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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봉기 원장의 YOLO 라이프] 2019 캄보디아 수원마을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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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봉기 원장의 YOLO 라이프] 2019 캄보디아 수원마을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下
  • 민봉기 원장
  • 승인 2019.12.20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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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드넓은 숙소에서 편안하게 잤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다행히도 한방지원 여사님께서 파스를 많이 챙겨주셔서 밤에 붙이고 잔 게 도움이 됐다.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하고 수원마을 기초진료소로 향했다.

기초진료소에 도착하니 ‘오토클레이브’가 잠겨있었다. 멸균과정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로 전원이 꺼진 듯하다. 현지인들에게 그렇게 부탁했는데…. 

치과는 다른 과에 비해 30분 정도 늦게 시작했기에 ‘스케일러팁’이 나오자마자 진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대기환자들에게 사전교육을 충분히 시켰다. 

이날도 50명 이상을 진료해야 나의 목표인 100명에게 스케일링해주기를 달성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과 치과봉사팀의 “화이팅!”하고 외치는 소리가 진료소에 쩌렁쩌렁 울렸다. 힘들 때는 약국에서 진통제를 타다 먹어가며 최선을 다했다.

진료 중간에 ‘스케일러팁’이 떨어지려고 할 때, 한 템포 빠르게 소독기 멸균을 시작해 타이밍을 절묘하게 맞춰가면서 스케일링의 연속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이틀 동안 총 106명의 캄보디아 주민에게 스케일링과 불소도포를 시행했다. 이들은 평생 한 번도 스케일링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치과팀에서 앞으로 5년만 꾸준히 스케일링을 해준다면 캄보디아 수원마을 주민들의 구강위생 수준은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그 이후에나 보존적인 치료들이 필요하리라 사료된다. 물론 모든 기구와 재료는 챙겨갔지만, 현 시점에서 예방사업을 시작하지 않으면 늦겠다는 판단에 스케일링과 불소도포를 주력으로 삼게됐다. 

물론 세 분의 발치도 시행했지만, 그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발치 몇 개 더 해주는 것보다 한 명이라도 더 스케일링을 해주는 게 향후 구강위생상태를 높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든 장비와 기구들을 박스에 포장하고 짐을 싸고 있을 때, 갑자기 한 아이가 넘어져서 아랫입술 관통창으로 진료소에 들어왔다. 출혈이 심한 위급한 상황이었다. 캄보디아는 의료 현실이 열악해서 가장 가까운 병원에 가려면 이동 시간만 몇 시간이고 보험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를 만나기만 하는데도 백 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들었다.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이 아이는 이대로 감염돼 평생 얼굴에 흉터가 있는 채로 살아가야 한다. 바로 달려가서 침대에 눕히고 상처를 닦고 자세히 확인했다.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로서 나는 책임감이 안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출국 전에 병원에서 챙겨간 봉합 재료들이 있어 정리하던 박스를 다시 열어 기구와 재료를 꺼냈다. 미리 훈련된 우리 아이들이 옆에서 어시스트를 해줬기에 마취도 즉각할 수 있었고 입안에서부터 아래턱 피부까지 층별 봉합을 완성할 수 있었다.

압박드레싱까지 완료한 아이는 중간에 잠이 들었다가 이제서야 깨면서 환하게 웃어줬다. 그동안 대학병원 수술방에서 열심히 고생하며 일했던 보람이 이제야 빛을 보게된 순간이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해야 할까? 계획했던 모든 미션을 무사히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머지 일정을 즐겼다. 

기초진료소 앞에 있는 초등학교도 방문해 아이들과 인사를 나눴고, 현재 공사 중인 중고등학교도 들러 견학을 했다.

나중에 이 아이들이 이곳에서 공부하며 자란다면 한국을 얼마나 고맙게 생각할지 생각만 해도 뿌듯했다.

3박 5일의 일정을 마치며, 나뿐만 아니라 우리가족 모두 아니 수원시 의료봉사단 모두 캄보디아에 오기 전보다 훨씬 성장한 모습으로 일상생활에 돌아갈 수 있었다. 내년에도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캄보디아를 찾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협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올소마트, MD세이프, 수호천사엔젤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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