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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다빈도질환 1위 구강질환이지만 … 치과 접근권 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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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다빈도질환 1위 구강질환이지만 … 치과 접근권 열악
  • 구교윤 기자
  • 승인 2021.04.15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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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제41회 ‘장애인의 날’ 치과계를 돌아본다 (上)
장애인 치과진료 사각지대 여전
진료비용 부담에 구강진료센터 쏠림 심각 … 대기만 1년

뇌성마비 1급 장애인 A씨는 치과 진료를 받은 기억이 손에 꼽힐 만큼 적다. 그는 새로운 환경을 접하면 몸이 심각하게 굳어버리는 경직성 장애를 앓고 있어 입을 벌리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최근 구강검진을 위해 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찾았지만 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듣고 걱정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척수장애인 B씨도 치과 진료를 생각하면 걱정부터 앞선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그는 집 근처 치과에는 바닥에 단차가 있는 데다 자동문이 아니라 접근하기 불편하다 말했다. B씨에게 유니트체어에 오르는 일은 둘째다. 그는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치과 자체를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오는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지난 1981년 제정돼 올해로 41회를 맞이하지만 장애인이 치과를 이용하는 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해마다 각종 단체와 여론에서 환기에 나서기도하지만 관심은 그 때뿐. 나야장애인권교육센터 강희석 상임활동가는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에 등록된 장애인 수는 총 258명5876명이다. 이는 전체 인구의 5%로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장애인에게 구강질환은 흔한 질환인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장애인이 태반이라는 것.

실제 2019년 장애인 다빈도질환 1위는 ‘치은염 및 치주질환’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장애인 구강검진 수검률은 20.1%로 비장애인(31.1%)보다 11% 낮았으며, 특히 중증장애인(16.3%)은 비장애인(31.1%)보다 14.8% 떨어졌다.

도봉사랑길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효선 사무국장은 “치아는 음식을 씹고 먹을 수 있는 행복감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치아 때문에 음식을 먹지 못해 건강이 나빠지고 고통받는 장애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에서는 구강보건법 제15조의 2항에 따라 권역별 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설치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12개가 설치됐다. 그러나 센터에서 치료를 받는 건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보건복지부 ‘장애인구강진료센터 현황’에 따르면 장애인이 센터에서 초진부터 전신마취 진료까지 받는데 최대 1년이 걸렸고, 특히 전국 센터 평균은 106일로 4개월 이상 기다려야 했다.

시각장애인 C씨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비용 부담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짚었다. C씨는 “스스로 계단을 오를 수 있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장애인의 경우 치과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장애인 대부분이 치료비에 부담을 느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센터를 찾아간다”고 말했다. 굳이 센터를 가지 않아도 되는 장애인까지 센터로 몰리는 탓에 정작 시급한 환자의 치료가 늦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8년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장애인 실태조사’에서도 장애인이 본인이 원하는 병의원에 가지 못하는 이유 중 경제적인 이유가 39.2%로 가장 높았다. C씨는 “센터는 전신마취가 필요한 환자를 우선으로 치료해야하는 곳”이라며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장애인의 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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