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직무연관성 결여된 ‘의사면허취소법’ 수용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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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직무연관성 결여된 ‘의사면허취소법’ 수용 못 해
  • 이기훈 기자
  • 승인 2023.03.0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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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면허취소법’ 졸속 처리가 화근
여론 수렴 없이 일방적 정책으로 몰고 가

의안번호 2107851. 제안일자 2021년 2월 2일. 고영인 의원(대표발의)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10인(강득구, 김두관, 김민철, 이용빈, 전용기, 전혜숙, 최종윤, 최혜영, 허종식)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해당 개정안의 제안 이유에 관해
「현행법에서는 의료인 결격사유 및 면허취소 사유로 의료 관계 법령을 위반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어 그 밖의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더라도 의료인 면허를 취득하거나 유지하는 데 장애가 없으나, 이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위반 법령의 종류를 묻지 않고 일정 기간 자격을 정지시키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역의 예와 비교하면 예외적인 규정임. 한편 의료인은 면허를 취소 받은 경우에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면허를 재교부 받을 수 있고, 면허를 재교부 받은 자가 다시 위법행위를 하더라도 특별히 제재를 가중하지 않고 있음. 그러나 의료인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강화된 자질 관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대적으로 완화된 결격사유를 적용하고, 위반행위를 한 자도 면허를 재교부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음. 이에 의료인 결격사유를 강화하고 면허를 재교부 받은 의료인이 재차 위법행위를 한 경우 그 제재수준을 가중하는 등 의료인 자질관리를 보다 엄정하게 하여 부적격 의료인을 퇴출시키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려는 것임」이라고 밝히며 그 주요 내용을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의료인이 이에 해당하면 그 면허를 취소하도록 함(안 제8조제4호부터 제6호까지). 나. 미성년자에 대하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 따른 성폭력범죄 또는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를 저질러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그 형 또는 치료감호가 확정된 사람은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의료인이 이에 해당하면 그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며, 영구적으로 면허 재교부를 금지함(안 제8조제7호 및 제65조제2항 단서). 다. 의료인이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범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등의 경우에는 그 면허를 취소하지 아니하도록 함(안 제65조제1항제1호 단서). 라.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에 대한 면허 재교부 요건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육프로그램 이수를 추가함(안 제65조제2항 본문). 마. 면허를 재교부 받은 의료인이 면허정지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면 면허를 취소하고 5년간 재교부를 금지하며, 면허취소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면 면허를 취소하고 재교부를 영구적으로 금지함(안 제65조제1항제2호의2·제2항제4호 및 같은 조 제3항 신설).」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계 의견 충분히 수렴했어야
2021년 2월 19일(금) 18시 20분 보건복지위원회회의실에서 열린 제384회 보건복지 제2차 임시회에서(회의록 발췌)

김민석 위원장은 “의사일정 제2항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약품 개발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부터 의사일정 제43항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까지 42건의 법률안을 일괄하여 상정합니다. 어제와 오늘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심사하신 법률안들에 대해서 소위원장님들로부터 심사보고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제1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이신 강기윤 간사님께서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보고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고

이에 소위원장 강기윤 의원은 “제1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 강기윤입니다. 우리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는 회부된 법률안 중 60건을 심사한 결과 원안 1건, 수정안 1건, 대안 3건을 채택하기로 하였으며 43건의 법률안은 계속 심사하기로 하고 통합 조정하여 대안을 제시하기로 한 15건의 법률안은 본회의에 부의하지 아니하기로 하고 의결하였습니다. 이에 법안소위에서 의결된 5건의 법률안에 대해 심사한 결과를 보고드리겠습니다.”라며 말을 이어갔다.

“(중략)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은 강병원 의원, 강선우 의원, 고영인 의원, 최연숙 의원, 곽상도 의원, 권칠승 의원, 박주민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8건의 법률안을 통합 조정한 것입니다. 대안의 내용은 우선 의료인의 위법행위를 예방하고 안전한 의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의료인의 자격요건을 강화한 것입니다.

의료인도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종과 같이 범죄 구분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되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범한 경우는 면허취소 사유에서 제외하였습니다. 한편 현행법에는 부정한 방법으로 면허 발급요건을 취소한 경우 면허취소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명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였습니다.

또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에 교육전담간호사를 배치하도록 의무화하고 국가가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간호인력의 역량을 강화하고 수급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정부가 제출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도전문의 지정․취소 등의 현황관리 업무를 보건복지부장관이 관련 기관에 위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는 내용으로서 효율적 관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원안 의결하였습니다. 
이상으로 보고를 마치겠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배부해 드린 유인물을 참조해 주시고, 아무쪼록 우리 제1법안심사소위원회가 심사보고한 대로 심사 의결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고 말했다.
 

국회, 법 개정 항목의 중요성 망각
이어 김민석 위원장은 “(중략)수고하셨습니다. (생략)국회법 제58조제5항은 제정법률안과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해서는 축조심사를 생략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만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서는 위원회 의결로 이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오늘 의결할 법률안 중 일부개정법률안들은 소위원회에서 면밀한 축조심사를 했기 때문에 전체회의에서는 축조심사를 생략하고자 합니다. 이의 없으십니까? (「예」 하는 위원 있음) 없으시면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그러면 법률안별로 의결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생략)그러면 계속해서 제11조부터 제20조까지의 규정에 대해서 의견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하는 위원 있음) 없으시면, 이어서 제21조부터 부칙까지에 대해서 의견 있으시면 말씀 주시기 바랍니다.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하는 위원 있음) 이상으로 축조심사를 마치겠습니다.“
며 고인영 의원 등 10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의료인 면허취소법’을 통과시켜 버렸다.

그 이후 이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특별위원회에 계류됐고 간호법·의사면허취소법(의료인 면허결격사유 확대법) 등 법안 7건은 지난달 9일 표결로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직접 회부됐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본회의 부의 요구를 받은 날부터 30일 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본회의 투표를 통해 부의 여부를 정할 수 있다.
 

몇몇 사건 여론몰이로 전 의료인 폄훼
의료계가 분노하고 있는 건 간혹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몇몇 의료인의 범죄를 마치 전체 의료계의 도덕적 해이인냥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는 국민 건강을 지키는 중대한 의료법을 일부개정안이란 이유로 축조심사(逐條審査: 의안을 한 조항씩 낭독하면서 의결하는 일)를 거친 것도 모자라 의사 면허를 박탈하는 중차대한 문제를 심도 깊은 논의와 의료계의 충분한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의결했기에 현재의 상황을 촉발시켰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축조심사를 면밀히 했다면 소위원회가 도대체 어떤 의견을 누구에게 수렴했는지 그 근거를 의료계는 묻고 있다.

또, 현재 의료계가 반발하는 개정안 중 가장 큰 문제는 「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의료인이 이에 해당하면 그 면허를 취소하도록 함(안 제8조제4호부터 제6호까지).」의 조항이다.

이를 해석하면 의료인은 직무연관성이 없더라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게 되면 면허가 취소되며 의료인으로는 평생을 살 수 없게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다시 말하면 의사가 직무연관성이 전혀 없는 교통사고나 그 외 어떤 범법행위가 발생할 때는 다시 의사생활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에서 치과를 운영 중인 A의사는 “이번 법안 회부는 형평성에 어긋난다. 치과의사로서 직무와 연관된 범죄에 따른 면허 박탈도 아니고 단순히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도 면허를 취소한다는 건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쉽게 생각해보자. 길을 걷다가 싸움이 났는데, 애꿎은 운전면허를 취소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항변했다.
 

국회 처리결과 따라 더 큰 파장 올 듯
그렇다고 치과계를 포함한 의료계가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에게 계속 그 면허를 재교부하게 하자는 것도 아니다. 현재 국회 앞에서 정부의 의료인 면허취소법 강행에 대한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대한치과의사협회 박태근 회장은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대해 다른 단체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강력범죄에 대해선 의료인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과 묶여서 경미한 범죄들, 금고 이상의 형이라는 기준은 집행유예만 받아도 면허가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특히 5년의 자격제한을 할 수 있으니 대단히 큰 악법”이라고 말했다.

박 협회장은 또 “변호사 등 타 직역과의 형평성을 거론하지만, 직종의 특이성에 있어 다르다는 걸 간과하고 있다. 의료인은 기본적으로 환자와 긴밀히 접촉이 많은 직업인데, 예를 들어 환자가 이 법을 악용해 악의적으로 접근하면 우리로선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 결과적으로 진료를 위축하게 만들고, 이는 국민 건강을 해치는 길로 이어진다. 의료인의 입지를 좁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한편,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성명을 발표하고 첫째, 보건의료 직역 간 갈등을 초래하는 간호법, 국민과 의료인을 편가르기 하는 의료인 면허취소법의 전면 철회. 둘째, 부적격 의료인을 퇴출시키고, 의료인 면허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전문가단체의 자율규제를 기반으로 하는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 셋째, 치과의사도 국민의 일원으로서,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법안에 대하여, 입법논의에 참여하고, 세부적인 시행에 함께 할 결의가 충분하다는 사실을 명심하라는 내용을 정부를 향해 주문한 바 있다.

현재, 치과계를 포함한 13개 보건의료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지난달 26일 ‘간호법·의료인면허법 강행처리 규탄 총궐기대회’를 열었고 지난 3일까지 국회, 민주당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국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지만 그 향방에 따라 더 강한 저항이 예상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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