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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하는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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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하는 치과의사
  • 장성원 원장
  • 승인 2011.12.20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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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원 원장

 

3일만 근무하는 치과의사, 그러나 수입은 2.5배 높아열심히 하는 것보다 다르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말을 지난 호에 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그런 사람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예전에 예치과에서 초청강의를 했던 사람인데 호주에서 개업하고 있는 Paddi라는 치과의사입니다. 이 사람은 일주일에 3일만 근무하지만 일반 치과의 2.5배의 수입을 올립니다.
Paddi의 치과는 간판도 없이 소개 환자만 받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관심이 있는 선생님들은 대충 알고 있겠지만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보려고 합니다.

 

 

객관적인 치료의 질과 환자가 느끼는 치료의 질은 다르다
Paddi도 처음에는 일반 치과의사와 비슷하게 개업을 했다고 합니다. 호주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수입을 위해서는 더 많은 환자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아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치과 대학을 졸업한 뒤 일반 환자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받았던 Paddi는 영국에 있는 병원에 취업해서 근무하게 됩니다. 많은 환자들을 보면서 힘들어하던 어느 날 식사 시간이 가까워졌는데 갑자기 허름하게 생긴 환자가 스케일링을 해달라고 내원하게 되었습니다. 몸도 힘들고 빨리 식사하러 가야겠다는 Paddi는 5분 정도 대충 스케일링을 해주게 되었습니다.

5분 동안 대강의 치석만 제거하면서 Paddi는 ‘이렇게 엉터리로 치료하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환자는 치료실을 나가면서 지금까지 받은 스케일링 중에서 제일 좋았다고 칭찬을 했습니다.
그때 Paddi는 객관적인 치료의 질보다 환자가 느끼는 치료의 질이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치과에 파레토의 법칙을 적용, A급의 소수 환자만 진료
호주에서 개업하는 동안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 24시간 진료도 해보았지만 결국 몸만 힘들고 수입은 별로 늘지 않았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지만 저녁이나 밤에 오는 환자들은 응급환자들로 일단 문제가 해결되면 그 다음날 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응급처치는 원래 돈이 되는 치료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자신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수입의 대부분이 상위 소수의 환자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파레토의 법칙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대부분의 환자를 버리고 돈이 되는 소수의 환자만 진료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과연 이런 시스템이 잘 될까 걱정도 많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병원은 정상화를 되찾아 높은 수익을 거두게 됩니다.
대신 Paddi는 남아도는 시간 동안 소수의 환자들을 위해서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마치 앤드류 그로브 인텔 사장이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 당시 주력 사업이었던 메모리 반도체를 버리고 비메모리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 결정을 했던 것과 비슷합니다.

환자 소개 카드로 신환을 소개받다
그 뒤 Paddi는 기존 환자들의 소개를 받은 환자만 치료하기로 결심하고 환자들에게 소개를 부탁합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떨리는 목소리로 환자들에게 신환 두명씩 부탁했는데 오히려 ‘두명이면 되냐?’는 환자들의 반응에 용기를 얻게 됩니다.

그래서 그 뒤로는 치료가 끝나면 정중하게 소개카드를 주면서 환자 소개를 부탁드리게 됩니다.
실제 이 병원에서는 소개카드를 가지고 오지 않으면 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없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약간 건방지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오랫동안 개업을 하면서 Paddi가 추구한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A급 환자는 A급 환자를 데려오고, C급 환자는 C급 환자를 데리고 옵니다.

Paddi 병원의 환자들은 거의 A급이기 때문에 소개 환자만 받으면 B급이나 C급 환자들은 자동적으로 걸러지게 됩니다. A급 환자만 보게 되면 스트레스도 적고 수입도 올라가게 됩니다.

A급 환자를 보기 위한 병원 시스템을 구축하자
그러면 어떻게 하면 A급 환자만 볼 수 있을까요? A급 환자만 보려면 그만한 병원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일단 환자가 소개를 받아서 병원에 예약을 하면 Welcome Book을 집으로 보내서 병원에 대한 전반적인 안내를 합니다. 거기에 진료비가 일반 치과에 비해 25% 정도 더 비싸다는 것을 미리 공지합니다. 이때 의료 쇼핑 환자들은 대부분 걸러지게 됩니다.

그리고 병원에 내원하면 바로 진료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일단 소파에 앉아서 고급 잔에 담긴 향긋한 차를 마시면서 Paddi와 간단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어느 정도 인간적인 관계가 쌓였다고 생각되면 그때 치료를 들어가게 됩니다.

환자를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는 것입니다. 다른 치과에 비해서 인격적인 대우를 받은 환자는 더 많은 진료비를 내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저항이 없습니다.

사실 치료비라는 것은 아무리 고가라 하더라도 의사와 환자가 합의하면 별 문제 없는 것입니다. 환자가 기꺼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액수가 치료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Paddi의 생각입니다.

다른 치과와 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고민 필요해
Paddi 치과는 환자수가 적기는 하지만 병원 내 모든 환경이 꽤 꼼꼼하게 짜여 있고, 환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 요란하게 생긴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도 타주고, dental bun이라는 빵도 만들어줍니다.

갓 구워져 나오는 빵과 따끈하고 맛있는 커피를 먹은 환자는 그것을 다른 곳에 가서 선전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다른 치과에서는 전혀 겪을 수 없었던 특이한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특이한 경험을 주변사람들에게 말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그 치과의 좋은 점에 대해서도 말하게 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Paddi의 사이트에 들어가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에 Paddi 치과에 대한 공부를 했을 때에는 도저히 한국에서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호주 사람과 한국 사람이 같은 인간이라면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을 해보게 됩니다. 단지 방법을 한국 실정에 맞게 할 뿐입니다.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앞으로 치열해지는 치과 시장에서 과연 원장님의 병원은 주변 치과에 비해서 무엇이 다르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원장님의 병원의 생존이 결정됩니다.
원장님의 병원은 원장님의 고민을 먹으면서 성장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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