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당법 시행 8개월, 시골 응급실 30곳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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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당법 시행 8개월, 시골 응급실 30곳 폐업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3.04.2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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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지 응급의료기관 국가 지원 필요… 연간 200억원이면 가능

응급의료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작년 8월 5일부터 응급의료기관에 설치된 진료과목마다 당직전문의를 두고, 응급실 근무의사가 요청하는 경우 전문의가 직접 진료토록 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일명 ‘응급실당직법, 응당법’ 및 하위법령(시행령, 시행규칙)이 시행되면서 응급의료가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는 응당법 행정처벌을 유예하고 응급의료인력 규정도 완화했지만 응급의료체계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응급의료가 제 자리를 찾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짚어 본다.

▲ 응급의료체계를 살리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법적 기준 못 지켜 지정 반납
응급환자에게 신속하고 질 높은 응급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법 개정 취지와는 달리 응당법이 시행된 지 단 2개월 만에 농어촌 응급의료기관 15개소가, 8개월 만에 30개소가 스스로 문을 닫았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10개소로 가장 많았고, 경북·경남 4개소, 충남 3개소 등으로 나타났다. 사유별로 는 21개소가 ‘인력 미충족 등 법적기준을 지키지 못해 자진 반납한 응급의료기관이 21개소로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 취약지역에서도 24시간 응급의료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응당법을 개정 시행했지만, 보건복지부의 탁상 행정으로 인해 골든타임(의학적으로 응급 질환에서 어떤 치료가 효과 있기 위해 행해져야 하는 제한시간) 내에 응급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오히려 의료사각지대가 확대된 것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응급실 전문의 당직법’을 위반한 기관에 대한 행정처벌을 유예했고, 지난 2월 28일부터는 모든 진료과목에 당직 전문의를 두도록 의무화하지 않는 대신 의무배치 당직전문의를 응급의료기관 유형별로 차등화하여 지역응급의료기관은 내과 및 외과계열에 각 1명씩 2명 이상의 전문의만 두면 되도록 응급의료법시행규칙을 개정·시행했다.

골든타임 내 응급처치 가능해야
농어촌의 군 지역에서는 도시지역 응급의료센터와 달리 응급의료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보다는 기초적인 응급의료 서비스가 가능하게 하여 골든타임 내 응급의료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농어촌 군지역의 응급의료기관은 응급의료인력 채용도 힘들뿐 아니라 야간에도 전문의 2명, 간호사 5명을 응급의료기관 요건에 맞게 유지할 경우 운영하면 할수록 손실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응급의료서비스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해 마련한 응급의료기관 지정 요건이 농어촌 군 지역을 응급의료의 사각지대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 김재원 새누리당 국회의원
김재원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응급의료 취약지에 거주하는 농어촌지역 주민들이 응급상황에서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지난 8일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응급의료를 받을 권리에 ‘지역’을 추가해 응급의료서비스가 지역적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고, 도서산간지역 등 의료취약지에 있는 응급의료기관에 대해 응급의료 운영비 지원 및 비상진료 체계에 따른 당직 전문의 인건비를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은 “모든 국민이 응급상황에서 성별, 나이, 경제적 사정, 지역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하고 신속한 응급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앞으로 정부는 의료 환경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의 응급의료기관운영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5년간 추가재정 1019억원
한편, 국회 예산정책처 법안비용추계2과는 김 의원의 개정안이 통과돼 응급의료취약지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운영비 등이 추가될 경우 2014년 192억7000만원에서 2018년 214억5800만원 등 향후 5년간 응급의료기금에서 1018억5500만원의 추가재정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도서산간지역 등 의료취약지에 있는 응급의료기관인 경우 △응급의료기관의 개설 및 운영비와 △당직전문의 인건비 중 일부를 지원토록 한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이미 2006년부터 취약지역 응급의료기관 육성사업으로 지역응급의료기관의 운영비를 지원해왔다.

2013년 복지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취약지역 응급의료기관 육성사업’ 중 지역응급의료기관 운영비 지원 사업 129억4400만원, 지역응급의료센터 운영비 지원에 32억원, 지역응급의료센터 설치비 지원 사업에 24억원 등 총 199억8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이 중 취약지역 응급의료기관의 의사 및 간호사 등 의료 인력에 대한 인건비 지원액은 132억5000만원이다.

하지만 응급의료취약기관으로 지정된 82개 군 지역 모두가 운영비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니므로 응급의료기반이 열악한 지역이 존재하고, 농어촌 지역의 비상진료체계를 갖추기 위한 응급실 당직전문의 채용에 대한 인건비 부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확실한 대책으로 국민 피해 없어야
1019억원 규모의 추가재정에 대해 이선주 국회 법안비용추계2과장은 “현 시점에서 82개 지역의 응급의료 수요를 모두 파악해 기관별 지원 단가를 결정하기 어려우므로 평균적으로 당직근무가 가능한 의사 2인(전문의, 일반의), 간호사 3인을 배치한다는 가정 하에 연간 4억원 수준의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가정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농어촌 군 지역 응급의료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매년 200억원 가량의 국고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국회와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을 확실하게 검토해 응급의료기반의 취약성으로 피해를 입는 국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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