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9주년특집 II] 디지털체헐리즘- 디지털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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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9주년특집 II] 디지털체헐리즘- 디지털 교정
  • 구교윤 기자
  • 승인 2021.03.15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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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교정환자가 돼 봤습니다

치과계에 부는 ‘디지털바람’이 거세다. 디지털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치과의료 분야에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그중 교정치료 영역은 디지털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실제 많은 치과기자재 업체가 교정시장을 타겟으로 다양한 디지털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교정치료 영역에서 디지털은 3D 시뮬레이션으로 정밀한 진단은 물론 정확한 치료계획을 세우고 교정장치까지 제작하는 데 사용된다. 나아가 환자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디지털이 일종의 ‘가상환자’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처럼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디지털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처럼 보인다. 그러나 환자에게도 디지털이 매력적으로 다가갈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직접 환자가 돼 느껴보기로 했다. 일찍이 교정치료에 디지털을 도입해 적용하고 있는 대한디지털교정치과의사회 홍보이사, 문다날 원장의 광주 용봉 선이고운치과를 찾았다.

1년만에 체어에 앉았다. 언제나 떨리는 곳이다.

스물아홉 인생, 환자로 치과를 찾은 경험이 열 번도 채 되지 않는다. 치과에는 1년에 한 번 건강보험 스케일링을 받기 위해 찾는 것 전부였고, 지난해 사랑니 발치를 위해 찾은 게 마지막이었다. 어릴적 가물가물한 기억까지 더듬어보면 얼추 열 번은 되는 것 같다. 치과 냄새가 익숙해진 지 오래지만 유니트 체어에 눕는 일은 여전히 낯설고 두렵다.

“편하게 누우세요”라는 치과위생사 선생님 말에 되레 긴장해 몸이 굳어버렸다. 아프지 않게 해달라는 간절함 때문일까 뒤로 넘어가는 체어와 함께 두 손이 다소곳이 모아졌다. 교정치료는 크게 진단과 계획, 치료 순으로 진행된다. 문다날 원장은 “디지털 교정이라고 치료 과정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먼저 진단 과정에서 치아 교열과 교합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자료를 채득했다. 인상채득 과정에서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디지털 장비는 구강스캐너다. 이날 기자는 아날로그 방식인 임프레션과 디지털 방식인 구강스캐너를 체험했다.

체어에 눕자 치과위생사 선생님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인상재를 반죽해 금속 바이트트레이에 담았다. “아 해보세요”라는 말과 함께 트레이가 입 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생각보다 트레이가 커서 당황했다. 차갑고 축축한 촉감이 좋지 않았지만 향긋한 과일향은 나쁘지 않아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전통적인 인상채득 방식인 본뜨기. 버틸만 했는데 편한 건 아니었다.

임프레션을 할 때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런데 트레이가 목구멍 부위를 짓눌러 아팠다. 이내 침이 고이기 시작했는데 진단이 잘못될까봐 참고 버틸 수밖에 없었다. 기자의 경우 나름 잘 참았다고 칭찬받았지만 민감한 환자의 경우 이 또한 고역이겠다 싶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상재가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트레이를 제거할 때쯤 단단하게 굳은 인상재가 치아를 뽑아버리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들었으나 다행히 치아는 멀쩡했다. 입 주변에 묻은 인상재를 닦아내며 임프레션 과정이 끝났다.

이후 디지털 방식인 구강스캐너를 사용해 인상을 채득했다. 이름과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곧바로 스캔을 시작했다. 구강스캐너를 처음 접한 느낌은 ‘편하다’였다.

트레이가 입 안으로 들어올 때처럼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구역질이 나는 반사행동은 물론 통증도 없었다. 입을 크게 벌릴 필요가 없어 턱에 무리도 없었다. 다만 구강스캐너 크기에 따라 입이 작은 환자의 경우 불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스캔하는 동안 치아와 잇몸 모양이 실시간으로 화면에 그려졌다.

구강스캐너가 입속을 훑자 마법처럼 치아와 잇몸 모양이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그려졌다. 스캔하는 동안 이미지가 완성되는 모습을 보니 재미있었다. 스캔할 때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도 흥미를 더했다. 임프레션과 달리 어느정도 움직일 수 있고 말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환자 입장에서는 장점이었다. 

구강스캐너는 분명 임프레션보다 편했다. 그러나 더 지루하게 느껴졌다. 단순히 채득하는 속도는 빨랐으나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빈 공간을 다시 스캔하고, 바이트를 물고 또 다시 스캔하는 등 추가적인 작업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빠르고 정확할 것이라는 디지털 장비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부작용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단순히 속도로만 임프레션과 구강스캐너를 비교하는 건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구강스캐너로 하는 인상채득. 편안했지만 지루했다.

기자의 경우 임프레션과 구강스캐너를 모두 경험했지만 환자 입장에서 구강스캐너만 사용할 경우 ‘잘 되고 있는 건가’라는 불안감은 생길 것 같았다. 실물이 주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교정환자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본뜨기를 안 했는데 괜찮은 건가요?”라는 등 기자와 같은 고민을 하는 환자가 있었다.

진료 과정에 이해가 부족한 환자에게 불편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장비와 치료과정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 보였다. 또 구강스캐너의 정확도에도 의구심이 들었다. 이 또한 실물이 아닌 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마주하는 한계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문다날 원장은 “교정치료가 디지털화 되면서 환자와 술자의 편의를 높인 것은 맞지만 정확성을 보증하지는 않는다”며 “디지털을 도입했다고 아날로그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치과의사가 원하는 정확도의 범주에 따라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병행하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얼굴 데이터를 얻기 위해 안면스캔을 했다. 최근 개발됐다는 ‘Rayface’다.

인상채득 후 3차원 얼굴 데이터를 얻기 위해 안면스캔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는 디지털 카메라를 설치하고 사진을 찍는 방식이라 셔터를 누를 때 미세한 오차가 발생하고 환자의 기준점도 달라져 정확한 데이터를 얻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Rayface’로 획득한 기자의 3차원 얼굴 데이터

그러나 기자가 경험한 ‘Rayface’는 짧은 순간, 한 번에 정확한 데이터 수집이 가능했다. 왜곡 없는 3차원 얼굴 데이터가 ‘뿅’하고 나타났다. 문 원장은 이를 통해 “웃을 때 입술 모양과 치아와 잇몸 노출 정도를 분석해 가장 자연스러운 미소를 가질 수 있도록 교정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치과의료 분야의 대표적인 디지털장비 CBCT. 환자에게도 익숙한 장비다.

이후 CBCT 촬영으로 안면골 데이터를 수집했다. 문 원장은 이 모든 과정이 실제 환자와 일치하는 일종의 ‘가상환자’를 만드는 일이라 설명했다. 이렇게 창조해낸 가상환자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하고, 정밀한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다. 치과의사의 지식과 경험에 기반해 머릿속으로 치료 결과를 ‘예상’하던 시절은 끝난 것이다. 

CBCT에서 획득한 안면골에 구강스캐너로 채득한 치아를 중첩하고 있다.
교정 비포 에프터를 바로 비교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교정치료가 하고싶어졌다.

종합된 데이터를 보면서 실제 디지털이 환자의 이해를 돕고 효과적인 상담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진단 결과 다행스럽게 턱관절은 물론 치아 교정이 필요한 상태는 아니었다.

광주 용봉 선이고운치과 문다날 원장

문 원장은 “교정치료는 환자가 음식을 잘 씹고, 치아가 제 기능을 원할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좋은 교합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교정에서 중요한 건 치아교정 치료의 근본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문 원장은 특히 “디지털 플랫폼 상에서 이루어지는 치료 과정에서도 정확성이나 정밀성을 추구해야 한다”며 “본질적인 치료 목표를 상실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디지털 교정은 단순히 비뚤어진 치아를 가지런히 만들어 아름다운 외모를 선사하는 것을 넘어 여러 골격 문제를 바로잡아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였다. 

문다날 원장이 모든 데이터를 종합해 최종 결과를 설명했다. 다행히 교정이 필요한 상태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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