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이슈] ‘영리병원’ 논란, 이번엔 강원도서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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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이슈] ‘영리병원’ 논란, 이번엔 강원도서 점화?
  • 이상연 기자
  • 승인 2022.09.2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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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사 허가로 외국 의료기관 설립’ 등 내용의 법안 발의
개원가 “진료비 상승, 박리다매식 진료로 의료질 저하” 우려 

제주도 발 ‘영리병원(영리법인 병원)’ 논란의 여진이 지속 중인 가운데, 최근 다른 지역에서도 ‘도지사가 외국 의료기관 개설을 허가’토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대상지역은 2023년 6월 11일부로 본격 출범하는 강원특별자치도다.

지난 9월 13일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박정하(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의원 대표로 발의됐다. 주목되는 대목은,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이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으며, 이를 의료급여기관으로 보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개정안의 ‘외국의료기관의 개설 등(제11조의3)’ 항목이다.

이를 두고 의료계 일각에서는 국내 영리병원 1호로 추진됐던 제주도 녹지국제병원(이하 녹지병원)과 유사한 사태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주도선 영리병원 측 승리中
영리병원은 논의가 본격 시작된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사회적 갈등과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추진하려는 쪽에서는 “의료서비스 선진화,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제시했지만, 반대하는 쪽에는 “사실상 의료민영화 수순”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럼에도 제주도 녹지병원 설립은 추진됐다. 현재는 관련 지자체인 제주도가 지속적으로 병원의 설립허가를 취소하자 이에 반발한 녹지병원 측이 제주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양 측의 법정 공방이 이어지는 중이다. 치열했던 양측 간 법정 싸움의 최근 양상을 보면, 승부의 추가 녹지병원 쪽으로 기울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015년 12월, 꾸준히 제주도 내 외국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해 온 중국 국영 부동산 건설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이하 녹지그룹)’가 복지부로부터 녹지병원의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냈다.

이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았다. ‘외국 영리법인’ 허용이라는 표면적인 문구 뒤에는 상업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기업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로 인해 국내에서 공공재 개념인 의료 서비스의 지나친 상업화가 우려되며, 이는 또 당연지정제와 비영리 의료법인이라는 국내 의료공공성의 버팀목을 흔드는 위험요인이 돼 결국에는 ‘의료민영화’의 초석이 될 수도 있다는 시민사회의 지적이 빗발쳤다.

이 같은 거센 반발에도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당시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쳤다”면서 ‘내국인 진료 제한’을 조건으로 녹지병원 개설을 허가(2018년 12월)했다.

하지만 이 조건(내국인 진료 제한)에 불복하듯 녹지병원 측이 개설을 차일피일 미루자, 제주도는 개설 허가 후 3개월 동안 ‘정당한 사유’ 없이 병원을 개설하지 않으면 관련 지자체는 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의료법 제64조(개설 허가 취소 등)에 따라 녹지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이러한 제주도의 행정처분에 반발한 녹지병원 측은 ‘병원 개설 허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과 더불어 “외국인만 환자로 받아선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면서 ‘내국인 진료 제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병원 개설 허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은 녹지병원 측이 대법원 승소(2022년 1월)로 승리를 가져간 상태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로 인해 녹지그룹이 제주도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까지 가능해졌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내국인 진료 제한 취소 소송’ 또한 제주도의 승리를 낙관하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영리병원과 의료민영화, 그리고 개원가
녹지병원을 둘러싼 논란에서 가장 크게 포커싱 되는 단어가 바로 ‘의료민영화’다. 그 예로, 현재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영리병원을 향한 시민연대 등의 반발여론의 주 원인으로 의료민영화가 거론되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내년에 특별자치도가 되는 강원도에서 ‘도지사의 외국의료기관 설립 허가’를 가능케 하는 법안이 발의된 것이다. 그에 앞선 녹지병원을 둘러싼 흐름과 법원의 판례를 알고 있는 의료계는 이에 따른 긴장감을 감출 수 없는 눈치다.

이러한 상황에 동네 치과 원장들도 우려감을 나타냈다. 본지가 설문한 4명의 원장들은 의료비 상승은 물론 ‘박리다매 식’ 진료로 인한 의료 질 저하, 덤핑 등 문제도 판을 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

A원장은 “태국처럼 특화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특정 지역에서 외국인만 상대로 한다면 찬성한다”고 밝혔다. 다만, 영리병원이 소득수준이 높은 고객(환자)을 유치하기 위해 이름값 높은 의료진을 포섭하는 등의 상황이 예상되는데, 이를 위해 병원 측이 비급여 진료 비용을 상승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B원장은 “상호자유무역에 맞춰 외국의료기관 설립은 허용할 수밖에 없으니 영리병원도 결국 허용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과 더불어, 그럴 경우 발생할 문제의 대비를 위해 개인 개업가와 공공의료의 확충을 도모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C원장은 영리병원을 두고 “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이 아닌 ‘자본에 의한 개설’과 거의 동일한 개념”이라며 “최근 논란이 된 임플란트 38만 원 치과처럼 일부 비급여 항목의 대량 마케팅을 통한 ‘자본의 수익률’에만 집착한다면, 지금까지의 진료행위와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일부 비급여 진료에 치중한 과잉진료와 비정상적 진료가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D원장은 영리병원 설립의 물꼬가 트인다면 진료비가 세분화되고 이 진료비에 맞춰 여러 레벨의 영리병원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예컨대 최상위 레벨에는 대기업 명을 내건 ‘대형 영리병원’이, 그 아래로는 자본력 수준에 맞는 영리병원들이 들어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양질의 의료진은 보수가 높은 ‘대형 영리병원’으로 쏠리게 돼, 개원의는 줄고 페이닥터는 증가해 의료 질 저하를 야기할지도 모른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소형 영리병원에서는 수익증대를 위한 방편으로 덤핑 등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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