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헌의 시와 그림] 공곶이의 수선화와 몽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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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시와 그림] 공곶이의 수선화와 몽돌
  • 송선헌 원장
  • 승인 2022.05.06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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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미소가있는치과 송선헌 대표원장
<노란 나르시스(Narcissus), 2022-05, 송선헌>

공곶(鞏串)이, 궁뎅이마냥 튀어나온 공곶이는 봄이 오면 빨리 가는 곳이다. 
여기선 병인박해(1866)를 피해 땅끝까지 도망 온 깊은 신앙들을 만난다.
거제도 ‘섬 & 섬길’과 ‘천주교 순례길’에선 종교를 떠나 묵상을 한다.
예구마을 포구에서 동백나무 터널로 이뤄진 333개 돌계단과 그 위로 흩뿌려진 붉은 꽃잎, 내려가면 믿음의 신도들이 숨어든 이곳에 신실한 노부부가 돌밭에 삽과 곡괭이로 수십 년 간 자식처럼 키운 꽃들이 자라고 있다. 
늦은 3월이면 자기 사랑의 수선화가 태양의 외피 코로나처럼 활활 터진다.

수선화(水仙花), 수선은 물가(水)에 사는 선(仙)녀 혹은 신선을 상징한다.
나르시스(Narcissu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소년으로 에코(Echo)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하여 네메시스(Nemesis)에게 벌을 받고, 호수에 비친 자기를 사랑하여 그리워하다가 빠져 죽어 꽃이 된 자기애(Narcissism)다.
노랑과 녹색의 극적대비는 오는 이들에게 더 사랑하라 말한다.
이 꽃은 완당(阮堂)도 그리고 조선 선비들도 중국에서 구근을 수입해 왔다.
그리고 서산 유기방가옥, 지도읍 선도에서도 수선화축제가 열린다.

몽돌을 아시나요? 수선을 만나고 나면 흑진주몽돌해변, 이 매끄럽고 둥글둥글한 몽돌인 갯돌, 깻돌이 파도와 내는 소리에 서로는 치유를 받는다. 
이 돌들도 사실은 파도와 세월에 의해 다듬어 진 것들이다.
파도가 오면 차르르~~~ 이 소리도 억년이 지나면 모래에 흡수될 것이다. 
파도와 몽돌이 들려주는 교향곡은 나보고 더 부대껴 부드러워져라 말한다.
몽돌을 완도 정도리 구계, 보길도 예송리에서도 만나면 다정한 인사를 나누자.

그 뜨거운 향기와 화음은 내 마음마저 모나지 않은 둥근 돌을 만들어 주고, 
길목 무인판매대에선 사랑하는 이에게 건넬 철지난 신문지로 포장한 수선화 다발을 
천 원짜리 한 장으로 기꺼이 받아주자.
그러면 온 세상이 노랗게 가벼워지고 그녀의 사랑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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