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덕 원장의 서가의생] 4K 벽난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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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덕 원장의 서가의생] 4K 벽난로 영상
  • 서진덕 원장
  • 승인 2021.01.0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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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OTT 서비스(넷플릭스, 왓챠 등)의 시청을 많이 한다.  나 또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OTT에 손이 가는 일이 많아졌다.

코로나 이전부터 인기가 있었던 OTT는 코로나 이후 더욱 인기가 올라갔고, 기존의 TV 시청 및 드라마나 영화 등의 소비 패턴을 바꾸어 놓았다. 가족들이 TV 앞에 모여서 보던 모습에서, 핸드폰이나 패드 등을 들고 각자 보고 싶은 것을 보는 시대가 됐다. 리모콘 싸움이라는 것은 옛말이 됐고, 가족의 대화단절의 주범으로 몰렸던 TV는 이제는 그래도 가족을 모아줬던 고마운 기기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수많은 작품들 속을 왔다갔다 하던 중 우연히 ‘벽난로 영상’이라는 제목이 달린 영상을 봤다. 뭘 보여주나 싶어 재생했다. 첫 시작은 장작이 있고, 불쏘시개에 불이 붙은 모습이었다. 5분 정도가 지났을 때 불은 타닥타닥 거리는 소리와 함께 좀 더 밝게 타오르고 있었다.

설마 하며 마우스를 움직여 뒤의 영상을 보니 거의 한 시간 동안 나무가 타는 것만 있었다. 재밌는 것은 그 불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순간 열기를 느낀 순간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캠핑 경험 때문일까? 차가운 모니터에서 느껴지는 열기는 낯설면서도 신기했다.

얼마 전 인터넷 영상에서 유명 전기차에 캠핑모드를 작동하면 모니터에 화로대 영상을 보여주며, 차박(자동차에서 하는 캠핑)에서의 묘미를 더해준다고 했을 때, 전기자동차 회사의 재치로만 여겼는데, 내가 경험을 해보니 영상 이상의 경험을 제공해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류의 영상이 더 있을까 해서 검색을 해보니 고기를 굽는 영상도 있었다. 삼겹살을 불판에 올려놓고, 굽는 영상을 보여준다. 마지막에는 쌈을 싸서 먹는데, 영상은 식탁 위의 음식만을 보여주고, 소리로 먹고 있음을 알려준다. 보는 사람의 관점에서 영상을 제작해서 마치 내가 구워서 먹는 듯한 느낌을 준 것이다.

바야흐로 간접경험의 시대인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하는 영역을 넘어 일상생활의 사소한 것까지 가능한 것 같다. 위에 말한 영상은 꽤 오래전에 나왔다. 그리고, 이제는 영상을 넘어 가상현실이라는 3차원의 세계로 가고 있다. AR(Augumented Reality : 증강현실),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의 발달은 이러한 경험을 3차원으로 확장시켜주고 있다.

AR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게임은 우리가 사는 실제 배경을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어 우리가 사는 실제 세상에 몬스터도 같이 사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VR은 가상세계 속에서 건물 위를 아슬아슬하게 걸으면 오금저리는 것을 몸으로 생생히 느끼게 해준다. 아마 이 두 가지가 합쳐진 것이 지금 있을지도 모르겠다. 

간접경험의 세상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얼마 전 본 ‘Her’라는 영화는 아내와 이혼을 하고, 그로 인한 상처를 안고 사는 주인공이 사만다라는 컴퓨터 운영체제를 구매하고 그 프로그램과 대화를 하면서 마음의 치유를 경험하고, 동시에 그 프로그램을 인격체로 인식하며 사랑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아마 이 운영체제를 로봇에 넣으면 실제 데이트도 가능할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 언젠가는 사람의 감정을 대신하는 것까지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의 사람보다도 더 다정하고, 더 인간적인 감정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인형과 결혼하는 사람도 있으니 컴퓨터나 로봇과 결혼하는 사람을 보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 같다.

이러한 간접경험의 세계는 치과영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는 더미에서 학습하던 것을 좀 더 실제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환자를 가상현실을 통해 구현해 학습하고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가상현실의 환자는 불만도 이야기하고, 화도 내고, 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자니, 우리 다음 세대는 경험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질까 궁금해진다.

아직은 실제와 컴퓨터가 구현한 세상이 많이 다르지만, 언젠가는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만약 여행을 간다고 하면, 지금의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고생과 불편함을 당연하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저렴한 비용을 들여서 가상현실을 통해 편하게 여행하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가 그동안 알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경험이라는 과정은 생생한 가상현실로 인해 비효율적인 것으로 인식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더 나아가 이러한 간접경험의 발달이 사람을 대체하면서 사람 간의 관계도 변할 것이다. 굳이 서로에게 신경써야 하는 관계보다는 나를 위해서 세팅해 놓은 프로그램 또는 로봇과 지내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생길 수 있다. 로봇이라는 매개체가 생기면 더더욱 가능성은 더 커질 것 같다. 

이러한 생각을 하자니 앞으로 우리가 살게 될 세상이 기대가 되면서도 걱정도 된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인간관계나 경험의 가치는 잘 이어졌으면 좋겠다. 난 우리가 사는 세상이 영화매트릭스처럼 되는 걸 원치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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