추진하는 것은 도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우려했다.

또한 “이는 한국과 외국의 의료기술 및 의료제도의 차이로 인한 혼란, 값싼 외국의료인력 수입으로 인한 인력 수급문제 발생, 각종 의료사고와 부작용 발생 등과 같은 ‘시한폭탄’을 만들어놓은 셈”이라고 비판했다.

贊… 병원 간 경쟁으로 의료비 하락할 것
이 같은 반대론자의 주장에 대해 정부여당은 반박자료 등을 통해 영리병원의 도입 타당성을 주장하며 국민을 설득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여당은 먼저 반대론자의 국민의료비 상승 우려와 관련,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 간 경쟁으로 의료비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영리병원이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비급여진료에 대해 비영리병원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받고 수술을 한다면 환자들이 외면할 것이고, 실제로 국내 라식수술의 경우 병원 간 경쟁을 통해 2003년 300만원하던 수술비용이 현재 100만원 수준으로 하락했다며 의료비 상승 우려를 일축했다.

또 영리병원은 배당을 하기 때문에 의료비가 상승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의 상위 5개 영리병원의 배당률은 0이고 나머지 영리병원의 배당률은 1.96%로 국내은행이자율(5.65%)보다 훨씬 낮다고 설명했다.

국내 병원 중 은행 빚이 10억 이상 되는 곳이 50%가 넘는 점을 감안할 때, 오히려 투자를 다양화하는 것이 병원경영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영리병원이 하나만 생기면 곧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경제자유구역에 한정해서 설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국으로 확산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는 임채민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확인한 내용이기도 하다.

정부여당은 특히 “의료법 상 기존 비영리법인 병원은 영리법인으로 전환이 불가능하고, 전국으로 확산되려면 의료법ㆍ국민건강보험법 등 관련법이 모두 개정돼야 한다”면서 “영리법인병원 1개 만드는데 10년이 걸린 점을 감안할 때 억측”이라고 설명했다.

송도에 영리법인병원이 설립되면 국내 6개 경제자유구역에 모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법인병원이 허용된 것은 2002년인 반면, 현재까지 인천을 제외한 5개 경제자유구역(부산ㆍ진해, 대구ㆍ경북, 광양만권, 황해, 새만금ㆍ군산)에 영리법인병원을 신청한 외국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며 “경제자유구역에 무분별하게 영리법인 병원이 설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영리병원 도입 시 고소득층의 이탈로 건강보험제도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정형근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의무가입 제도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체납자로 분류되어 재산차압을 당하게 된다”면서 “따라서 영리병원이 도입되더라도 고소득층이 이탈하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공공의료 비율을 30%로 높인 후에 영리법인병원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손숙미 의원은 “2009년 현재 우리나라 전체 병상 중 88%는 민간에 의존하고 있고, 12% 정도만 국공립병원이 가지고 있으나 국공립병원 조차도 병상 가동률이 80%대에 머물러 병상이 남아돌고 있고 전체 급성기 병상 수도 수요량에 비해 120% 정도 과다 공급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기부담금을 내지 않는 저소득층 의료급여 환자를 진료하는 비율은 민간병원이 더 높은데도 국공립병원을 자꾸 지어서 병상수를 늘려야 하느냐”고 반문하고 “지금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진 국공립병원을 보라매병원처럼 상급병원들과 연계하여 의료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공공병원을 일반병원이 하기 어려운 응급의료, 재활의료, 산부인과 중심으로 특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러한 작업은 영리병원과 투트랙으로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양극화 문제와 관련, 손 의원은 “그동안 외국에 가서 치료받던 일부 국내환자가 경제자유구역인 송도의 영리법인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수 있게 된다”면서 “외국에 가서 비싼 치료를 받는 것은 의료 양극화가 아니고 국내의 외국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은 의료 양극화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외국에 가서 외화를 낭비하는 것 보다는 국내에서 의료비를 지출하는 것이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의료·경제계, 긍정 효과 있으나 부작용 대비도
의료계는 영리병원에 대해 일정 부분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미래 유망산업으로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영리병원을 포함하는 병원기업 없이 경쟁하기는 어렵다”며 “경제특구나 제주도 소재 병원을 중심으로 영리병원을 도입해 글로벌시장 선점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관계자는 “지나친 영리추구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해 병원기업 관련 이사회의 감독기능을 강화해 투기자본으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고, 의사소통 구조 개선과 자유 경쟁적 경영권 승계과정의 정착 등의 제도를 뿌리내린다면 논란이 되는 부작용을 방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협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의 경제자유구역 중심의 제한적 시장 개방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영리의료법인 진입규제를 해소하지 않고는 해외 의료기관의 진입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며, 가격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시장개방 효과가 4분의 1로 격감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영리병원을 도입할 경우 생산유발액 최대 26조원, 고용창출인원은 18만명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영세 의료기관의 수익 악화 등으로 의료산업 전반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시나리오를 △내수시장 지향형 △의료관광산업화형 △핵심산업화형으로 나눠 각각의 효과를 분석했다.

먼저 내수시장 지향형은 영리병원이 내국인의 의료서비스 수요를 일부 충족시키는 수준으로서 전체 생산유발액은 약 5조9000억원, 부가가치유발액 2조8000억원, 일자리 창출 4만8000개로 예상했다.

또 의료관광산업화형은 내국인 의료서비스 수요를 일부 충족시키고 외국인의 의료관광 수요도 확보하는 경우로서 생산유발액 10조9000억원, 부가가치유발액 5조1000억원, 일자리 창출 10만2000개로 추정했다.

영리병원 도입으로 의료산업(의료서비스+제약+의료기기)이 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부상할 경우를 가정한 세 번째 시나리오는 약 26조7000억원의 생산유발액, 10조5000억원의 부가가치유발액, 18만70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소는 영리병원 도입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도 지적했다. 영리병원으로의 인력 이동에 따른 공공의료 서비스의 기능 약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 의료서비스 격차 확대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특히 영세한 의료기관의 수익성 악화 등으로 의료 산업 전반의 급격한 구조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기존 의료기관들의 경우 낮은 의료수가에 따른 수익 악화, 한정된 시장에서의 과다 경쟁으로 인해 통폐합 및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아울러 영리병원의 경우 “수익 창출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가 가능해 기존 의료기관들에 대한 M&A가 급속히 확대되는 등 산업 구조조정이 예상 범위를 넘어 급격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치과계, 도입 절대 반대… 인천은 길거리 투쟁도 계획
2002년 영리병원 도입 논의 초기 단계부터 반대 입장을 천명해 온 치과계는 최근 네트워크 치과 파동을 겪으면서 중앙일간지를 통해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민정 대한치과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찬성론자는 영리병원을 투자개방형병원 등으로 표현하면서 어감을 좋게 하고 있으나 이는 명칭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환자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이사는 “영리병원은 결국 투자자에게 이익을 돌려줘야 한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의료의 본질을 왜곡하고 과잉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의료보다 수익에 중점을 두게 되는 것은 자연스런 과정이고 이에 따라 국민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영리병원은 결국 전체 의료계를 파행으로 몰고 갈 것”이라며 “치협은 최근 유사영리병원을 통해 그 폐해를 피부로 직접 느껴왔기 때문에 뜻을 같이하는 시민 보건의료단체와 연대해 더욱 적극적인 반대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역설했다.

치과계의 반대는 당장 송도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도입을 코앞에 두고 있는 인천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9월 25일 인천라마다송도호텔에서 열린 학술대회장에 영리병원 도입을 반대하는 서명 부스를 설치해 회원의 호응을 받은 이상호 인천시치과의사회장은 “개원가가 살아나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최근 들어 불법 네트워트치과가 영리병원이 나타낼 수 있는 초기 폐해를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송도에 허용되면 의료상황 등이 극도로 나빠질 개연성이 크므로 시민단체 등과 함께 반대시위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원가에서 느끼는 우려는 더 크다. 서초구의 한 개원 치과의사는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국민에게 근본적인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도 이유지만 소규모 개원의들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동네 의원이나 치과가 문을 닫고 일자리를 잃게 되면 누가 치과의사를 하려고 하겠냐”면서 “영리병원이 도입된 후 5년, 10년이 지나면 치과대학의 정원 미달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고시 개정까지 하며 영리병원 도입을 지원하고 있고 치과계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을 위하고, 보건의료계를 위하고, 경제를 위해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가 위한다는 대다수 국민과 보건의료계는 걱정이 태산이다. 개원 치과의사의 말처럼 동네치과가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의료시장 개방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 방편이라면, 우리 경제 속에 들어있는 개원가를 비롯한 중소규모 병원이 문을 닫을 걱정을 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확인해야 한다.

동네 슈퍼마켓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의 뒷골목 진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생각하듯 일선에서 국민 건강을 지키는 개원가를 살리는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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