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환자 진료하다 ‘환자’ 된다
상태바
[기획] 환자 진료하다 ‘환자’ 된다
  • 서아론 기자
  • 승인 2023.02.28 2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치과의사 괴롭히는 다양한 직업병
전문가 3人, “근본 찾아 해결해야”

환자의 구강질환을 치료해 주는 치과의사들이 오히려 다양한 직업병에 시달리며,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다. 장시간 반복된 자세와 근거리 작업으로 인한 외상 및 시력 저하 뿐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심각하다. 

이에 본지에서는 지난 2월 13일부터 27일까지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치과 진료의 특수성으로 인해 겪는 다양한 질환과 증상에 대해 살펴봤다. 설문 결과는 70.6%로 목, 허리, 어깨 등의 근골격계 질환과 근육통증을 호소했다. 또한 직무 스트레스와 시력저하가 각각 67.1%, 50.6%를 차지해 치과의사 건강이 심각한 현실임을 보여줬다. 

편중되고 반복된 자세, 근골격계 질환 
전문가들은 근골격계 질환, 근막통증은 많은 치과의사의 잘못된 자세와 관절 및 근육의 올바르지 못한 사용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이채윤(서울이고운치과) 원장은 “환자를 아래에 두고 숙여서 진료해야 하는 작업 특수성으로 인해 경추와 요추 질환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며 “경추를 숙이지 않고 진료하는 것이 불가능한 진료 특성상 ‘경추 디스크 추간판 탈출증’ 등 디스크 구조적인 손상으로부터 경추 디스크를 보호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류형석(서울시원한마취통증의학과의원) 원장은 “장시간 수술 시 목 보호대를 착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평소에 목과 등 근육을 강화시키는 ‘중심근 운동’이 도움이 된다”며 “중심근의 코어가 강화되면 목으로 전해지는 힘이 분산된다. 마치 복대를 차는 것과 같은 효과처럼 척추뼈 사이 디스크로 힘이 집중되는 것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소에 뭉친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폼롤러를 사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뭉친 근육이 안 풀리면 경추, 요추에 영향을 미치기에 근육을 풀어주지 않은 채 강화운동만 하는 것도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근거리 작업, 안과질환
진료시간의 대부분을 정확하고 세밀한 작업을 해야하는 치과의사는 각종 안과질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서준석(서울S치과) 원장은 “하루종일 근거리 작업으로 인한 눈피로와 더불어 눈에 여러 금속 가루, 이물질, 피, 침 등이 들어간다. 이로 인해 근무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시력이 안좋아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임수진(압구정 성모안과) 원장은 “처음에는 피로한 정도로 시작된 증상이 작업을 지속할수록 눈 주변의 통증이나 두통까지도 유발하게 된다. 근거리 작업 중간중간 눈을 감거나, 멀리 보며 눈을 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충분한 수면 등 몸의 컨디션을 좋게 하는 것도 초기에는 증상완화에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불편이 지속된다면 돋보기나 기존의 근시 안경 도수를 낮춰 착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치료작업중에 눈에 약품 등의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는 인공눈물이나 생리식염수를 이용한 충분하고 즉각적인 세척이 중요하다. 특히 알카리성 물질은 눈을 심하게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더 주의해야 한다”며 “고체류의 이물질이 눈에 들어갔을 경우 눈을 비비는 행동은 2차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절대 금해야 하고, 세척으로 제거가 안됐다고 판단시 안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모든 질환을 불러오는 스트레스
스트레스는 모든 질환의 근원으로 치과 진료 환경에서는 피할 수 없는 요소로 알려졌다. 특히 치과의사는 다른 진료과목에 비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김난희(더채움치과) 원장은 “타과에 비해 환자들이 느끼는 치과진료에 대한 공포와 통증이 치과의사에게는 심리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특히 환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치료가 이뤄지므로 움직이거나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등에 대해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나해란(나해란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치과의사는 환자의 치아 건강을 챙길 뿐 아니라 예민한 정신적인 측면도 함께 돌보고 있는 셈이다. 단순한 물리적 치료를 넘어 환자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치료를 한다고 볼 수 있다”며 “소중한 신체의 일부를 지켜주는 치과의사 분들이 스스로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깨닫고 자신을 인정하며 사랑한다면 덜 지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의 3인, 직업병 관련 소견을 들어보다]

1.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류형석(서울시원한통증의학과의원) 원장

"신체 밸런스 잡아주는 것이 중요"

편중된 자세 경계해야
치과의사는 하루 종일 원형 의자에 앉아 치과진료를 하는데, 대부분 허리와 목을 앞으로 숙인 채 양쪽 어깨를 말고 양손을 사용합니다. 이때 더 세밀한 접근을 위해 의자에 앉는 것보다 골반이 치우치도록 한쪽으로 기울여 앉는 경우가 대다수인데요. 오른쪽이나 왼쪽 치료 때는 자세가 한쪽으로 더욱 쏠리면서 한눈에 봐도 우려가 될 정도입니다. 

한 부위씩 나눠서 자세히 살펴보자면, 치료를 위해 목을 숙이는 과정에서 목과 등 근육으로 전달되는 힘이 올바른 자세일 때보다 무려 3~4배 증가합니다. 흔히 휴대폰을 보는 것보다 더욱 숙이는 자세를 취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거북목이 될 가능성이 높고 목관절 및 디스크에 가해진 힘으로 목디스크가 유발될 가능성 또한 3~4배에 달합니다.

어깨는 라운드숄더가 돼 날개뼈가 바깥쪽으로 말리면서 목과 등에는 힘이 더 들어가는 동시에, 어깨뼈가 앞으로 밀리는 자극으로 ‘어깨충돌증후군’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진료 시 팔꿈치와 손목에 오랫동안 반복적인 움직임과 힘이 가해지면서 과부하가 됩니다. 이는 팔꿈치 인대 및 손목 손상(삼각 섬유 연골 복합체 손상, 손목터널증후군, 손목 건초염 등)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편중된 자세는 척추측만증 발생 확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목의 경우처럼 허리에도 하중이 전달되면서, 퇴행성 변화 및 디스크 유도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게다가 한쪽으로 치우쳐 앉는 자세로 골반이 틀어지면서 다리 길이의 차이로 이어지게 됩니다.

전문의 찾아 원인부터 발견해야
따라서 치과 의사의 잘못된 자세로 인한 신체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밸런스를 잡아주는 것이 관건인데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의 경직된 부분을 풀어주는 것이며, 무엇보다 통증이 없을 때 근육의 이완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통증이 생기면 휴식을 취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먼저 휴식을 통해 통증이 완화되면 다행이지만, 그럼에도 통증이 발생한다면 전문 병원을 찾아 원인부터 발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근골격계 질환을 진료하는 병원에 방문해서 본인 스스로의 진단이 잘못되었는지부터 전문의의 소견을 통해 받아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목디스크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자가 진단을 통해 적합하다 판단되는 운동 및 스트레칭을 자의적으로 진행함으로써 더욱 악화를 초래해 내원하는 경우도 종종 이기 때문입니다. 항상 통증이 감소해야 몸의 밸런스도 유지될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합니다. 

통증은 몸 상태를 파악하는 척도
평소 자세에 신경 쓸 수 없다면, 시간을 따로내어 바른 자세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자세가 안 좋을 경우 무거운 무게 운동보다는 가벼운 무게의 소근육 운동 및 스트레칭을 권장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장시간 앉아서 일하므로 무게가 척추 쪽으로 많이 전달되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엑스레이나 초음파 검사, 필요하다면 MRI 검사를 통해 과학적으로 진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후 각각의 경우에 맞는 단순한 물리치료부터 도수치료, 주사 치료, 시술 등 여러 가지 비수술 치료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통증은 몸의 이상을 알려주는 경계신호입니다. 심각해질 수 있는 질병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통증을 초기에 잡지 않고 만성 통증으로 진행시키게 되면 집중력, 기억력 감소와 수면장애를 일으키고 심각할 경우 활동 범위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통증을 줄여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예방하고 최소화해서 보다 높은 삶의 질을 영위해 나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2. 안과 전문의 임수진(압구정 성모안과) 원장

"진료 중간에 순간의 전환 필요"

눈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겠지만, 근무시간의 대부분을 정밀하고 정확하게 진료해야 하는 치과의사 선생님들께는 그 중요성이 더욱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안과의사로서 바라보는 치과 선생님들의 고충은 단연 지속적인 근거리 작업으로 인한 눈피로 증상이 아닐까 합니다. 가까운 거리를 보기 위해서는 우리 눈에서 모양체라는 근육의 작용을 통해 수정체 굴절력의 변화가 일어남으로써 근거리에 초점이 맞도록 조절 과정이 일어납니다. 이 조절력은 나이가 들수록 저하되어 일반적으로 40세 이후부터는 일반인들도 근거리 작업시 불편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근거리 작업을 오래 하시는 치과 선생님들의 경우 노안을 느끼는 시기도 빠르고 그 피로도 또한 더 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처음에는 피로한 정도로 시작된 증상이 작업을 지속할수록 눈 주변의 통증이나 두통까지도 유발하게 됩니다. 따라서 근거리 작업 중간에 가능하다면 눈을 감거나 멀리 보시면서 눈을 쉬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충분한 수면 등의 몸 컨디션을 좋게 하는 것도 초기에는 증상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편이 지속된다면 돋보기나 기존의 근시 안경 도수를 낮춰 착용하는게 필요합니다. 또 강한 불빛 아래서 집중해야 하는 근무 특성상 안구건조증이 생길 가능성도 높습니다. 

눈물 분비량은 노화나 약물, 스트레스, 전신질환 혹은 컨디션 저하 등의 영향을 받아 줄어들게 되며, 작업시 고도의 집중력으로 인해 눈 깜빡임 횟수가 줄어들면서 눈물 증발량이 많아져 건조증에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건조증이 심할 경우 각막표면에 미세한 상처를 만들어 매끈해야 할 각막이 미세하게 울퉁불퉁해져 이물감을 유발하거나 침침함 등 시력의 질이 떨어지게 됩니다. 아울러 불빛에 노출시 빛의 산란이 일어나 눈부심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작업시 의식적으로 눈을 깜빡이거나 냉난방기 등의 바람을 직접 맞는 것을 피하고 가습기 등을 통해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며, 인공눈물이나 건조증 치료제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치료 도중 눈에 약품 등의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는 인공눈물이나 생리식염수를 이용한 충분하고 즉각적인 세척이 중요하며, 특히 알카리성 물질은 눈을 심하게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더 주의해야 합니다. 고체류의 이물질이 눈에 들어갔을 경우 눈을 비비는 행동은 2차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절대 금해야 하고, 세척으로 제거가 안되었다고 판단시 안과를 방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3.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나해란(나해란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치아를 넘어 환자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치과의사"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나해란입니다. 제 주변에도 많은 치과의사 친구들이 있어서 치과 선생님들의 환자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는 것을 잘 압니다. 치과의사 직업 특성상 장시간 고개를 숙인채 한 자세로 집중해서 업무를 하다보니 당연히 목, 어깨, 손 등 관절에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힘든건 정신적인 스트레스라 생각합니다.

제가 직접 치과를 내원해서 느낀점은 치과 치료의 통증보다 기계 진동 소리가 더 섬뜩해서 잔뜩 긴장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예민해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이렇게 예민한 환자를 돌보는 치과의사의 업이란, 치아 뿐만 아니라 환자의 기분까지 살펴야 하는 남모를 이중고(二重苦)를 겪어야 하는거 같습니다. 소위 ‘진상환자’라고 불리는 극도로 예민한 환자를 만나 한바탕 소동을 치르고 나면 “내가 이러려고 치과 의사가 됐나” 생각이 드실 법도 합니다.

치과 환자들이 어쩔 수 없이 예민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시면 스트레스가 줄어들 수 있을까요? 예로부터 치아 건강이 오복(五福)중 하나로 꼽힐 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본다면, 인체의 작은 부분이지만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셈입니다. 그만큼 환자들이 치아의 통증에 더 힘들어한다는 것이겠죠. 

저 또한 정신과 의사로서 치아의 정신분석학적 의미가 궁금한데, 그 이유는 흥미롭게도 심한 정신병적 증상에서 적지 않은 경우가 치아에 집착을 하기 때문입니다. 극심한 스트레스, 망상장애, 노인 우울증 등 정신병적인 증상(psychosis)이 동반되는 정신 질환에서 치아 얘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예컨대, “우리 남편이 내 잇몸에 철길을 몰래 놓았다”, “밤만 되면 치아속에서 누군가 일을 꾸민다” 등등 말이죠. 

실제로 3차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때 이런 이유로 정신과 병동으로 입원한 환자들에게 매일 치과 컨설트를 보내고 확인을 시켜줬음에도, 치아에 대한 집착으로 하루 몇십번씩 입안을 확인하고 불안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만큼 치아는 단순한 저작기관 기능을 넘어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몸 안에 감춰진 작지만 은밀하고, 1차적으로 씹어서 몸으로 받아들이는 중요한 최전방 기관이라는 것입니다.  

치과 선생님들이 이러한 의미를 한번쯤 생각해보신다면 도움이 되시지 않으실까 합니다. 단순히 치아 건강을 위한 물리적 치료만 하는 것이 아닌, 환자의 마음까지 돌보고 계신 셈이지요. 

언젠가 치과 진료를 받으며 개인적으로 “아, 인체란 정말 신비롭구나. 어떻게 나의 어금니와 송곳니가 신체의 일부 중에 입속에 정확하게 자리를 잡았지?”라고 생각해 본적이 있습니다. 조금 엉뚱한 상상이라고 느끼실 수 있겠지만, 발생학적으로 많은 기관들이 신체에 위치하면서 우리의 치아는 그 작은 한 개, 한 개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하기 위해 자리 잡은 것이 너무나 경이로운 일입니다. 

치과의사 선생님들께서 보다 자신의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시고 하루를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모든 환자들이 알아줄 수는 없겠지만,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한다면 덜 지칠 수 있으실 겁니다. 오늘도 힘드실 수 있으나, 스스로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다시금 깨닫고 힘내시는 하루가 되시길 응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술 트렌드
신기술 신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