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헌의 시와 그림]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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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시와 그림] 숲길
  • 송선헌 원장
  • 승인 2020.09.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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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왕상(安逸王山) 600년 황장목, 2020-05, 송선헌>

 숲은 어머니의 품
안기어, 걸어라 
그저 가볍게, 터벅터벅!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은 소광2리까지 약 7시간 치유의 길이다.
오직 예약한 하루 80명에게만 해설가의 안내로 개방하는 숲길이다.
이 길은 5일장의 울진과 봉화, 봉화와 울진으로 가는 십이령 숲길이다.
울진에선 미역·소금·어물, 춘양에선 대마·담배·콩을 지고 갔다.
울진 산 천일염은 내륙에 염장 음식을 만들게 했다.
안동 간고등어도 결국 울진 소금과 숲길이 만든 것이다.
울진 돌미역이 없었으면 봉화, 안동엔 돌잔치도 못 치를 정도였다. 
십이령은 댕기, 비녀, 빗, 분통을 팔던 봇짐장수의 길이었다.
또 지게에 생선, 소금, 토기, 목기를 팔던 보부상의 길이었다. 
보부상이 일제강점기에 퇴조하고 행상단 선질꾼이 대신했다.
서서(立) 지게 짐을 지고(負) 쉬기 때문에 선질꾼(立負軍)이다. 
바지게를 져서 바지게꾼, 등짐을 져서 등금쟁이라고도 했다. 
보부상은 전국, 선질꾼은 지역 단위의 소집단이다.
 봉화장으로 가는 금강소나무 숲길은 두천1리(말래)에서 출발한다.
멸종 위기종 1급인 산양이 많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안일왕산 서쪽 능선엔 600년 대왕소나무가 장승처럼 서 있다. 
어떤 사진작가의 욕심으로 소나무 가지가 잘린 아픈 소나무다.  
샛재를 넘으면 보부상의 기원을 담은 성황사가 나온다. 
어명으로만 베는 4,137그루 노란 띠 황장목들이 하늘로 나열해 있다.
느삼밭재에는 화전민의 집터가 있다. 
과거 주막은 숙박비 없이 밥, 술값만 받았다.
잠을 자는 주막의 봉놋방은 더워서 이부자리가 필요 없었다. 
선질꾼 중에는 들꽃을 꺾어 혼인하고 주막에서 출산한 이도 있었다.
숲길은 생명들의 이동에 의해 생성, 문화와 소식을 전하는 풍요의 통로다.
모든 길은 삶을 위한 발자국의 흔적들이다.
솔숲길은 영과 육이 자유로워지라 말할 뿐이다.
영과 육도 이동이 없으면 길처럼 퇴화한다.
터벅터벅, 그저 매일 더 가벼워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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