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형 원장의 오늘] 스파이더맨이 보여주는 가장 최신 버전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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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스파이더맨이 보여주는 가장 최신 버전의 세상
  • 이수형 원장
  • 승인 2020.12.0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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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치과 이수형 원장

소니가 9세대 새로운 콘솔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5를 4년만에 내놓았다. 이렇게 새로운 게임기를 출시하면 새로운 기기의 개선된 성능을 체감할 수 있는 대작 게임을 함께 내놓기 마련이다. 이번에 소니는 자신들의 간판스타인 ‘스파이더맨’의 신작을 출시했는데, 출시한지 보름만에 2천만부를 넘게 팔리는 히트를 치고 있다. 직접 해보니 흥미로운 점들이 있어서 지면을 빌어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물론 Ray-tracing으로 매우 향상된 광원 효과, 60프레임을 지원하는 부드러운 움직임, 더 사실적인 건물과 보행자들 묘사 같은 기술적인 부분도 흥미롭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다. 

이번 스파이더맨 게임의 주인공은 마일즈 모랄레스로 스파이더맨을 영화로만 접했던 사람들이라면 조금 낯선 캐릭터일 수 있다. 흑인 아버지와 푸에르토리카 출신의 어머니를 둔 유색인종으로 예전 주인공인 피터 파커보다는 좀 더 어리고 좀 더 미숙한 초보 성격이 강한 스파이더맨이다. 만화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을 위한 흑인 캐릭터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워낙 캐릭터가 생동감 있게 잘 뽑혀서 만화 쪽에서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이번 신작 게임에서는 이런 마일즈의 동료로 ‘헤일리’라는 흑인 청각장애인 여성 캐릭터가 나오는데 워낙 메인 히로인이 별로라서 게임을 해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헤일리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헤일리와 스파이더맨이 수화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게임 중에 몇 번 나오는데 갑자기 장르가 하이틴 로맨스 영화로 바뀌는 착각이 들만큼 굉장히 매력적으로 나온다. 헤일리는 일단 시선을 굉장히 잡아 끌었고, 검색해보니 나만 그런게 아니었나보다. LA 타임즈 11월 20일자 기사로 관련 분석 기사가 나올 정도였다. 

흑인 청각장애인 여성 캐릭터가 매우 Cool하고 Cute하게 나오며 청각 장애가 그 캐릭터의 서사에서 전혀 중심요소가 아닌 점. 스파이더맨과 수화로 자연스럽게 서로 이야기하는 장면을 넣은 점. 이 장면을 묘사함에 있어서 청각장애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은 점. 이 캐릭터를 모션 캡처하며 연기한 실제 배우 Natasha Ofili도, 흑인 청각장애인 여성이라는 점. 찾아볼수록 제작사가 자칫 청각장애를 어설프게 다루면서 빠질 수 있는 함정들을 피하고자 고민한 부분들이 엿보였다. 수화를 게임에서 구현하기 위해서, 손가락까지 센서를 달고 모션을 따와야 하는 기술적인 첫 시도도 있었다. 모두 게임 제작사의 강한 의지 없이는 실현되기 어려운 것들이다. 

사실 게임 제작사의 의지는 실제 게임을 플레이할 때의 설정에서도 강력하게 느껴진다. 게임 설정 화면에서 ‘접근성’ 항목으로 들어가면 장애인을 배려하는 설정들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게임 플레이할 때 청각 및 시각이 불편한 사람을 위해, 컨트롤러의 추가적인 진동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옵션. 버튼을 빠르게 혹은 복잡하게 누르는게 힘든 사람을 위해 한 버튼을 오래 꾹 누르면 되도록 설정을 바꾸는 옵션. 제한된 시간 안에 빠르게 반응하기 힘든 사람을 위해 천천히 해도 되도록 시간을 늘려주는 옵션. 자막에 더해 수화 나레이션을 넣는 옵션까지. 관용적인 농담이 아니라 정말 발로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한 정도다.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을 하는 것이 주요한 특징인 게임에서 각자 즐길 수 있는 긴박감이나 속도감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반인들은 본인들이 ‘정상 기준’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프로 게이머의 마우스 속도에 맞춘 게임에서는 일반인들도 느려터지고 답답하게 헤매기는 마찬가지다. ‘무엇이 정상인 것인가’ 혹은 ’비정상을 차별하지 말자’를 넘어서 정상이라는 기준이 필요한가. 저마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능한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그 자체로 ‘접근성’을 높이는게 아닐까. 이러한 질문에 스파이더맨은 문화 컨텐츠 계에서 가장 최신의 세련된 답을 내놓은 느낌이다. 

왕년에 레전드 급으로 대히트를 쳤던 KOEI사의 대항해시대2 게임이 출시된 시기가 대략 27년 전이다. 그 당시 사회과부도를 펼쳐가며 게임을 즐겼던 과거의 우리들은 세계지리를 자연스럽게 머리속에 기억하고 눈 감고도 세계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잘 만들어진 게임은 그것을 플레이하는 유저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선입견을 심어줄 수도 있고, 깨버릴 수도 있다. 혹은 아예 선입견 따위는 없었던 것처럼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 수 있다. 현재 한창 피어나는 세대들은 게임을 하며 어떤 세상을 접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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