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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연 원장의 생각] 장님과 귀머거리, 그리고 벙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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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연 원장의 생각] 장님과 귀머거리, 그리고 벙어리
  • 이효연 원장
  • 승인 2019.11.07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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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치과 이효연 교정원장

옛날 옛날 어떤 마을에 장님과 귀머거리와 벙어리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세 사람이 장터 주막에서 만났는데 장님이 먼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말을 못하는 벙어리가 귀머거리에게 손짓 몸짓으로 장님이 인사했다고 가르쳐주니, 듣지 못해서 그때까지 멀뚱히 있던 귀머거리가 장님에게 “네 저도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했다.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세 명은 방에 들어가 앉았는데, 주인이 뒤따라 들어와서 반갑게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아이고 병신 양반들이 여기 다 모였네”
참 고약한 인사말이다.

귀머거리는 듣지를 못하니 활짝 웃는 주인 얼굴만 보고 자기도 인사한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장님은 병신들이라고 하는 주인에게 고맙다고 하는 귀머거리에게 인상을 쓰며 화를 낸다.
“아, 우리보고 병신이라는데 뭐가 고맙다는 거야!”

귀머거리는 좋은 인사말에 왜 장님이 화를 내는지 모르고 멀뚱멀뚱 하고 있는데, 벙어리가 귀머거리에게 주인이 우리를 병신이라고 했다고 손짓 몸짓으로 설명을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귀머거리가 주인에게 화를 낸다.

“아니 우릴 병신이라고 했다고?”

주인은 고맙다고 하던 귀머거리가 이번에는 막 화를 내는 것을 보고는 난감했다. 일단 사과를 해야겠는데, 아까처럼 또 오해가 생길 것 같아서 고민을 하다가 좋은 방법을 생각해냈다.

먼저 장님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전달”
장님은 벙어리에게 전달했다.
“죄송합니다. 전달”
벙어리는 귀머거리에게 손짓 몸짓으로 전달했다.
“죄송합니다. 전달”
말을 알아들은 귀머거리는 주인에게 얘기했다.
“뭐 미안하다니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용서해줘서 고마운 마음에 주인이 다시 장님에게 얘기했다.
“고맙습니다. 전달”
장님이 벙어리에게 전달했다.
“고맙습니다. 전달”
벙어리가 귀머거리에게 손짓 몸짓으로 전달했다.
“고맙습니다. 전달”

말을 알아들은 귀머거리가 주인에게 얘기했다.
“저도 화내서 미안합니다. 이제 점심이나 먹읍시다. 뭐가 좋을까요?”

주인이 장님에게 말했다.
“된장국이 맛있습니다. 전달”

그 뒤로 계속 전달 전달하면서 밥을 다 먹고 인사하고 주막을 나오니 하루 해가 꼬박 저물었다.

같은 것을 보고 듣고 말해도 사람들은 저마다 다 다르게 생각한다. 그래서 늘 세상이 시끄럽고 번거로운 것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할 수 있어도 장님, 귀머거리, 벙어리와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이 드나드는 문이 닫히면 보고 듣고 말할 수 있어도 장님, 귀머거리, 벙어리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로 마음이 열리면 장님, 귀머거리, 벙어리라고 해도 얼마든지 화합할 수 있다.

어쩌면 잘 안 통하다가 손짓 발짓으로라도 통하면, 그 재미에 더 즐거울 수도 있을 것이다. 

장님 귀머거리 벙어리가 되지 않으려면 눈과 귀와 입보다는 마음을 여는 것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도대체 마음에 문이 달린 것도 아닌데 어떻게 열고 닫을까?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봤다.

이것저것 꽉 차서 쓰레기장 같은 마당에는 발 디딜 틈조차 없어서, 사람들은 들어오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냄새나고 어수선하다고 멀찌감치 피해 돌아간다. 하지만 어느 날 깨끗이 다 정리해서 버리고 말끔히 쓸어 놓으면 시원하고 홀가분하다. 더구나 마당 한 번 널찍해서 좋다고 이사람 저사람 구경 삼아 놀러도 온다. 문을 열고 닫고 할 것도 없다.

마음을 연다는 것도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내 생각과 주장이 꽉 찬 것이 쓰레기 잔뜩 널린 마당이라면 그것들 다 치우고 텅 비워놓는 것이 마음을 여는 것이라는 말이다. 홀가분하고 시원하니 문득 콧노래도 나올 것 같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줏대가 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그 덕에 다른 사람들도 절로 흥겨워진다.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고.

내 생각과 주장을 내려 놓으면 너니 내니 할 것도 없어서 화낼 일은 없어지고 즐거운 일만 있을 것 같다.

이런 걸 ‘마음을 연다’ 라고 것이 아닐까?

문득 옛날 황희 정승이 다투고 말리는 세 하인의 말을 듣고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럼 그럼 네 말도 맞다. 듣고 보니 네 말도 맞구나” 왠지 큰 철학이 담긴 말 같았다.

한가하고 심심한 오후에 그저 심심해서 해 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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