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형 원장의 오늘] 쿠팡이츠와 마켓컬리의 시대에 치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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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쿠팡이츠와 마켓컬리의 시대에 치과는
  • 이수형 원장
  • 승인 2020.08.0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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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을 써오던 필자에게 와이프가 요즘은 ‘쿠팡이츠’가 대세라고 말한 건 불과 몇 개월 전이었다. 주변 애엄마들이 다 쿠팡이츠를 쓴다고. 배달원이 한 번에 한 주문만 받아서 훨씬 빠르다고 했다. 마침 코로나 때문에 나가서 점심을 먹기도 위험해지면서 치과에서 난감해 하던 참이라 한번 써봤다 와우, 이건 신세계였다. 쿠팡이츠의 핵심은 어마무시하게 빠른 속도에 있다. 다만 그 대가로 배달의 민족보다 최소주문 비용이 높고 배달비가 비싸다. 유명 맛집의 음식을 즐기다간 자칫 점심 1끼에 2만원에 육박하기 일쑤다. 

이러한 속도를 내세우는 서비스 중에 선구자격으로 새벽배송을 대중화시킨 ‘마켓컬리’는 이제 시장에서 완전히 자리잡았다. 새벽배송만으로도 너무나 편한데 프리미엄 전략까지 더했다. 생산자의 얼굴 인쇄된 농수산물이라던가 유명 업체와의 콜라보한 제빵이나 온갖 고급 식품들이 강남 아줌마들의 취향을 저격해버렸다. 

속도를 내세우는 서비스는 이제 축산물까지 넘어가서 도축일로부터 하루 지난 닭이랑 돼지를 다음날 아침까지 배송해주는 ‘정육각’이라는 서비스도 인기다. 속도전은 단순히 물류의 유통과정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제품의 생산시점에서부터 속도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문제는 이렇게 세상을 정확히는 세상의 속도를 바꾸는 서비스가 지역적 편차가 있다는 것이다. 배송 인프라 구축에 유리한 수도권부터 그 중에서도 구매력이 높은 강남부터 주로 시범적으로 서비스가 개시된다. 인프라 구축이 어려운 두메산골이라던가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은 추후에라도 구축이 될지 기약이 난망하다.

당장 필자가 8년 가까이 살았던 경기도 안양만해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는 정육각이 몇 달 전에야 시작했고 아직도 쿠팡이츠는 서비스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세상이 바뀌는 것을 사람마다 경험하는 지역적 격차가 발생하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소한 그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속도감에서 차이가 발생한다고 본다. 

이것은 치과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굉장히 도전적인 상황이 아닌가 싶다. 서울 한복판에 개원한 개원의들은 항상 핸드폰을 손에 드는 것만으로 하루 만에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경험을 매일 하고 있는 사람들을 환자로 맞이하게 된다. 낼 만큼 낼 테니 속도경쟁은 기본으로 깔고, 일반 공산품과는 차별점이 있는 무언가 더 뛰어난 서비스를 향유하고 그 배송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까다로운 소비자들은 삶의 관성대로 의료서비스에도 같은 기준을 요구하게 된다. 

의료 서비스를 일종의 ‘리테일’로 보면서 서비스의 사용자를 ‘환자’가 아닌 ‘소비자’로 보는 ‘의료 소비주의’는 서비스 제공자인 의사에게는 아직도 일말의 심적 거부감이 있지만 이미 환자는 스스로를 ‘소비자’로 보는 것에 익숙하다. 자신이 지불하는 서비스에 대한 더 많은 통제력과 선택권을 원하며 특별한 경험과 속도감을 원하는 똑똑한 소비자가 잠시 환자로 내원했을 뿐인 것이다.

신규 환자에게 그 날 바로 임플란트를 심어줄 수 있도록 병원 내에서 순식간에 바로 제작가능한 가이드 시스템들이 개발되는 배경이 이런 맥락이 아닌가 싶다. 빠른 진행을 원하는 환자의 니즈에 맞추다 보니 치과산업이나 일선 개원가 현장의 포커스는 속도 개선에 맞춰져 있다. 그 와중에 폭탄 맞은 듯 다 녹아버린 부위나 대량의 뼈이식을 한 부위조차도 도저히 뼈가 자라 들어오는 4~5개월을 기다리자고 말하기 어려운 곤란함은 우리 치과의사의 몫이다. 석기시대 이후로 사람의 뼈세포는 그대로인데 어디 치과의사만 재촉한다고 뼈가 되겠는가. 

그 어떤 신기술을 써도 치료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 기간을 지루하지 않게 특별한 경험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차선의 전략이 될 것이다. 똑같이 장인정신을 펼치더라도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입 꾹 다물고 우직하게 할 것이 아니다. 실시간 배송추적을 제공하고 주문부터 수령 후 만족도평가까지 즉각적인 피드백을 하는 타 분야 속도전 업체들의 요령을 벤치마킹함이 옳지 않나 싶다. 보통 이런 업체들 전략의 키워드는 실시간, 투명성, 접근성, 예측 가능성, 빠른 피드백 정도로 요약되는 듯하다. 

우리 치과에서는 그 전략 중에 하나로 수술 전후뿐만 아니라 수술 과정 및 치유 기간 중의 임상 사진을 극단적으로 늘렸다. 치과 입장에서는 그에 따라 촬영 시간이나 직원 사진교육 등 투입 비용이 늘어나지만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다. 사진촬영 과정에서의 불편함에 대한 컴플레인보다는 궁금함이나 답답함 해소라는 반응이 더 많다.

치과에 문외한인 일반 환자들의 탄성이 나올 수 있는 심미 케이스인 경우에 특히 효과도 크다. 다만 화면 가득 사진을 띄워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퀄리티를 뽑아내는 것은 순전히 원장의 몫이다. 저가 덤핑경쟁으로 치닫는 경쟁을 피하고도 의료 소비주의에서 아직 여러 전략들에 대한 여지가 분명 남아있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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