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형 원장의 오늘] 맛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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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맛기름
  • 윤미용 기자
  • 승인 2012.04.05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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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인터넷에서 삽겹살이나 참치를 찍어먹는 기름장이 화제가 되었다. 기름장의 기름이 재활용한 폐식용유에 대략 5% 정도의 참기름만 넣고 향과 색을 첨가해 만든 저급 향미유라고 한다.
이른바 ‘맛기름’이라는 저급 향미유를 맛과 향이 구분하기 어렵고 싼 가격 때문에 수많은 고기집과 참치집에서 써왔다고 한다. 사실 사흘이 멀다하고 터지는 외식업계의 문제들을 접하게 되면서 일단 씁쓸한 기분이 든다.
작은 것에도 정성을 다하는 장인 정신과 음식에 마음을 담는 우리네 어머니의 정서는 실종되어가고 그냥 밥 장사로 전락해서 눈 뜨고도 코 베어가려는 각박한 인심이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알아주지 않거나 알기 어려운 부분을 과감히 돈의 논리로만 풀어버리는 것은 분명 우리 입에 들어가는 사 먹는 음식에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런 ‘맛기름’에 얽힌 구조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소수의 식당만 사용했다면 그들의 비양심을 탓하겠지만, 숱한 식당들에서 써왔으니 구조적인 문제다. 물론 1차적으로는 좋은 재료를 쓰지 않는 식당 주인의 책임이다.
하지만 물가 인상과 경쟁의 심화라는 외식업계에서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시장의 저항이 강하다보니 결국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했던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것을 오로지 싼 값으로 팔기를 원하는 소비자가 그 문제의 한 축일 수도 있다.
사람의 혀도 한계가 있기에, 음식도 정보의 비대칭성이 의외로 심하다. 재료와 조리 과정을 확인하기 어렵기에 당장에 눈에 보이는 가격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아무리 공들인 좋은 음식도 가격으로만 평가하려 하고, 비싸면 외면해버리던 것이 사실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한편 정부도 물가 안정이라는 대의명분이나 여러 이해 관계로 인해 책임을 방기했다는 추측이다.
이쯤에서 치과계를 생각해보려고 한다. 저급 맛기름은 하나의 메타포일 뿐, 덤핑 치과들이 쏟아내는 저가의 저급한 치료들로 대입해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다행히 최근에 서서히 성과가 있어서, 덤핑 치과들이 주춤해지고 있다. 이제는 그 다음 이야기를 슬슬 공론화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폐식용유를 사용한 저급의 맛기름이 아닌 엄격한 규제하에 참깨향만 첨가한 건전한 맛기름이라면 문제는 어떻게 될까. 가격을 낮추도록 압박하는 시장 흐름이 이미 진행되어 버렸고 저가를 원하는 그 많은 수요는 계속 존재할텐데 말이다.
수가는 비록 저가지만 치료의 질은 저급하지는 않은 치료를 하는 치과로의 전환은 계속 이루어지고, 병원 유지와 생계를 위해 타협하고 전향하는 치과의사들이 너무 많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거의 모두가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가, 그리고 우리의 후배들이 자긍심을 갖고 치과의사를 할 수 있는 큰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연세루트치과 이수형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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