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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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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지? 
  • 이수형 원장
  • 승인 2022.04.14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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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로마의 풍자 시인 유베날리스는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로 유명하다. 이 시인이 했던 말 중에 또 유명한 것이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지? Quis custodiet ipsos custodes?’가 있다. 원작에서는 부인을 감시하려고 붙인 사람은 누가 감시할지에 대한 아이러니를 이야기하는 정도로 쓰였지만, 현재는 독재자나 부패한 경찰들, 정치인들에게 주로 쓰이는 다소 정치적인 문구로 활용되고 있다. 그 어떤 선량한 감시자도 ‘스스로를 감시할 존재가 필요한 감시자’에 불과하며, 그 통제수단이 없어지면 종국에는 폭주하게 된다는 걸 내포한다. 

‘코로나 백신 접종 이후의 사망’에 대해서 우리나라에서 신고된 사례는 1400건이 넘는데, 정부가 인과성을 인정한 사례는 2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CDC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국의 5억5700만 회의 접종횟수 중에, 1만3273건의 사망이 예비 신고되어 부검 등을 통해 확인하는 중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백신 관련 사망이 의심되는 빈도는 0.0024%가 되며, 이 수치를 아주 거칠고 단순무식한 계산법으로 우리나라에 적용해보자.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 횟수가 1억 2000만회 정도가 되므로 대략 2860건의 백신 의심 사망이 가능하다. 물론 관련된 요소는 많고 변수가 많겠지만, 정부가 인정한 사례가 2건이라는 것은 그 기준이 엄정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특히 직접 피해자를 진료한 의료인이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판단과는 별개로 백신 부작용 여부를 판단하는 기관이 따로 있고, 그 심사 과정이 비공개라면 어떨까. 게다가 정부의 판단에 불복할 경우, 피해자가 소송을 통해 인과성을 입증해야 한다. 의료 소송에서 과실 입증을 환자가 하는게 압도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여러 제도적 장치를 논의하고 보완했던 것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전문위원회’는 누가 감시하지? 

이 글이 행여나 정치적으로 읽힐 것을 피하기 위해, 우리 본업으로 돌아와보자. 임플란트의 이야기다. 업계 종사자의 올해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임플란트가 연간 400만 개 정도가 식립된다고 한다. 보철 전 또는 첫 1~2년에 해당하는 임플란트의 단기 실패 확률을 2~3%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연간 8~12만개의 임플란트 정도가 심고 좀 써보기도 전에 실패를 한다. 그 중에는 치과의사 원인으로 실패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환자 원인으로 실패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조회사의 불량품으로 실패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의사와 환자 원인에 관련된 연구는 매우 많은 반면, 제조회사의 불량률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찾기가 어려웠다. 사실 치과용 임플란트는 그 구조상 제품의 실패에 관한 연구 설계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조차 막막하긴 하다. 제품이 회수가 가능하여 불량을 숨길 수 없는 와우 보조기Cochlear implant나 페이스메이커Pacemaker의 경우는 실패 원인 중에 제품 실패가 주요 원인으로 정리될 정도로 분석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임플란트 간에도 품질의 차이가 있을 것을 알고 있다. 항상 회사들이 더 개선되었다며 새로운 라인을 런칭하지 않는가. 브랜드 간의 차이는 당연하고, 한 브랜드 내에서도 라인업에 따라 실패율에 차이가 있을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조금 더 생각해보면 동일한 라인업 내에서도 제조 공정 상에서 불량률은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식스시그마’는 요즘은 한물간 경영전략으로 평가되지만, 불량률과 관련된 가장 유명한 이론이며, 이상적인 한계치를 알 수 있어서 참고할 만하다. 이상적인 불량률이라는 6시그마가 100만개당 3.4개의 불량품 발생이다. 잭 웰치가 영감을 받았던 모범사례인 모토로라가 5.5시그마였고, 100만개당 32개다. 5시그마라고 가정하면 233개, 4시그마일때는 6210개나 된다. 과연 임플란트 회사들의 불량률은 어느 정도로 관리되고 있을까? 

불행히도 치과의사가 이 부분에 대해서 알기는 매우 어렵다. 유독 심할 때는 LOT번호를 공유하면서 모아보기도 하지만, 상재하는 통상적 불량률에 대해서는 방법이 없다. 너무나 좋은 뼈에 심었던 임플란트들이 연달아 실패하고 나서, 담당 영업사원과 상의해보니 실패한 임플란트를 회사측에 보내서 분석을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더랬다. 그 때는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순진했는지 모르겠다. 몇 주를 기다려서 받은 결과는 당연히 ‘문제없음’이었고, 나의 수긍 여부와는 별개로 그렇게 종결되었다. 

누가 임플란트 회사를 감시하고 있는가. 임플란트 회사는 임플란트 실패의 분석 과정에서 의사와 환자 요소들 뒤에 숨어있다. 불량률 통계는 오픈되지 않고 언급되지 않으며, 임상에서의 피드백을 담당하는 상호 검증 가능한 시스템도 부재하다. 

어쩌면 코로나 백신 관련 사망자는 정말 2명일수도 있고, 임플란트의 제품 불량 확률은 정말 6시그마를 달성해서 의미없을 정도로 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낙관론은 현재 상황에서는 충분한 근거가 없는 믿음의 영역일 뿐이다. 감시자를 감시할 제도적 장치 없이, 그저 감시자의 선의에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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