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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미 칼럼] 환자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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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미 칼럼] 환자 경험
  • 윤미용 기자
  • 승인 2012.03.29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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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재촉하는 비가 온종일 내리는 금요일 팔자에는 없을 것 같던 병원 신세를 또 지고 있다.
병원 끝날 시간 즈음 들어온 나는 그로부터 한 시간 만에 초음파, chest x-ray, 혈액검사, 심전도 기타 등등을 해치우고 침대에 누워 동의서에 사인을 했다. ‘와~ 응급환자 care pathway가 이렇게 잘 잡혀있다니’라고 잠시 감탄한 후 마취과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었다.

 


의사라는 타이틀을 환자로 바꾸고 관찰하는 병원은 나름 흥미롭다. 나는 수사를 나선 ‘길 그리썸 반장’이라도 된 양 환자경험을 하고, MOT(moment of trust. 결정적 순간, 고객 접점)를 만나며 CSI(환자만족지수)를 매겨본다. 회진 오신 주치의 선생님은 유쾌한 성격이시다. 수술 잘되었다며 ‘누가 했지? 내가 좀 수술 잘하잖니’ 농담을 건넨다. 실은 위험한 상황이었음에도 선생님의 무던함에 마치 음, 신경치료 해야겠네요 정도의 뉘앙스였다. 그리 크게 겁을 먹지 않고 수술을 마치고, 병실에 돌아와서야 여기저기서 큰일 날 뻔 했다는 전화를 받았으니, 절로 감사의 마음이 넘친다.


열심히 걸어야 한다는 주치의의 말에 좁은 복도를 왔다갔다 하는 나에게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도 어느 병실의 누구인지 다 알고 있음을 넌지시 알려주는 인사가 반갑다. 퇴원을 앞두고 막내 간호사는 열심히 주의사항을 설명해 준다. 이름만 말하면 된다는 설명에 반신반의하며 원무과에 가서 정말 이름만 말하고 바로 퇴원수속이 되는 것을 보고, ‘작은 병원이 이런 게 좋구나’ 또 한번 MOT를 만난다. 퇴원 환자에게 받는 고객 만족 설문지도 귀찮지만 정성껏 답해주었다.


역시 주차타워가 말썽이다. 힘든 몸 상태 때문인지 주차관리요원이 오늘따라 눈에 거슬린다. 100-1=99가 아니라 100-1=0이 되는 게 고객 경험인데, 살짝 힘겹게 나의 마지막 MOT를 넘기고 집으로 가는 길, 다시 가고 싶은 병원이 되려면, 이란 생각을 정리해본다.
처음엔 의사를 보고 가는 병원이었지만 환자의 pathway상에서 만나는 접점의 모든 구성원이 결국 계속 가고 싶은 병원을 만드는 직접 책임자다. 접점들을 놓치지 않고 챙기는 내 클리닉을 꿈꾸면서 졸며 들었던 CS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단국대학교 치과병원 통합진료과 도레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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