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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등장한 민간자격증에 치과계 우려 목소리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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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등장한 민간자격증에 치과계 우려 목소리 높아진다
  • 구명희 기자
  • 승인 2021.03.04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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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치협 정책과 비슷한 자격증 등장에 일부 혼란도
구인난 상황 이용한 민간자격증 남발 우려

“경영, 법무, 세무회계, 커뮤니케이션이론 4가지 과목으로 시험이 치러집니다. OO이라는 홈페이지에 가서 교재와 강연을 구입해 신청하시면 돼요. 수강료는 72만7000원입니다”

치과계 구인난을 노린 것일까. 아니면 치과 의료기관의 새로운 직종이 등장한 것일까. 치과경영관리사라는 새로운 자격시험이 등장했다. 해당 시험은 오는 4월, 3개의 지역에서 처음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시험을 주관하고 있는 교육기관은 “치과병의원의 경영합리화를 위해 경영진단이라는 조사방법에 의거해 객관적인 입장에서 엄밀히 조사, 분석해 경영 질환의 원인을 발견하고 그에 대한 합리적인 대책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 자격사”라며 “치과의 성장과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경영컨설팅 능력을 평가해 자격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시험은 자격기본법 규정에 따라 등록한 민간자격으로,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공인자격은 아니다. 과거 대한치과의사협회 최남섭 집행부에서 개원가의 보조인력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일부 업무들을 대체할 (가칭)치과경영관리사를 양성해 개원가에 인력을 수급하겠다는 정책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 자격은 치협과 대한치과위생사협회는 물론 관련 학회와도 전혀 연관이 없는 자격증이다.

때문에 치과경영관리사 자격시험 등장과 시험 주관 업체측의 홍보에 개원가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자격증만 두고 보면 마치 치과 관련 단체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주관 업체 관계자는 “치협에서 주관하는 자격시험은 아니다. 강연을 구입하고, 3개월 정도 공부하면 누구나 합격할 수 있는 학사 수준”이라면서 “100점 만점 기준 40점 이상이며, 4과목 평균 점수가 6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또한 자격증 만료일로부터 6개월 이내 보수교육과 테스트를 통해 자격 갱신을 이어갈 예정이다. 1~2년에 한 번 계획 중이지만 아직 명확히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치과경영관리사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간호조무사 등 주로 치과에서 일하는 구성원의 강연도 없다.

해당 업체 측은 “치과경영관리사 자격증은 향후 치과계가 필요로 하는 인력수급에서 단비 같은 존재로 자리 잡을 것이며, 이를 활용해 치과의료산업 시장 전체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라고만 홍보하는 상황.

일각에서는 치과 구인난을 타깃으로 한 민간자격증 남발에 대한 우려도 크다.

최근 경영 관련 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한 학회 관계자는 “구인난을 해소한다는 목표, 그리고 치과경영관리사라는 이름만 보면 누구나 혹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서 “검증된 자격 요건이 아니라면 치과계에서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 개원의는 “데스크업무를 봐주는 직원은 코디네이터로 충분하고, 각각 개원가 일을 봐주는 세무사, 노무사, 더 나아가 고문변호사가 있는 의료기관도 있다”면서 “굳이 치과경영관리사를 고용해 이러한 업무를 맡기는 원장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새로운 업무를 하는 사람이 등장하면 치과계에서는 배척하는 느낌이 강하다. 건강보험 관련 자격시험 때도 마찬가지였다”면서 치과경영관리사 자격시험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분명한 건 이러한 치과 관련 자격시험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민간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고가의 비용을 들였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피해는 치과계로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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