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발치 ‘공공의 적’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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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 발치 ‘공공의 적’ 인가
  • 박천호 기자
  • 승인 2012.04.20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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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군 불구 초저수가로‘기피’… 중재원 출범으로 가중 우려

개원가의 사랑니 발치 기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발치 후 감각이상 등 위험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가가 낮다보니 사랑니 발치를 거부하는 치과가 늘고 있는 것.
상황이 이러자 온라인상에는 1천 4백여 명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사랑니 환자들의 모임’까지 생겨났으며, 사랑니 발치를 거부한 치과의사의 비방부터 사랑니 발치가 가능한 치과를 문의하는 글 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 환자의 경우 00지역 치과 15곳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사랑니 발치 수술 여부를 문의한 결과 13곳에서 사랑니 발치를 아예 하지 않는다는 글까지 올려 높은 클릭 수를 나타내고 있다.
때문에 일부 개원의들 사이에서 사랑니 발치가 ‘공공의 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2009년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원고충처리위원회에에서 총 2,471명의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랑니 발치 후 감각이상을 호소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치과의사가 4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사랑니 발치와 관련해 치과의사들의 고민이 쌓여가고 있지만 그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일부 치과에서는 사랑니 발치를 위해 내원한 환자의 구강상태를 보지도 않고 대학병원에 가기를 권유하거나 엑스레이 촬영 후 신경관이 밀집돼 있어 위험도가 높을 경우 발치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랑니를 발치하다 신경을 건드렸을 떄 응급조치 등 대책이 어렵기 때문이다.
케이스에 따라 다르지만 임플란트 식립 보다 어려운 사랑니 발치 케이스가 적지 않다는 것이 구강외과 전공자들의 설명이다.
모 전공의는 “대체적으로 힘든 케이스가 많은 것이 사랑니 발치”라며 “최선을 다해 진료를 했다하더라도 감각이상이나 신경손상 등 합병증으로 인해 스트레스도 받고, 오랜 기간 쌓아왔던 환자와의 관계 또한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있는 게 사랑니 발치”라고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부산치대 구강외과 모 교수는 “선진국 경우 기본적으로 전문의와 일반 치과의사의 수가차이를 두고, 전문성을 특화시켜 안전한 발치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낮은 수가 또한 기피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신경 손상이나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은 반면 수가는 2~4만원에 불과하다.
사랑니 발치 후 만원도 지불하지 않는 환자도 종종 있지만, 발치 후유증으로 인해 수백 만 원에서 수천 만 원의 배상금을 내놓는 치과의사도 종종 있다. 한 번 실수로 평생 발치해도 받을 수 없는 배상금액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구강외과를 전공한 치과의사들 역시 사랑니 발치에 대한 부담을 토로할 정도지만 턱없이 낮은 수가를 현실화 시키기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이에 대한치과의사협회는 물론 관련 단체들도 수가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 관계자는 “학회 내 보험위원회를 주축으로 매년 수가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거기에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의과 보다 낮은 수가를 받고 있는 치과계 전체 보험 파이를 높이기 위해 각 단체 실무자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중재원’인가 ‘가중원’인가
이러한 가운데 이달 본격적인 업무를 개시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마저 개원가의 사랑니 기피현상을 가중시킬 전망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 소비자보호원과 달리 중재원에서는 치과의사에게 소환 명령을 할 수 있고, 불응 시 5백만 원의 벌금을 징수할 수 있다. 환자가 자신이 받은 진료에 대해 중재원에 의뢰를 하면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 6개월 안에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하지만 손상된 신경은 보통 1년을 전후로 회복되기 때문에 신속히 분쟁을 해결한다는 중재원의 취지가 치과의사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사랑니 발치 특화도
반면 사랑니 발치를 틈새시장으로 보고 전문성을 부각시켜 적극적으로 나서는 치과들도 있다. 이들 치과에서는 일반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진료 분야를 특화시켜 수익 창출과 함께 환자의 신뢰까지 얻겠다는 의도다.
이들 치과에서는 ‘수면진정요법을 이용한 안전한 사랑니 발치’, ‘분야별 전문 의료진 협진 시스템 진료’, ‘10,000건 이상의 사랑니 발치 임상 경험과 노하우’, ‘최첨단 장비를 이용한 안전한 사랑니 시술’ 등을 내세워 홍보하고 있다.
올바른 진료를 통해 마무리 했더라도 충분히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랑니 발치. 사랑니 시술에 앞서 충분한 설명을 통해 환자를 이해시킨 후 진료에 임함으로써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비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인터뷰] 한성희치과 한성희 원장
“사랑니 발치 무리하기 보단 리퍼로”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원고충처리위원회 임원부터 위원장까지 6년의 회무 경험가지고 있는 한성희 원장은 “회원고충처리위원회 경험을 토대로 말하면 사랑니 발치 시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며 “발치 후 감각이상 등 후유증 발생으로 고생하는 치과의사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진료할 수 없는 케이스의 경우 무작정 진료를 하지 않기보다는 사랑니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전달을 통해 환자를 설득시키고 다른 치과를 소개시켜주는 것 이 환자와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치과의사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사랑니를 발치했다 하더라도 사랑니의 해부학적 위치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감각이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 이유는 하치조 신경과 설신경이 사랑니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회원고충위원회가 발간한 백서에 따르면 치과와 관련된 전체 의료분쟁 중 신경 손상에 따른 감각이상이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감각이상의 대부분이 사랑니 발치와 임플란트 식립과 연관돼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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