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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I] 치과 감염관리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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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I] 치과 감염관리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
  • 구교윤 기자
  • 승인 2020.12.31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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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감염관리 어디까지 왔나

출입문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출입자명부를 작성하는 절차가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환자의 눈이 닿는 곳곳에 손 소독제가 비치됐고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안내문은 대기실 터줏대감이 된 지 오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치과 감염관리 중요성이 부각되는 지금 치과계는 어디쯤 왔을까. 본지는 감염관리 현주소를 짚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내다봤다.<편집자주>

지난 2019년 말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우리나라 치과계는 일찌감치 감염관리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올해 초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제30대 김철수 집행부는 코로나19 비상대응팀을 구성해 가동에 나섰으며, 이후 출범한 제31대 이상훈 집행부도 질병관리 본부 방역 지침을 바탕으로 치과 병·의원에 코로나19 방역지침을 배포하는 등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이 같은 선제조치에 이상훈 집행부는 치과에서 코로나19 비말 전파 사례가 전무하다는 방역 성과 공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치과 감염사고 무풍지대가 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모든 세균의 집합체인 구강을 다루는 치과에서 감염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김각균(대한치과감염관리협회) 회장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민은 물론 치과에 종사하는 의료진의 감염관리 인식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치과에서 지켜야 할 감염관리 원칙이 새롭게 추가되거나 변한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감염관리 치과 선택에 영향

치과에서 감염관리는 오래전부터 강조된 원칙이다. ‘치과 내원 환자의 치과 감염관리에 대한 인식 및 요구도’에 따르면 환자가 치과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사항으로 ‘위생 및 치과 감염관리 상태’가 27.0%로 가장 높았다.

특히 치과 감염관리 정보를 습득하고 행동에 변화가 생겼다고 답한 응답자는 76.1%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의료진 보호장구 착용 여부를 확인하거나 기구 소독 상태를 살폈으며, 병원 실내 환경을 관찰한다고 답했다.

감염관리 중요성이 부각된 연구는 또 있다. ‘의료소비자의 특성별 치과의료기관 선택 기준에 관한 분석’을 살펴보면 환자 10명 중 8명이 치과의 ‘청결과 위생 상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가 치과에서 치료뿐만 아니라 진료 환경에 관심을 갖고 감염관리 실태를 유심히 관찰한다는 것이다. 

최근 치과를 옮긴 환자 이 모씨는 “타구에서 종이컵을 사용하는 치과에 다니다 스테인리스 컵을 사용하는 치과에 가니 ‘문득 소독은 잘 되고 있는지’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본적인 방역 지침은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서울 한 개원의는 “진료실에서는 페이스실드와 KF94 마스크를 착용하고, 데스크에서는 환자가 오면 체온 측정과 손 소독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카드 주고받을 때도 일회용 장갑 착용하고 두 시간 마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한다”면서 “감염관리에 특별히 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번거로운 절차에도 불쾌함을 드러내는 환자가 없다”고 덧붙였다.

치과 감염관리 시장 성장세 

눈에 띄는 변화도 있다. 비말과 에어로졸 감염을 줄이기 위해 구강 외 석션기를 설치하거나 방역 솔루션을 도입하는 치과가 늘고 있다. 특히 멸균 시설이 환자에게 잘 보이도록 리모델링 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감염관리를 치과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의료기관 감염관리 전문회사 엠디세이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발발한 이래 소독이나 멸균이 이뤄지는 중앙공급실 리모델링 문의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과거 사스나 메르스 사태와는 달리 치과 감염관리 인식이 확연하게 높아졌다”며 “환자 개인별로 감염관리 용품을 문의하는 건수도 늘었다”고 전했다.

실제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감염병 사태를 겪으며 국내 방역 시장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통계청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르면 지난 2014년 4천984억 원이던 ‘소독, 구충 및 방제 서비스업’ 시장규모는 메르스가 발생한 이듬해인 2015년 7천739억원으로 폭증했다. 이후 2016년 8천112억 원, 2017년 8천811억 원, 2018년 1조114억 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신호성(원광치대 인문사회치의학교실) 교수는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비말감염뿐 아니라 공기감염도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치과에서는 헤파필터를 이용한 공기정화 시스템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부끄러운 역사로 인식 높여야

치과계 전체가 감염관리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2006년 지상파 방송사 MBC 프로그램인 PD수첩이 고발한 치과 감염관리 실태는 전 국민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당시 제작진이 한 달 동안 전국 치과를 순회하며 치과 위생과 소독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일부 치과에서 맨손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 석션팁을 교체하지 않거나 핸드피스 버를 멸균하지 않고 사용하고, 신경치료 파일 역시 소독하지 않은채 재사용하는 모습이 그대로 노출됐다.

실제 제작진이 치과에서 사용 중인 핸드피스를 수거해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결과 인체에 유해한 박테리아, 적혈구, 치아 파편 등 각종 이물질과 균이 가득해 국민들의 분노는 극도로 치솟았다.

충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방송에 출연한 충주 김 모씨는 치과치료 후 감염성 심내막염에 걸려 수술을 받았고, 부산 김 모씨도 치과에서 발치 후 C형 간염에 걸렸다.

특히 치과치료 후 녹농균에 감염돼 패혈증으로 사망한 인천 최 모씨 사례가 폭로되면서 치과 불신은 극도로 높아졌다. 당시 치과계 내부에서는 분노와 자성이 뒤섞인 목소리가 공존했다. 

김각균 회장은 “앞서 1993년 미국에서 치과치료를 받고 환자 5명이 에이즈에 감염된 사건이 터지고 무려 14년이 지난 후였다”면서 “우리나라 치과 감염관리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었다”고 회고했다.

김 회장은 “감염관리 목적은 환자보다 의료진 안전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치과의사가 혈액매개병이라 불리는 B형 간염, C형 간염, 에이즈 등의 질병을 치료하지는 않지만 진료 환경에서 전염될 가능성은 크다”면서 “특히 치과 종사자가 바이러스와 세균에 감염될 확률이 환자가 감염되는 확률보다 3배가 높다”고 경고했다.

감염관리 수가 현실화 대책은?

정부에서도 치과 감염관리 대책으로 다양한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150병상 미만 치과병원에는 감염관리실을 설치하고, 오는 2022년부터는 의원급 치과에서도 감염관리 담당자를 지정하도록 추진키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 치협과 ‘치과 감염관리 표준정책 매뉴얼’을 발간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감염관리 체계를 갖추기 힘든 일선 개원가에서는 감염관리가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많다. 신호성 교수는 “비용과 인력 등 현실적인 문제로 감염관리에 한계를 느끼는 개원가가 많다”고 인정했다.

신 교수가 치과의료정책연구원에서 연구용역으로 진행한 ‘치과감염관리 원가 계산 보고서’에 따르면 치과 내원환자 1인당 감염관리 원가는 최대 6737원으로 집계됐으나 이렇다할 지원이 없어 현실에 부딪힌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가 현실화는 제대로된 감염관리 인식과 실천에서 시작한다는 데에 입을 모았다.

김각균 회장은 “정부에 당당하게 감염관리 수가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치과에서 제대로된 감염관리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특히 “지난해 발간한 ‘치과감염관리 표준 매뉴얼’은 복지부 연구비를 받고 만든 자료다. 복지부가 인정하고 있는 매뉴얼인 만큼 치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 합당한 수가를 요구할수 있는 근거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관리 인식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도 요구됐다. 신호성 교수는 “감염관리 인식을 높이기 위해 보수교육에서 감염관리 교육을 강화하고 협회 차원에서 회원에게 맞는 컨설팅이나 행정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특히 “대학 교육 개선의 필요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치과의사가 감염관리를 하고 싶어도 대학 시절 배운 게 없어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학에서 감염관리 교육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각균 회장도 “치과위생사는 학부 시절 감염관리 교육을 철저히 받는 반면 치과의사는 부족한 현실”이라면서 “감염관리 관련 과목을 다루는 치과대학이 늘어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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