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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경 원장의 감성충만] 화무십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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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경 원장의 감성충만] 화무십일홍 
  • 조선경 원장
  • 승인 2019.09.1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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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시즌치과 조선경 원장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뜻의 화무십일홍은 한 번 성한 것이 얼마 가지 못해서 반드시 쇠해짐을 이르는 말로, 권세나 세력의 성함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말을 뜻한다.

조선 최고의 권력자이며 훈구세력의 대표적인 인물인 한명회는 칠삭둥이로 출생해 어려서 사지가 완전치 못했다고 한다. 또한 과거낙방을 거듭하며 주변의 비웃음을 샀고 젊어서 개성의 경덕궁직을 지내던 한미한 관원으로 멸시를 받았다. 하지만 수양대군의 책사로 계책을 주도하며 계유정난을 성공으로 이끌어 수양대군을 왕으로 만드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 후 공신에 4번 책록됐고, 이조판서에서 영의정까지 당대 최고의 관직을 두루 역임했으며 세조와 사돈지간에 예종과 성종의 장인이었으니 그 위세가 어떠했을지는 가히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막내 사위인 성종이 즉위하자 어린 왕을 대신해 정무를 맡아보는 원상과 병조판서를 겸하면서 그의 세도는 절정에 이르렀다. 그러나 성종 5년에 영의정과 병조판서에서 해임됐고, 자신의 정자인 압구정에서 명나라 사신을 사사로이 접대한 일로 탄핵돼 모든 관직이 삭탈되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으며 1487년(성종18년) 사망했다. 그리고 1504년(연산군 10년) 갑자사화 때 윤비 사사사건에 관련되면서 무덤을 파헤쳐 시체는 토막 내고 목은 잘려 한양 네거리에 내걸렸다고 한다. 후에 중종반정이 일어나 신원됐다지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세가였던 한명회가 부관참시까지 당할 거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싶다. 영원할 것 같았던 그의 권세도 한 여름 밤의 꿈같이 그 끝은 너무나 헛됐다.

본관은 인동이고 이름은 옥정(玉貞)인 희빈 장씨는 어린 나이에 나인으로 뽑혀 입궁했다고 한다. 숙종에게 지극한 총애를 받았으나 숙종의 생모인 명성왕후의 명으로 궁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했다. 희빈 장씨는 명성왕후가 죽은 뒤에야 다시 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숙원으로 책봉된 후 왕자 윤(뒷날의 경종)을 낳았고, 아들이 원자로 책봉되면서 희빈이 됐다. 당시 송시열 등의 서인은 희빈 장씨의 아들을 원자로 삼으려는 숙종의 뜻에 반대하다가 정권을 남인에게 넘겨주고, 기사환국으로 서인이 몰락하면서 숙종의 계비인 인현왕후 민씨가 폐비되고 희빈 장씨가 왕비로 책봉되면서 권력의 꼭대기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갑술환국으로 남인이 실각하고 서인이 다시 집권하면서 인현왕후 민씨가 복위됐고, 희빈 장씨는 왕후의 자리에서 쫓겨나 다시 희빈의 작호를 받았다. 

또한 인현왕후가 죽은 뒤에 영조의 생모인 숙빈 최씨의 발고로 거처인 취선당에 신당을 차려 놓고 인현왕후를 저주해 죽게 했다는 혐의를 받아 사사됐다. 희빈 장씨가 죽은 뒤에 경종이 보위에 올라 생모인 희빈 장씨를 옥산부대빈으로 추존했다. 1701년 이후 노론에 의해 질투의 화신, 투기의 화신 또는 악의 화신으로 평가돼 왔으나, 1910년(융희 3년) 대한제국 멸망 이후 인현왕후와의 애증관계의 희생양으로 묘사됐고, 현대에 와서는 남인과 서인의 권력다툼의 희생양 또는 남인이 미는 비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심심치 않게 사극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장희빈도 원자를 낳은 후 부귀영화를 누리고 왕의 총애로 권력을 행사했지만 결국에는 권력의 희생양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처럼 만개한 꽃의 자태는 주위를 압도하며 선망의 대상이 돼 모두를 지배하고 꽃의 향기는 뭇사람을 현혹시키며 강렬한 영향을 미치지만, 시간이 지나 꽃이 시들고 잎이 떨어지면 꽃은 더 이상 꽃이 아니기에 길바닥에 뒹굴다가 쓰레기로 버려지기 마련이다. 인생사도 이와 비슷해 ‘달도 차면 기운다’는 속담처럼 세상의 온갖 것이 한 번 번성하면 다시 쇠하기 마련이고 권력의 끝도 이처럼 무상하기만 하다.

요즘은 대중매체의 영향으로 권력을 잡는 것도 빠르지만 추락은 그보다 더 빠르게 이뤄진다. 불과 몇 년 전 집권 말기에도 40% 가까운 지지율이었던 대통령이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건을 보면서 민심이 천심이라는 옛말이 지금도 살아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아무리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불과 얼마 전 한국을 뒤흔들었던 사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에 망연자실할 뿐이다.  

한 시대를 호령했던 한명회나 장희빈이 본인의 말로를 알고, 힘없는 민초들의 민심이 천심이라는 걸 알았더라면 그리고 권력의 무상함을 알았더라면 권력을 남용하지 않았을 것이고 좀 더 주위를 살피며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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