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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원격진료 허용, 박근혜 정부서 논란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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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원격진료 허용, 박근혜 정부서 논란 재개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3.05.15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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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는 창조경제의 대표” Vs “의료가 산업이냐”

▲ 복지부와 기재부 등 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원격진료가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다가 미완에 그친 ‘원격진료’ 제도가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시도되고 있어 허용 여부를 놓고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재개될 전망이다.

원격진료(Telemedicine)는 화상진료라고도 하며 멀리 떨어져 있는 환자를 모니터를 통해 보면서 진료를 하는 방법. 본래 전쟁터에서 원격지에 있는 군인을 치료할 목적으로 이스라엘에서 처음 개발됐다. 미국이나 북유럽 등 광활한 국토나 수천 개의 섬으로 이뤄진 국가에서 의료공급자가 충분하지 않을 때 사용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서‧벽지 등 의료 접근성이 좋지 않은 지역의 환자를 대상으로 고급의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고려되고 있으나 현행 의료법은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금지하고 있다.

정부는 △U헬스케어 시대에 대비하고 △국민의 의료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원격진료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2009년부터 의료법 개정을 계속 추진해 왔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서 집중 추진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복지‧기재부 ‘허용추진’ 한 목소리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1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원격진료가 허용되지 않고 있어 산업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진 장관의 이날 발언은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참석한 장중근 나노엔텍 대표가 원격진료가 가능한 소형 의료진단기기를 개발했지만 의료법에 묶여 국내 판매를 할 수 없고, 해외 수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호소한데서 비롯됐다.

진 장관은 이날 “17‧18대 국회에서 의료법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의료계가 신뢰의 문제, 사고발생 시 책임소재의 문제, 대학병원 쏠림 현상 등을 우려해 반대해 왔다”며 “더 큰 문제는 영리법인 허용까지 인식하고 있어 반대가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료기기는 창조경제의 대표 분야”라며 “국회를 설득해 반드시 규제를 없애고 블루오션인 의료기기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에게 ‘2013년도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원격의료 허용을 공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제정해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방안을 보고했다. 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 등 IT 융합과 서비스 R&D를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의료서비스 규제완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원격진료 논의와 관련, 의료계는 책임소재 문제 등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의료사고 책임소재 선결해야
정부에서 이처럼 원격진료 허용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도입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여당의 4선 의원이 원격진료 허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다가 유보키로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원실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원격진료를 시행하다가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져야 할 주체를 결정하기가 모호하다는 점이 문제”라며 “이런 점이 해결되지 않으면 법의 완결성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정발의를 무기한 유보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책임 소재를 어떻게 밝힐 것인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는 말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원격진료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논의에 응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돼야 할 조건이 있다”면서 선결과제로 △수가체계와 △의료사고 시 책임소재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방지대책 등을 제시했다.

그는 “18대 국회에서도 정부가 원격진료 도입을 위한 법 개정에 협조를 요청해왔었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답이 없어 응하지 않았다”면서 “새 정부에서 창조경제 구호와 맞물려 원격진료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으나 국회에서 법안이 논의되려면 이러한 선결조건에 대한 해답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계, 또다시 강력 반발
의료계는 원격진료가 도입될 경우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환자의 피해가 커지는 것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현재 의료취약지가 사실상 거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반대 이유로 꼽고 있다.

특히 지역접근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개원 의원들은 원격진료가 도입되면 그 즉시 몰락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으며, 유명대학 교수에게만 환자가 몰려 그나마 허울만 남은 의료전달체계가 아예 붕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의협의 기본 입장은 원격진료에 반대”라며 “산업발전과 먹을거리 확보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국민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송 대변인은 “원격진료에 반대하는 것은 의사의 밥그릇 챙기기가 절대 아니다”면서 “원격진료가 시행되더라도 진료 결과에 대한 책임은 의사가 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현재 국내 의료상황은 의사들의 밀집도가 높고, 접근성도 뛰어나므로 원격진료 도입 필요성이 전혀 없다”면서 “원격진료를 하면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소재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관련 법령도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결국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격진료 도입은 결국 의료를 산업으로 보고 창조경제의 한 부분으로 성장시킬 것인지, 또는 국민 건강권 확보라는 명분을 지키며 안정적으로 가야할지 또다시 기로에 서게 됐다. 그러나 어떤 실리와 명분이 있어도 △대형병원 환자 집중 현상과 △의료사고 시 책임소재 규명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먼저 제시된 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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