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실소파에 누워 잠시 눈을 붙였다가 일어났다. 새벽 5시. 오늘은 일간지 기자들과의 간담회가 있는 날이다. 졸린 눈을 비비며 노트북을 열고 브리핑 자료를 검토한다. 커피 한 잔과 창문을 열고 바깥바람을 쐬며 잠을 쫓는다. 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새벽공기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차갑다.
2007년 상황도 그랬다. PD수첩에서 치과의 불편한 진실이 방송된 후에 국민들이 치과의사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불법네트워크 치과와 동네치과를 오직 가격 기준으로만 생각하는 요즘과 너무나도 비슷했다. 전문가 집단의 진실한 목소리는 여론의 뭇매에 파묻히고 상처입어 불신과 오욕의 상처를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있었다.
거대한 인터넷의 바다에 의료정보는 넘쳐나고 이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환자들과의 사소한 분쟁이 치과의사들의 마음을 멍들게 하고 있었다. 선 순환적 홍보는 간절한 시대적 요구였다. 산발적으로 치주병에 관한 기사들을 일간지에 게재하고, 치주병 다큐멘터리 제작도 해보고, 대한민국성인병 박람회에도 출품하여 진료실이 아닌 곳에서 환자를 마주대하고 보니 임팩트 있는 대국민 홍보가 절실히 필요했다.
그리하여 잇몸의 날이 탄생하게 되었다. 3월 24일은 잇몸의 날이다. 치아의 날이 언제인지 모르는 치과의사들은 거의 없지만, 잇몸의 날이 언제인지 모르는 치과의사들은 아직 많이 있다. 뜬금없이 3월로 제정한 이유는 홍보하기 적합한 전략적 상황 때문이다. 3월 24일은 3개월마다 잇몸을 사랑하자는 뜻이 담겨있다. SPT를 위해 내원하는 치주환자의 소환주기 이기도 하고 치은연하에서 치주병 원인세균이 재발하는 주기와도 같다. 더구나 정기적인 치과검진과 스케일링을 최종적인 모토로 삼고 있는 학회의 홍보좌표와도 일치한다. 더구나 치주병 원인 세균은 전신을 돌아다니며 폐질환, 심장질환, 관상동맥질환, 간질환, 췌장질환 등을 유발하고 임산부의 조기 저체중아 출산과 관련되어있으며, 특히 당뇨병 환자의 경우는 혈당조절을 힘들게 하여 국제당뇨병 연맹에서조차 당뇨환자는 치과치료를 우선 받으시고 정기검진과 스케일링을 하시라고 권유할 정도이다.
치주병은 전신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리고 건강백세를 외치는 노년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도 치주병 예방은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고 있다. 홍보와 관련되어 일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보는 넘치는데, 사회적 이슈로 만들어 가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올해 학회에서 준비한 것은 표준치태조절교육 동영상과 장애인을 위한 재능기부 사업이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독자들께서 도와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동영상은 4월 중순부터 학회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으며,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을 돌보는 이들을 위한 동영상과 치과 대기실이나 진료실 체어 모니터를 통해 보실 수 있는 나레이션이 들어가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버전으로 학회 회원이 아니라도 접근이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한 치태조절 교육은 합법적으로 환자에게서 일생에 한번 비급여로 청구할 수 있는 진료항목이기도 하다.
한 해에 치은염및 치주질환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900만 명에 이르고, 감기 다음으로 단일질환으로 가장 많은 국민들이 앓는 질환이며, 우리나라 국민의 10명중 6명은 올바른 구강관리요령조차 모른다면, 이 땅에 치과의사로 태어난 당신은 과연 어떤 일을 할 것인가?
대한치주과학회 홍보이사 김남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