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존중하는 마인드 정착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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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존중하는 마인드 정착 시급하다”
  • 신용숙 기자
  • 승인 2011.12.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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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랑 한비연 아카데미 원장

▲ 박형랑 한비연 아카데미 원장
십여 년 후 치과기공계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많은 치과기공사들은 캐드캠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장비의 보급을 두려운 눈으로 바라본다. 디지털 장비로 인해 제 설자리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향후 기공 작업 중 50~60% 정도를 기계가 담당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물론 고도의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작업은 여전히 우리 기공사의 손을 떠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같은 기술을 존중하는 마인드가 정착되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기공일을 하려고 하겠어요?”
기술 존중 문화의 정착을 역설하는 박형랑 한국비전치과도재연구회(이하 한비연) 아카데미 원장을 만나 기공계에 대한 그의 애정을 살펴본다.

Q. 원장님은 30년 동안 기공에 몸담아 오셨다. 한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요즘 같은 때에는 한 업종에서 10년 넘게 일을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점에 비춰보면 저는 상당히 롱런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물론 중도포기하고 싶은 때도 있었다. 아마 기공일을 하면서 맛보는 보람이 없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제가 만든 기공물을 장착한 환자가 환하게 웃을 때, 그것만큼 자긍심과 보람을 선사해주는 일도 없다.

제 생각에 기공일은 절대 돈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직업이 아니고 돈을 잘 버는 직업도 아니다. 열과 성을 다해 일해도 그 대가를 못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돈만 좇아 기공계에 뛰어들었다면 언젠가 제풀에 지쳐 다른 길을 찾을 게 분명하다. 오뚜기처럼 일어나기 위해서는 돈이 아닌 다른 목표를 찾아야 한다. 특히 젊은 기공사일수록 이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Q. 원장님에게 있어 기공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기공은 예술이다. 그러나 기공물 제작 작업은 의료행위의 연장이다 보니 그 예술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공물은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해 제작된다. 때문에 모든 기공물은 다를 수밖에 없고 거기서 창조성과 예술성이 탄생한다.

환자 개개인의 치아색을 찾아가는 작업은 보람되고 재미있다. 제가 만든 기공물이 자연치와 구별하기 힘들 때 그 희열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아마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감격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Q. 한비연을 간단하게 소개해 달라.
한비연은 2000년대 초반 창립된 스터디 그룹으로, 비전스터디그룹을 그 전신으로 두고 있다. 이듬해 발족한 한비연 아카데미는 2011년 현재 600여 명의 연수생을 배출한 규모 있는 세미나 그룹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저는 7년 전부터 아카데미 원장을 맡아 기공사들 교육을 담당해왔다. 현장을 떠나 있다 보니 가끔 밤을 새워가며 작업했던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Q. 원장님의 멘토는 누구인가?
인생의 멘토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래서 수첩에 그분들 이름을 적어놓기까지 했다. 후배에게서도 배우고 제자에게서도 배우는 게 인생인 듯하다.

그 중 김응오 소장님은 제가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분으로, 남의 단점보다 장점을 보려고 하는 분이다. 자신감과 용기를 심어준 김 소장님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오르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김 소장님을 비롯한 여러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Q. 지금의 기공계를 돌아보면 안타까움이 클 텐데?
기공 환경이 과거보다 좋아졌다고들 한다. 그러나 밤일을 하는 기공소는 여전히 존재한다. 기공료가 턱없이 낮기 때문에 많은 일을 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밤일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일을 많이 해야 먹고살 수 있는 기공 환경,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이제 기공사는 기계로 전락하기에 이르렀다. 열과 성을 다해 혼을 투입했으면 그만한 대가가 주어져야 하는데 어디서 그 대가를 받을 것인가? 수가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돼야 이 같은 기형적인 구조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Q. 기공계와 치과계의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할 점은?
향후 캐드캠을 포함한 자동화기기가 기공일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쉬운 작업은 기계가 전담하게 될 것이고, 기공사들은 고도의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영역에서 제 역량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술에 대해 존중하는 마인드다. 기술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지 않으면 누가 힘든 기공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기공계뿐 아니라 치과계도 함께 노력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Q. 향후 계획과 기공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때 치과계와 기공계를 통틀어 세미나가 크게 활성화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활성화가 잘 정착됐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지 않다. 국내 기공이 세계 강국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테크닉 외에 기공 환경의 선진화가 필수적이다. 세미나 정착도 그 일환이다.

한편, 지난 8월 치과계와 기공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유디치과 사건은 우리에게 자성의 시간을 주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공계와 치과계는 서로 존중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상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고의 노력이 필요하듯 기공계와 치과계도 이번 사건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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