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58 (금)
[남산에서] 기어가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상태바
[남산에서] 기어가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 구교윤 기자
  • 승인 2020.09.17 1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허리를 다쳐 고생했다.

병원이 도보 5분 거리에 있었지만 걷지를 못해 병원 가기를 포기했다. 통증이 심해져 파스 두어 개를 붙이고 집을 나섰는데 한발 한발 내딛는 게 고역이라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기어가듯 걸어가던 중 지름길이라고 들어선 골목길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지하 1층에는 색소폰 학원이 있었고 그 옆에는 문방구와 분식집이 있었다. 무너질듯한 허름한 건물 꼭대기에는 교회까지 들어서 있었다.

5년 넘게 지나다닌 길이지만 엉금엉금 기어가니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중에서 눈에 들어온 것은 단연 치과다. 한 건물에 치과 하나. 법으로 규정이라도 한 것처럼 모든 건물에 치과가 있었다. 치과 과밀 시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최근 논란을 빚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은 의료 서비스를 국민이 균등하게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치과계도 언젠가는 마주할 문제라 생각한다. 내 몸은 기어가고 있지만 지역별 격차를 해소하는데는 뛰어야 할 때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술 트렌드
신기술 신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