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발효 ‘기대와 우려’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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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발효 ‘기대와 우려’ 온도차
  • 정동훈기자
  • 승인 2012.03.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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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이해득실 입장 엇갈려… 업계도 변화 예의 주시

3월 15일 오전 0시를 기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다.
한미 FTA를 통해 앞으로 한국 경제가 어떠한 변화를 겪게 될 지 쉽게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는 의료계도 마찬가지. 보건의료계부터 의료기자재업계까지 한미 FTA에 의한 변화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래유보’보는 시각 달라     
‘한미 FTA로 우리 딸이 달라졌어요. 레몬, 오렌지, 치즈 등을 착한 가격으로, 피부 좋아지고, 다이어트 하고’
FTA대책위원회가 한미 FTA 발효에 맞춰 진행한 지하철 만화 광고 내용이다. 그러나 광고처럼 값싼 미국산 과일 등에 즐거워할 ‘딸’이 있는 반면, 부모님의 과수농사가 타격을 받아 시름에 잠길 또 다른 ‘딸’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의료계도 이번 협정 발효에 따른 이해득실과 관련해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의 영리병원, 약국 등에 대한 규제 조치도 역진방지 조항 때문에 되돌릴 수 없게 됐다. 
한미 FTA 부속서Ⅱ(미래유보)를 보면 한국 정부는 보건의료 서비스와 관련해 향후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지만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들어서게 될 영리병원은 예외로 돼 있다.
한미 FTA를 통해 새롭게 영리병원제도가 도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이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현재 대다수 국민이 의료기관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현재 의료시스템은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의 지정병원으로 강제하는 법률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FTA발효로 영리병원 도입은 기정사실이 되었다는 주장이 높다.  
또한 한 개원의는 “한미 FTA가 미국의 영리법인이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의 사업타당성을 확인하고 활발히 투자하는 촉매가 될 것이라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면 국민적 우려는 현실화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미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보낸 공식보고서에 따르면 미 의료계가 한미 FTA로 한국내 미국식 영리병원 설립 걸림돌이 제거될 것으로 판단한 바 있다.
이에 반해 미국 의료서비스에 비해 절대적 가격 우위와 의료기관의 높은 수준 등 경쟁력을 감안할 때 미국시장이란 새 마켓이 탄생할 수 있어 국내 의료분야의 새로운 시장 개척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은 “의료서비스 분야는 미국협상 대표부의 한국의료시장에 대한 개방요구에 대한 유보로 한미 FTA협상 핵심주제에서 벗어났다”며 “이는 한국 의료서비스가 미국에 비해 절대적 가격 우위에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멀지 않은 미래가 문제
이번 발효로 국내 의료기기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미국산 의료기기 제품에 부과되던 관세의 철폐다. 현재 미국은 거의 모든 한국산 의료기기 제품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한다. 반면 미국산 의료기기가 국내에 수입될 때는 평균 8%의 관세율이 적용돼 의료기기산업의 보호 장치 역할을 해왔으나 이번 발효로 보호 장치가 사라지게 됐다.
한미FTA 발효에 따른 한국의 의료기기 관세 철폐품목을 보면 △즉시 철폐-의료용 의자, 주사기 △3년 내 철폐-인공심장기, 컴퓨터단층촬영기 △5년 내 철폐-환자감시장치, 치석제거기 △10년 내 철폐-MRI, 심전계 등이다.
업계는 아직까지 FTA 발효로 인한 영향은 미비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유니트체어 생산업체 스카이덴탈 최강석 이사는 “아직까지 큰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유니트체어를 대규모로 생산하는 업체도 있지만 가격이나 성능 면에서 국내생산품이 경쟁력을 갖고 있고 아직까지 미국제품이 단가가 비싸 단시일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향후 10년대 단계적으로 미국산 의료기기 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 가뜩이나 심한 대미 무역역조 현상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국과 미국 간 의료기기 분야의 무역수지 불균형은 약 3배에 이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대 미국 의료기기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2006년 4.2억달러에서 2010년 6.4억달러 규모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
대 미국 수출이 증가하는 추세이나, 수입의 증가세가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기기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23.3%에서 2010년 21.2%로 소폭 감소한 반면, 전체수입에서의 비중은 2006년 33.7%에서 2010년 41.7%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이다. 특히 국내 의료기기업체 대부분이 영세한 규모 탓에 신제품 연구개발 역량이 떨어져 경쟁력을 갖기가 힘들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의료기기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A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인프라가 거의 없는 상황이며, 근본적으로 산업 기반 자체가 상당히 취약하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미국계 업체 관계자는 “아무래도 관세가 철폐되면 고가의 전문장비 부문에서 가격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앞으로 한미 FTA 발효에 따른 글로벌 경쟁 심화와 시장 확대, 기술적 우위 선점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투자 확대 및 전략 추진과 정보, 기술, 자금력 등이 풍부한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의료기기의 글로벌 스텐다드 요구의 확대와 인허가, 지적재산권 등 세계시장에서 경쟁 가능한 의료기기 품질요구가 확대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은 더 큰 이익을 위한 기업의 행보라기보다는 생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전쟁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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