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시대가 원하는 대표 선출 가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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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시대가 원하는 대표 선출 가능해야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3.04.11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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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계의 화두 ‘선거제도 개선’ ②

▲ 2012년 의협 회장 선거에서 선거인단이 후보의 정견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의협… 간선제로 개혁 이뤄
현재 10만 의사의 수장은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이다. 그는 지난해 3월 의협 선거인단 선거에서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1차 투표에서 총 유효표 1430표 중 58.7%(839표)를 얻어 당선됐다. 이날 선거에는 대의원 250명과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한 선거인단 1324명 등 전체 1574명 가운데 1430명이 투표에 참여, 90.9%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선거인단제로 실시된 선거에서 노 후보의 1차 투표 당선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많은 변수 때문이다. 6명의 후보 가운데 연세의대 출신이 노 후보를 포함해 3명이나 됐고, 수도권의 전?현직 시?도회장도 경선에 나섰다. 따라서 어느 후보도 1차 투표에서 과반 획득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으며, 최소한 다수 득표자 2명이 2차 투표에서 맞붙는 결선까지 갈 것으로 예상했던 것.

보수적인 인텔리집단에서 ‘과격한 야당’으로 지목되던 노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획득한 것은 파격이었다. 결국 의료계의 현 상황에 위기를 느끼고 변화를 원하는 많은 의사들이 그를 지지했다는 것이며, 간선제로도 개혁을 이룰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2015년부터 직선제 회귀
대의원 간선제로 치러지던 의협회장 선거 방식은 2001년 의약분업 파동을 겪으며 전 회원 직선제로 변경된 후 신상진?김재정?장동익?주수호?경만호 회장 등 5명의 회장을 배출했다. 이후 2009년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로 의협 정관이 개정됐지만 노환규 회장 1명을 선출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의협 대의원총회는 지난해 4월 의협회장 선거방식 변경에 대한 표결을 실시, 참석 대의원 163명 중 의결정족수 108명(재석 대의원 3분의 2)을 1표 차로 넘긴 109명의 찬성으로 직선제로 회귀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15년 제 38대 의협 회장 선거는 전 회원 직선제로 진행된다.

당시 의협 총회에서 드러난 선거 방식에 대한 논쟁은 현재 치협에서 논의되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간선제 찬성자는 “직선제에서 겨우 11.4%의 지지율로 의협회장이 선출되는 등 대표성에 문제가 노출됐다”며 “간선제의 문제점을 보완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직선제 찬성자는 “간선제의 문제점은 모두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모든 회원이 나를 대표할 수 있는 회장을 뽑을 수 있는 권리는 지켜주는 것이 원칙”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 의협 회장 선거는 2012년 단 한차례 선거인단제로 치러지고 다시 회원 직선제로 돌아섰다(사진은 의협 선거인단이 투표를 하는 모습).
간선제, 젊은 층 대변에 미흡
김건상 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은 “직선제나 간선제 모두 나름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어떤 제도가 더 좋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회원들이 원하고, 그 시대가 요구하는 회장을 선출할 수만 있으면 직선이건 간선이건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특히 “대의원 구성은 주로 기득권층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인구 구성이 두터운 젊은 층을 대변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들이 있다”며 직선제로 전환하게 된 배경을 풀이했다.

김 원장은 그러나 직선제를 해 보니 옛날 간선제 보다 더 많은 어려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것은 △선거 비용이 많이 들고 △후보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바른 선택을 할 수 없으며 △우편투표를 하다 보니 선거기간이 길어지고 △선거운동을 하는 기간 동안 네거티브가 나왔다고 직선제의 문제점을 열거했다.

권오주 의협 고문은 “옛날 회장들도 칭찬을 듣기보다 욕을 많이 들었는데 직선제 이후에는 그 비난의 강도가 훨씬 높아졌다”면서 그 원인으로 “간선제에서는 나를 대신해 다른 누군가가 후보를 찍었지만 직선제에서는 자신이 직접 찍기 때문에 내가 안 찍은 회장 후보에 대해서는 원천적으로 부정적인 요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즉 직선제로 당선된 경만호 회장의 경우 그를 지지하지 않는, 나아가 반대하는 사람도 약 2/3정도 되며, 이것이 당시 집행부의 지도력을 약화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집행부에 힘 싣는 선거 돼야
직선과 간선을 넘나들다 다시 직선으로 돌아간 의협의 사례로 볼 때 선거 제도는 직선이냐 간선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대표를 선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초점이 모아진다.

특히 앞으로 훨씬 더 어려워지는 치과계를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집행부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선거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모든 치과의사가 지지할 순 없겠지만, 많은 치과의사가 지지하는 대표가 선출되고, 그로 인해 힙을 얻은 집행부가 두려움 없이 치과계 현안을 정면에서 헤쳐 나가도록 응원하는 선거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치과계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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