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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봉기 원장의 YOLO 라이프] 나만의 타임머신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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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봉기 원장의 YOLO 라이프] 나만의 타임머신을 만들자
  • 민봉기 원장
  • 승인 2019.10.10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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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민플러스치과 민봉기 대표원장
수원 민플러스치과 민봉기 대표원장<br>

타임머신을 만나다
1995년 치과대학생 시절 내 인생에 첫 차가 생겼다.

친척이 사용하던 1991년식 현대 엑셀밴 오토차량으로 뒷 화물칸에 짐을 실을 수 있는 2인승 소형 화물차였다. 25년지기 친구였던 지금의 아내와 연애를 하며 이 차로 안가본 데가 없을 정도로 많은 추억을 쌓았다.

하지만 미션이 사망하는 바람에 폐차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렇게 잊혀졌던 추억을 일깨워주는 사건이 생겼다.

2014년 10월, 지인을 통해 폐차장에 가야할만한 현대 엑셀밴 91년식 수동을 구하게 된 것이다. 첫 일주일은 짬짬히 외부와 내부를 마냥 닦기만 했다. 운전석에 앉아있기만 해도 20년 전 푸르른 대학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고,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하지만 23년이나 된 차가 멀쩡해 보일리는 없었고 차를 보여주고 난 후 아내의 황당해하는 반응을 봐야 했다. 그래도 내심 20년 전 연애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는지 싫은 기색만은 아니었기에, 차에 대해 안전을 염려하는 아내 앞에서만큼은 호언장담을 했다.

한 달동안 열심히 정비해서 추억의 장소인 강릉으로 드라이빙을 가자고!

20년 전 추억여행을 위해
여행을 가기까지 나는 수동운전에 익숙해지기 위해 매일 밤 한적한 곳에서 연수를 했다. 아들을 태우고 가까운 거리를 가는데도 열 번이나 시동을 꺼뜨린 아찔한 순간도 있었고, 유리창 선팅작업은 6군데에서 거절을 당했다.

20년이 넘은 올드카였기에 부품을 찾기도 어려워 병원을 마치고 거의 매일 부품점에 들러 호환가능한 부품을 찾았다. 부품을 겨우 찾아들고 엑셀밴을 고쳐줄 수 있는 카센터를 찾아 전전긍긍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저녁엔 지하주차장에 가서 스스로 가능한 작업은 직접하거나 가족 모두가 나서 도와주기도 했다. 다행히 엑셀에 대한 추억을 가진 고마운 분들도 많이 만난 덕분에 반 년만에 추억의 드라이브를 다녀올 수 있게 됐다.

물론 해피엔딩만 있는 건 아니었다. 엔진트러블로 위험천만한 적도 많았고 1년 만에 심장이식이 필요한 상황이 도래했다. 캬브레타 방식에 진공센서들로 이뤄진 1.5 FBC 뉴오리온엔진 구동계는 항상 긴장을 놓지 못하게 했기에 어쩔 수 없이 A급 상태의 93년식 엑셀세단을 구해 모든 부품을 엑셀밴에 이식하는 대수술을 감행했다.

성공적인 이식 이후 안전성과 성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 차가 보기보다 훌륭하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겠노라 다짐하던 차에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언더백레이스 입문하다
평생 안전하게 타고 싶은 차인 만큼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고가 나지 않게 지킬 수 있도록 드라이버의 실력을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수소문 끝에 드라이빙스쿨을 다니며 테크닉을 하나씩 배워나갔다. 그무렵 레이싱이나 짐카나를 하는 분들을 만나 많은 경험을 쌓았고, 한층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게 되면서 인제스피디움에서의 트랙데이 주행을 시작으로 레이싱의 ‘참맛’에 입문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던 중 2016년에 오래된 차로 레이싱을 하는 대회가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차량가격이 백만 원 이하여야한다는 조건에서 나온 이름 ‘언더백레이스’.

엑셀밴의 한계와 나의 드라이빙 테크닉을 체크해보고자 무작정 대회에 신청하고 참가한 결과는 예상대로 꼴찌였다. 24년이나 된 차로 10년이 좀 넘은 차들을 상대하는 것도 버거웠지만 드라이버의 실력과 경험도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후 엄청난 노력과 분석, 연구와 정비, 꾸준한 연습을 거듭했다. 하지만 시상대 위까지 올라가기에는 엑셀밴의 성능이 여간 따라주지 않았다.

우승트로피를 올리고
오래전 보았던 ‘성룡의 썬더볼트’라는 영화는 당시 카레이스에 문외한이었던 나에게 엄청난 감동을 줬던 명작이다. 그런데 영화에 등장했던 세계 10대 엔진으로 손꼽히는 전설의 엔진, ‘4G63 DOHC 2.0’을 내가 우연히 구하게 된다. 그렇게 꼬박 1년간을 엔진스왑 작업과 트러블 해결에 시간을 쏟았고 거의 매일 저녁마다 차를 고치러 다니는 노력을 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마침내 한국 레이스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무림고수와 같은 분을 만나게 되면서 체계적인 레이싱을 준비하게 된다. 레이스에 최적화된 세팅과 준비를 마치는데 걸린 시간은 또 꼬박 1년. 그동안 나의 언더백레이스 성적은 차츰 올라가고 있었다.

드디어 2018년 9월 9일, 29살이 된 엑셀밴을 타고 언더백레이스 타켓트라이얼 포디엄의 가장 높은 꼭대기에 서서 우승컵을 높게 치켜 올렸을 때의 그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꼴찌에서 시작해 우승에 이르기까지 3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엑셀밴과의 희노애락 중에서 참 즐거운 일이 많았다. 각종 잡지와 방송출연, 자동차 박람회에 전시되는가 하면 연예인, 유명 드라이버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받아보기도 했다.

레이싱이라는 하나의 장르에 안주하지 않고 다른 종목에도 참여하면서, 이제는 내가 엑셀밴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증명해보였다고 생각한다. 이젠 평생 나와 함께 하는 반려자로 아끼고 소중하게 관리하려 한다. 추억으로 가는 타임머신이자 새로운 미래를 열어준 수퍼카 엑셀밴의 서른살 생일을 축하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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