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 교수의 세상사는 이야기] 코로나가 바꾼 빈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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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교수의 세상사는 이야기] 코로나가 바꾼 빈 자리
  • 김진 교수
  • 승인 2021.02.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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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에는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는 길에 직원들과 동행할 때가 종종 있었다. 어차피 혼자 차를 몰고 집에 가는데, 같은 방향으로 가는 병원 직원들을 태워 주면 퇴근길이 한결 더 즐거웠기 때문이다. 행정직이거나 간호직의 직원들은 업무적으로 병원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보다, 자동차 안에서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편하게 들려니다. 장소만 살짝 바뀌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마음의 문이 쉽게 열리는지 그게 참 신기했다. 

그런데 오래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그날도 몇몇 직원들을 태우고 가는 퇴근길에 분위기가 참 낯설었다. 분명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올 법도 한데, 모두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휴대폰 버튼을 쉴 새 없이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휴대폰에 너무 열중하고 있어 말을 건네기도 부담스러웠고 설령 말을 걸어도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고 자꾸만 뚝뚝 끊기는 바람에 나마저도 차츰 말수가 적어지지 시작했다.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 참으로 속상했다. 몸은 한 공간 안에 함께 있어도, 서로의 마음은 그 공간을 초월해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과 만나고 있는 그들이 참 외로워 보였다. 차창 밖에 펼쳐진 가로수와 파란 하늘을 그대로 흘려보내고 있는 그들의 이 순간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엔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외로움은 덜 했던 것 같다. 한 공간 안에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은 완벽하게 그 공간을 현재 그 사람과 함께 공유하고 있음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면 함께 추억을 만들었다. 지금은 서로 한 자리에 모였어도 추억은 각자 만들 뿐이다. 예전에는 연인끼리 커피를 마시면 서로 마주 보기 바쁘지만, 지금은 연인끼리 서로 각자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바쁘다. 

휴대폰은 언제 어디에서든 먼 곳에 있는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하는 편리한 도구가 되어 준다. 

하지만 바로 앞에 않아 있는 사람들을 쉽게 소외시키는 부작용 또한 크다. 휴대폰을 갖고 한 자리에 모이면 사람끼리 한 자리에 있어도 서로 각자가 된다. 몸은 함께 있어도 마음은 자꾸만 분산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서서히 망가져 갈 수 있으니 주의를 요망한다. 이야기는 자꾸만 단절되고, 눈을 마주쳐 상대방의 마음을 느껴보는 시간은 줄어든다. 상대방이 휴대폰을 바라보면 나도 휴대폰을 바라봐야 어색하지 않다. 그래서 1시간 정도 누군가를 만나면 실제로는 약 30분 정도만 만난 것과 같은 효과 밖에 얻지 못한다. 

가족끼리 한자리에 모여 외식하면서 각자 자신의 휴대폰에 눈길이 갈 수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엄마, 아빠나 자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고 마치 집에서 각자 방안에 들어가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과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먼 곳에 있는 사람은 그리움으로 만나고, 눈앞에 있는 사람은 진심으로 만나길 바란다. 

소통을 더 잘하기 위해 만든 기계가 정작 소통에 방해되는 도구로 바뀌어 가는 모순된 상황…. 몸으로는 자신이 어디엔가 소속돼 있음을 느끼며 정신적으론 각자 독립적이길 원하는 요즘 우리의 모습은 무어라 불러야 할까? 눈과 눈이 맞추지는 짜릿함으로 무엇이든 함께 진심으로 공유하던 그때를 우리는 종종 그리워하곤 한다. 그러면서 오늘도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면 습관적으로 제일 먼저 휴대폰을 꺼내 테이블 위해 올려놓는다.

코로나 전에는 퇴근길에 함께하던 직원들과의 단절된 대화에 어김없이 휴대폰이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에는 직원들과 함께 할 수조차 없었다. 대화를 단절 시킨 휴대폰을 가지고라도 함께 할 수 있었을 때가 좋았다.

최근 코로나가 바꾼 세상은 혼자 마음 없는 빈 자리만 더욱 키워주고 혼자가 익숙하게 만들었다. 코로나가 바꿔준 세상은 직원들과 함께 하는 퇴근길도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의 고유 명절 설날은 외지의 가족이 부모님과 함께 모이는 자랑스러운 전통인데 코로나는 가족들의 만남도 못하게 하고 있다. 

비나 눈이 내릴 때 홀로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모습보다 둘이 한 우산을 함께 쓰고 가는 모습이 훨씬 더 따뜻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록 비나 눈을 완벽히 피할 수는 없어도, 서로가 마음의 체온으로 햇살을 기다리는 기쁨을 완성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코로나가 끝나서 다시 직원들과 함께 떠들거나 조용해도 좋으니 핸드폰에 몰입한 직원들과 퇴근하는 날을 손꼽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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