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8:00 (목)
[특집] 치과의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상태바
[특집] 치과의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 박천호 기자
  • 승인 2014.02.28 09:2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봉 200만원 시대 결국 인력과잉 원인

“무경력자의 경우 초봉 200만 원에서 250만 원 가량 된다. 대기업보다 많이 짠 편이다”. 요즘 치전원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의 임금이다.

한 해 배출되는 치과의사 수는 730~800여명 수준. 이들의 개원가 안착기가 힘겹다. 심지어 ‘한 번에 합격하는 페이닥터 이력서 쓰는 법’까지 돌고 있다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몇 해 전까지 치전원 졸업생 초임이 300~400만 원 이상이었지만 이후 급격히 떨어져 지금은 경력직 치과위생사나 실장보다 낮게 책정되는 실정이다.

페이닥터를 뽑는 원장 입장에서는 초년생을 선호하는 이유는 월급을 적게 줘도 된다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초년생이 아님에도 몸값을 낮춰서 서울에서 일을 하려는 페이닥터들은 점점 늘고 있다. 그러한 탓에 치전원을 막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원장 수입 감소 페닥도 감소
지역별 평균 임금도 정해져 있다. 서울권은 250, 경기권은 300, 그 이외의 지방은 400만 원 이상으로, 서울에서 멀수록 급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원장들 사이에서는 “예전에 1년차를 뽑는 돈으로 이제는 2~3년차도 뽑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상황. 페이닥터 모집광고를 내면 돈은 조금 받아도 좋으니 뽑아달라는 졸업생이 적지 않다고.

2012년 K치대를 졸업한 A선생은 “후배인 사회 초년생의 경우 면접에서 월급 150만 원을 제시하는 원장도 있다고 들었다. 웃음만 나올 뿐 해줄 말이 없더라”며 “후배들이 저수가 네트워크 주변을 기웃거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문제다. 그렇다고 어설프게 세미나 몇 개 듣고, 임상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개원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 이러다 월급은 포기하고 그냥 배우게만 해달라는 시절이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같은 해 졸업한 B선생은 “실장이나 고연차 치과위생사보다 입금이 싸다는 것 자체가 치과의사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본다”며 “치과위생사들도 자기보다 급여가 작은 페이닥터는 무시한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C선생은 “페이닥터 급여가 점점 더 낮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원장들의 수입이 낮아지고 있는데, 페이닥터 급여가 오를리 있겠냐”며 “오래 전 페이닥터 급여가 높고, 인기가 좋았던 시절에는 원장들의 평균 수입이 지금보다 높았다”고 일축했다.

낮은 급여 외에도 사회 초년생들의 고민은 많다.
한 페이닥터는 “월급날은 다가오는데 월급받기 민망할 정도로 환자가 없어서 눈치가 보인다”며 “이러다가 마음에도 없는 개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또 다른 페이닥터는 “임상 경험과 실력을 늘려야하는데, 환자가 많지 않아서 새로운 시술을 많이 못해본다”며 “좀 더 많은 환자를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결국 신규개원으로 눈 돌려
매년 배출되는 800여 명의 치과의사 중 수련을 거치지 않고, 500여명이 바로 개원가로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치전원을 졸업한 L선생은 5개월의 구직 끝에 지난해 중순 원하던 서울의 한 치과에 페이닥터로 취업했다. L선생은 초봉 250만 원에 싸인하면서 3개월 후부터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조건으로 달았다.하지만 주변 증권사에 있는 친구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낮은 급여에 한숨만 나온다고 한다. 페이닥터 대부분이 1~2년 차 이상이 되면 급여가 2배 이상 올라 평균 500만 원 이상을 받는다. 하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중현상으로 턱없이 낮은 초봉체계에 사회 초년생들은 생각이 많다.

어쩔 수 없이 개원 선택
‘임상 능력 부족’도 고민의 한 요소로 작용한다. 요즘 개원가에서는 치전원 출신의 페이닥터와 스탭들의 불협화음이 적지 않다.

취업 후 임상 능력을 쌓아가는 페이닥터와 진료실에서 이미 많은 임상을 경험한 스탭들 사이에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진료실 경험, 소위 말하는 ‘짬밥’에서 고연차 스탭들보다 뒤처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는 전문의를 취득한 경우에는 상황이 낫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P선생은 “페이닥터 급여만 놓고 봤을 때 교정이 갑이다. 보존과, 소아치과까지는 인정, 나머지 보철과, 치주과 등은 일반 GP와 동등한 입장”이라며 “현재 개원가에서 교정과 보존과, 소아치과 등 몇 개의 전문 과목을 제외하고 전문의 수요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때문일까 신규개원으로 눈을 돌리는 사회 초년생이 줄지 않고 있다.

신규개원이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개원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다.
체어 1대당 1억 원을 기준으로 보통 3~4억 원이 드는 개원비용의 상당부분을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빚 갚다가 30대 다 보내겠다’, ‘치과해서 이자 갚고, 저녁에 과외해서 생활비 벌어야 겠다’, ‘인건비, 관리비, 임대료 빼고 한 달에 200만 원만 가져갔으면 좋겠다’ 등의 하소연 섞인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치과의사 수 많지 않다?
현재로써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명확한 답은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치과의사 인력 감축 등 구조적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한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김미희 의원이 치과경영이 어렵고 많은 치과가 폐업하고 있다며, 치과의사의 인력수급 조절계획을 질의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OECD 국가의 1인당 국민소득 2만 불 진입 시 인구 1000명당 치과의사수는 0.56명이고 이는 현재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인력수급조절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치과의사 숫자의 증가속도의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나라의 의료수가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선진국은 치과의사 증가율이 미미하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9년 동안 독일은 인구 1000명당 치과의사 숫자가 0.05명 늘어났고, 일본은 0.07명 늘어나는데 그친데 반해 우리나라는 0.11명이나 늘어났다. 또한 우리나라는 1990년 대비로는 0.178명에서 2011년에 0.453명으로 21년 동안 2.5배가 넘게 늘어났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치과의사 증가속도가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원장은 “의료 수가만 해도 선진국에서는 하루 몇 명의 환자만 보더라도 충분히 수입이 되기 때문에 여유롭게 병원을 운영할 수 있다. 대구치 신경치료, 매복사랑니 발치만 해도 수가가 미국의 1/10 수준인 우리나라 수가로서는 선진국과 같은 수의 환자를 봐서는 치과를 도저히 운영할 수 없다”며 “다시 말해 치과의사 숫자 증가율과 의료 수가 등의 경제적 변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선진국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 수립의 왜곡을 불러 올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치과계 전체, 즉 원장은 물론 페이닥터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상선약수 2015-09-18 15:29:23
치과의사든 의사이든 먹고살기에 안성맞춤이라고해서 누구나 지원하지 말고 이젠 숭고하게 그것을 천직으로 삼을 사람들만이 지원했으면 ! 누구나 선망하던 직업 중 으뜸은 고등문관! 일제 때 조선 8도에 각 한명씩 만 사법시험 합격자를 냈었지만, 이젠 변호사들이 넘쳐난다. 늙어죽을 때까지 면허가 유효한 의사나 덴티스트들도 누구나 선망하는(?) 직업이라서 필연적으로 많아질수밖에 없다. 단지 이젠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젠 "금테두른 직업"은 없어질수 밖에 없으니 이젠 "아이가 꼭 하고 싶어하는 것을 하도록" 그냥 두세요 라고 말해주고 싶다.

기술 트렌드
신기술 신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